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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부모님이 밭에다 방목해 키우고 있는 두 마리의 염소가 새끼 네 마리를 낳았다. 새끼 염소 네 마리가 서로 엄마 젖을 먹으려고 달려가는 경쟁이 날마다 벌어졌다. 그 중 세 마리의 아기염소는 어미 품으로 바짝 덤벼들어 어미젖을 쟁탈하고 자리를 확보했다.
하지만 가련하게도 그 중에 비실비실 힘없는 새끼염소 한 마리는 다른 세 마리의 형제들 사이에 밀려나 이리 채이고 저리 채였다. 그렇게 따돌림을 당하는 것을 밭을 오가던 아버지가 발견했다. 어미젖을 제대로 못 얻어 먹어 비실비실, 이러다 굶어죽겠다 싶어서 아버지는 왕따 당하는 새끼 염소를 집으로 안고 왔다.
그때부터 아버지는 매일 두 번 이상 어미 염소의 젖 대신 생우유를 젖병에 타서 먹이신다. 아버지가 즐겨 마시는 커피를 타 드시곤 하는 커피포트는 이제 아기 염소 우유를 데우는 포트로 변했고, 보다 못한 막내아들이 홈쇼핑에서 커피포트를 새로 구입해놓았다고 한다.
우유 먹이는 아버지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남동생은 '나도 어렸을 때 아버지가 타 주는 우유 못 먹어봤는데 짜식!' 하면서 질투 아닌 질투를 아기염소한테 한다나 어쩐다나.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젖병에 넣어 아기 염소한테 물리는 것이 요즘 아버지의 일상 중에 한 가지 일이 되었다 한다. 면에서 일을 보시고 계신 아버지는 면에 잠시 나갔다가 집으로 오시면 어김없이 아기염소한테 가서 우윳병을 입에 물린다.
▲아기염소 젖먹이시는 아버지...저만치 서 있는 남동생..."짜식, 나도 아버지가 우유를 안먹여주셨는데...호강하는군..." ㅎㅎ이명화
▲ 아기염소 젖먹이시는 아버지... 저만치 서 있는 남동생..."짜식, 나도 아버지가 우유를 안먹여주셨는데...호강하는군..." ㅎㅎ
ⓒ 이명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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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는 그 일이 번거로 울만도 한데, 아기염소에게 우윳병을 물릴 때마다 아버지의 얼굴엔 흐뭇한 미소가 가득 번지곤 한다. 하루에 생우유 큰 통 2통씩 어김없이 먹는 아기염소는 또 입이 이제 고급이 되어서 다른 우유는 아예 먹지를 않는다고 한다.
가루 분유에 물을 타고 설탕을 조금 넣어서 젖병에 물려주면 맛을 알고 먹질 않아서 하는 수 없이 매일 생우유 2통씩 먹이신다고 한다. 아기 염소가 태어난 지 이제 한 달 정도 되어 가는데 맛을 보고 맛을 아는 아기염소, 이제 젖을 뗄 때까지는 계속해서 생우유 큰 통 2통씩 매일 사다 먹여야 할 판이다.
엄마는 허허 웃으며 '완전 우유 값이 소 값이다'하면서 어이없어 하면서도 아기염소가 사랑스러운가보다. 다른 아기염소 셋은 제 엄마염소 젖을 먹으면서 잘도 지내는데, 젖도 못 얻어먹고 굶어 죽을 것 같아 애처로워서 집에 데리고 온 아기염소는 호강 중에 호강을 하고 지낸다. 그래도 아버지는 염소 새끼한테 우유병을 물릴 때마다 흐뭇한 미소가 가시지 않는 것을 보면 좋으신가보다.
우유 값이 많이 들어간다고 하지 않고 시간 되면 아기염소 우유병부터 챙기신다. 이제 봄, 여름, 가을 내내 바빴던 부모님은 월동준비까지 완벽하게 끝냈으니 추운 겨울 내내 따뜻하게 몸을 추스르면서 아기염소가 날마다 자라가는 것을 보는 것이 또 하나의 낙이 될 것 같다.
2009.12.18 15:39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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