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이야기를 마치시고 어디론가 떠나시는 할아버지
문수진
서울역에서 오랫동안 노숙을 하시다가 지금은 다른 곳에 계신다는 영희 아버지(가명). "여기 있는 노숙자들이 불쌍해 보이고, 딱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뭐 사주면 안돼요"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는 영희 아버지. 대학생이라서 숙제 때문에 왔다고 필자는 말했으나 믿지 않으시는 분위기였다.
이어서 종교 단체에서 나오셔서 좋은 일 많이 하시는 거 알지만 오히려 그렇게 동정심으로 대하는 것이 이 사람들이 다시 일어서는데 해가 된다고, 자꾸 주면 더 바라게 된다고 하시면서 또 교회 얘기를 꺼내셨다.
"나도 예전에 세례도 받고 교회도 열심히 다녔는데 사는 게 힘들다 보니까 교회를 이제 안 다녀요"라고 하시면서 교회에 대한 아픈 기억을 얘기하셨다. "집세를 못 내서 아는 집사님이 다니는 교회에 가서 목사님한테 갔더니, 처음엔 잘 해주시다가 이런저런 사정을 얘기한 뒤로는 찾지도 않으시고 모른척 하시더라고요. 그 다음부터는 교회에 안 가요." 그러니 이런데 와서 괜한 고생하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점심 때가 한참 지나고 계속 소주를 드시고 계시는 분들 중 또 한 분께 식사는 어떻게 하셨어요. 무료급식이 있다고 하던데, 점심식사는 하셨어요"라고 여쭤보았다. 그러자 다짜고짜 하시는 한 마디.
"너도 사이비야." 이 분 역시 필자와 같이 선교 다니는 사람 많이 봤다며, 필자를 종교단체에서 나온 사람으로 몰아가셨다. "난 그 밥 안 먹어. 그건 거지가 먹는 거야." 그럼 개인이 와서 급식봉사를 할 경우 밥을 드시냐고 했더니, 개인이 오는 경우는 많이 힘들다고 하시면서 급식을 먹고 설거지까지 다 도맡아 하신다고 하셨다.
왜 종교단체가 싫으시냐고 여쭸더니, "나도 한때는 교회에 열심히 다녔는데, 교회에서 받은 게 많아서 다른 사람에게 받은 걸 돌려주려고 하니까, 목사님이 막 욕을 하시면서 안 좋은 소리를 하시더라고..." 어떤 이야기인지 자꾸 여쭤보니까 그 얘기는 할 수 없다며 그래서 그런지 종교단체에서 온 밥은 먹기 싫다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