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머리 모양을 한 고등학생. 학교 주차장에서.
한나영
내 기사에 대한 댓글이나 쪽지를 보면 두발 단속을 반대하는 독자가 훨씬 많다. 하지만 찬성한 독자들도 적지 않았다.
"제 생각은 어른은 어른다워야 하고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느 정도 규제는 좋다고 생각합니다.""저는 23살 대학생입니다. 중학교는 가운데 중(中), 고등학교는 높을 고(高)를 쓰고 있는데 중고등학생들은 이제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학교에 염색을 하고 머리를 길게 기르고 다니면 뭐라고 하겠습니까? 다른 나라랑 비교하지 말고 여긴 우리나라입니다. 우리나라 법에 따라야죠. 그리고 요즈음 두발자유화가 거의 되어서 여자들도 길고 남자들도 길던데 단정하게 잘라야 하지 않겠습니까?""학생들은 한눈에 봐도 학생인 것을 알아야 담배를 안 팔던가, 술을 못 마시게 하던가 보호를 해줄 수 있는 거 아냐. 그리고 학생시기에 학교에서 규칙으로 정한 것도 지키지 못할 정도의 사람이 커서 뭘 할 수 있겠냐."이들의 주장은 학생은 '학생답게' '단정하게' 머리를 잘라야 한다는 것이다. 한 눈에 학생 표시가 나도록 말이다. 또, 머리를 자유화하면 학생들이 파마나 염색을 해서 결국 탈선이 늘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여기서 잠시 의문이 생긴다. 이들이 주장하는 '학생답게' '단정하게'라는 말은 무슨 뜻일가. 무엇이 '학생다운' 모습일까. 머리가 길면 학생답지 않은가. 파마를 하면, 염색을 하면 학생다워 보이지 않는가. 단정하게 보이지 않는가. 머리에 대한 편견일 뿐이다.
그나마 착한 우리나라 학생들은 파마나 염색 따위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길이만 좀 마음대로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소박한 요구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마저 못 들어준다고?
선생님들이여. 당신들의 청소년 시절, 자와 가위를 들이대던 교사에 대한 분노와 굴욕을 기억하는가. 그 분노와 굴욕을 수십 년 지난 오늘날까지 학생들에게 대물림하고 싶은가. 제발 그러지 마시라.
머리 자유화= 탈선의 온상? 천만에두발 단속을 찬성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이것이다. "두발 자유화를 하게 되면 아이들과 어른들의 구분이 없어져 아이들이 유흥업소에 마음대로 출입하게 될 것이고 이는 결국 청소년 탈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과연 그럴까. 두발 자유화가 되었다고 우리 청소년들이 모두 머리를 기르고 유흥업소로 달려갈까. 그래서 사회적인 문제가 될 것 같은가. 그렇게 생각할 만큼 우리 아이들을 믿지 못하는가.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듯 그렇게 허약하지 않다. 아이들? 믿는 만큼 자란다.
생활지도 외에 두발 단속의 또 다른 명분인 공부만 해도 그렇다. 머리가 길면 왜 공부를 못 할 거라고 생각하는가. 학생들 얘기에서도 나오듯 일부 외고나 예고에서는 이미 두발 자유화가 실시되고 있다. 그런데 그런 학교에 탈선 학생이 많았다는 근거 있는 자료가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왜 굳이 학생들의 숨통을 막으려고 하는가. 저들이 그토록 두발 자유를 원하고 있는데 말이다. 제발 학생들 머리 좀 내버려 두면 안 될까.
외제차를 수입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외제차 굴리고 다니지 않듯 두발 자유화를 실시한다고 해서 모든 학생들이 지금 어른들이 우려하고 있는대로 요란한 머리를 하고 탈선 현장으로 나가지는 않는다.
유흥업소 출입은 신분증을 철저히 조사하면 된다. 이곳 미국에서도 월마트 등에서 술을 사려고 할 때, 또는 나이트 클럽 등에 들어가려고 할 때 사진이 붙은 신분증을 요구한다. 그래서 미성년자에게는 절대로 술을 팔지 않고 클럽에도 들여보내지 않는다.
저마다 다른 아이들 개성 존중해 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