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이 의장직까지 걸고 여야 원내대표간 예산안 타결을 중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회동 시작 50여분 만에 뻘개진 얼굴로 국회의장실을 박차고 나왔다.
27일 오후 6시부터 열린 이날 3자회동은 시작부터 결렬을 예감하게 했다. 김 의장은 "심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것처럼 몸을 던져서 국회라는 배를 구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예산안 타결을 향한 비장한 각오를 밝혔지만 여야 원내대표들은 시작부터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안상수 "합의 안되면 표결로 처리"-이강래 "중재냐 2 대 1 강압이냐"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열흘 넘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석을 점거하고 있는 것을 언급하면서 "의회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빨리 점거를 풀어 달라"고 요구했다.
안 원내대표는 다수결 원칙을 강조하면서 "대한민국은 왜 미국처럼 하지 못하는가 안타깝다"면서 "의장님께서 자리를 마련해주셨으니 최선을 다해 합의에 의한 예산안 처리를 위해 노력하고 그것이 되지 않으면 표결을 통해 (예산안을) 처리해서 국회가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가 미국의 예를 들어 민주당의 위원장석 점거를 공격하자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도 미국의 예를 들어 반격했다.
이 원내대표는 "미국 대통령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회의원을 만나서 법안 통과를 위한 설득에 진력하고, 대통령 임무 중에 국회와 씨름하는 것이 반 이상"이라며 "우리 대통령은 과연 누굴 만나는지, 안 원내대표가 기억나는 사람이 있냐?"라고 일방적인 당-청 관계를 비꼬았다.
비공개로 이어진 회동에서 이강래 원내대표는 '수자원공사 사업을 정부 사업으로 돌리고 이에 필요한 예산은 2월까지 심사해 추경예산으로 통과시키자'고 주장하면서 보의 높이와 갯수, 강바닥 준설 깊이를 줄여야 대운하로 의심받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이에 대해 안상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예결특위 점거부터 풀어야 한다면서 이 원내대표의 제안을 거절했다. 안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의 제안과 관련해 "4대강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4대강 예산이라도 삭감할 부분이 있다면 삭감할테니 총액을 놓고 삭감을 해보자"고 주장했다.
안 원내대표는 "10~20년 내에 세계적인 물전쟁이 일어날 것이고, 보의 높이가 일정 정도는 돼야 세계적인 물전쟁에 대비한 보가 될 수 있다" "보를 만들면 보에 배가 걸려 다닐 수 없기 때문에 4대강 살리기는 운하가 될 수 없다"는 등의 논리로 이 원내대표의 '대운하 전초'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
그러나 정작 이 원내대표를 국회의장실에서 뛰쳐나오게 만든 것은 안 원내대표와의 논쟁이 아닌 중재에 나선 김 의장 때문이었다.
이 원내대표는 회동 뒤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국 2 대 1로 이야기하는 꼴이 돼 이 분(김 의장)이 중재를 하기 위해 우리를 부른 것인지 강압하기 위해 부른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의 인식과 태도였다"고 김 의장을 비난했다.
이 원내대표는 "(김 의장은)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대운하를 안한다고 했으면 되는 것 아니냐' '대운하 안한다고 했으면 국회에서도 대운하를 안하는 것으로 인정하고 선언하면 될 것 아니냐'는 문제 인식이었다"며 ""김 의장이 하고자 하는 것은 중재가 아니라 중재를 빙자해 강행처리를 하기 위한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만남 아닌가 강하게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은 강행처리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야당과 더 이상 대화 타협하거나 협상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나라당을 성토했다.
각 당 조정예산안 결정되면 여야 대화 모색할 듯
이날 김 의장이 중재한 여야 회동이 안하니만 못한 것처럼 끝났고, 연내 예산안 처리를 위한 시간도 4일 밖에 남지 않았지만 여야가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예결특위 위원들이 각각 자체 심사해 조정한 2010년도 예산안이 28일 각 당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으면 여야 지도부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대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2009.12.27 21:05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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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 자처한 김형오 중재에도 여야 협상 결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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