해직교사 풍선 사건 무죄 판결

12월31일, 일제고사 관련 해직사건 행정소송 선고

등록 2009.12.18 10:51수정 2009.12.1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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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반대 시위 지난 노동절 여의도 광장에서 일제고사 반대 캠페인 중인 최혜원 선생
일제고사 반대 시위지난 노동절 여의도 광장에서 일제고사 반대 캠페인 중인 최혜원 선생조영민
▲ 일제고사 반대 시위 지난 노동절 여의도 광장에서 일제고사 반대 캠페인 중인 최혜원 선생 ⓒ 조영민

 

지난해 12월 31일 풍선을 나눠주려다가 경찰에 연행되어 '공무집행방해, 집시법 위반'혐의로 재판까지 받았던 최혜원 선생(일제고사 관련 해직교사)이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317호 법정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공소장에 "최혜원 선생이 경찰들을 폭행하고, 불법집회에 참석했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검찰은 공소 사실을 전혀 입증하지 못했다. 따라서 무죄 판결은 당연한 것이다. 어떠한 증거도 증언도 없기 때문에 향후 검찰이 항소할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

 

재판관은 무죄를 선고하면서 최선생에게 "사회에 나가서 소신을 펼치라"고 말했다.

 

법원을 나선 최 선생은 "무죄를 받아 정말 기쁘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경찰서와 법원을 오가며 당한 정신적 고통을 생각하면 화가 난다"며 "법치주의를 그렇게도 강조하는 이 정부의 검찰과 경찰이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며 무죄판결에 따른 법적 후속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다.

 

아래는 최혜원 선생의 최후진술 전문이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비록 지금은 일제고사에 대한 제 양심의 선택으로 해직되어있으나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초등 교사로서 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쳐왔습니다. 교사는 단순히 지식을 전하는 사람이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까지도 가르친다고 믿었기에 늘 아이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비록 해직을 당했지만, 저를 '선생님' 이라고 부르는 제 제자들이 있는 이상, 저는 제 자신을 '선생' 이라고 굳게 믿고 늘 아이들 앞에서 당당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저에게 이번 사건은 너무나 큰 충격이었습니다. 해직의 아픔조차 채 치유되지 않은 채 새해를 맞이해야 했던 저희들을 위해 몇몇 지인들과 함께 풍선을 들었던 것이 이렇게 재판까지 와 죄를 가려야 할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저는 태어나 처음으로 경찰서에 가서 죄를 저지른 사람인 양 조사를 받아야 했고 재판까지 받고 있다는 사실에 저는 심한 자괴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6학년 도덕 교과서에는 '법을 지키자' 라는 단원이 있습니다. 그 단원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면서, 저는 '법'이라는 것이 사회 정의를 가르는 엄정한 기준이자 동시에 힘없는 자, 약한 자들을 위한 보호의 수단이라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거치면서 저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풍선을 옮겼다는 이유로 길목을 완전히 가로막힌 채 수십 명의 전경들에게 둘러싸여 욕설에 발길로 채이기까지 했던 저에게 '폭행' 이라니요. 연행 당하던 당시 사지를 붙들려 옷이 찢기고 말려 올라간 채 울부짖는 제 모습이 담긴 사진을 들이밀며 '이렇게 극렬하게 저항하니 잡혀가는 것 아니냐'고 윽박지르는 경찰에게서 저는 심지어는 심한 배신감까지 느껴야 했습니다.

 

결국 폭력이라는 것을 국가가 독점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한 개인의 공포에 휩싸인 저항 행위는 '폭행'으로 둔갑하는 반면, 그들이 저에게 저지른, 카메라나 녹음기에 잡히지 못한 그 무수한 욕설과 구타에 대해서는 한없이 너그럽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아줌마, 카메라 갔거든? 그만하지?" 라거나 "누가 네 몸에 손 대고 싶어 대는 줄 알아?" 등의 수치심을 주는 모욕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다쳤으니 구급차에 태운다면서 마치 짐짝처럼 사람을 들어 봉고차에 쑤셔 박고는 미란다 원칙조차 고지해주지 않은 채 영문도 모르고 경찰서에 실려 가야 했습니다. 재판장님, 그날 그렇게 바닥을 기며 까져서 피가 흐르던 무릎의 상처나 발길질에 채여 온 몸에 파스를 붙여야 했던 통증 속에서도 몸의 아픔보다 더욱 심했던 것은 마음의 상처였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저 세상은 너무나 당연하게 정의롭고 아름답다고 믿었던 저에게 이번 사건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마저도 의심하게 만든 너무나 큰 사건이었습니다.

 

저는 6학년 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생명' 과 '평화'를 가르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아이들을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라는 말을 굳게 믿어 신체적인 고통은 물론이고 말로도 상처 주는 일이 없도록 비폭력 대화에 대한 공부도 꾸준히 해왔습니다. 그 어떤 폭력도 정당화 될 수 없다고 믿기에, 갈등 해결과 평화 교육에 대한 공부를 하며 한 달에 한 번, 서대문 형무소에서 '평화 길라잡이' 로서 안내 활동도 해왔습니다. 이런 저에게 다른 죄목도 아닌 '폭행' 이라는 말을 붙여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된다면, 저는 앞으로 다시 교직으로 돌아갔을 때 아이들 앞에서 어떻게 서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부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법이라는 것이 권력을 가진 자나 국가의 편에 힘을 보태주기 위한 차갑고 냉정한 것이 아니라 약한 자, 힘없는 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따뜻한 것임을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다시 아이들 앞에 교사로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현명한 판결을 내려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동안 경찰과 검찰, 정부가 한 일들 중 몇 가지를 보면 '불법으로 연행하더니 근거도 없는 사실을 적시하여 기소하고, 기소 전 피의사실공표를 되풀이하고, 살인적 진압으로 참사를 불러오고, 정부가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파업을 유도'했다.

 

이쯤 되면 이 정부가 말하는 '법치주의'란 "정부는 법을 맘대로 어겨도 되지만 주권자인 국민은 법률이 정한 권리라 할지라도 정부가 하지 말라면 포기해야 한다"고 이해된다. 이래가지고 아이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가르칠 수 있을까? 최 선생의 최후진술처럼 정말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최 선생은 풍선사건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아직도 사건이 많이 남아있다.

 

최 선생이 <동아일보> 황아무개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는데 최근 검찰이 '기각'했다. 하지만 "명예훼손이 명확하기 때문에 항고 또는 재정신청을 통해 계속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것이 최 선생의 입장이다.

 

그리고 일제고사 관련 해직사건에 대한 행정소송 선고가 오는 31일 오전 10시 30분 서울행정법원 101호에서 있을 예정이다.

2009.12.18 10:51ⓒ 2009 OhmyNews
#일제고사 #최혜원 #무죄판결 #최후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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