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9.12.30 11:29수정 2009.12.3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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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람이 연신 불어대는 탓인지 집밖으로 나가기 싫어지는 계절, 겨울. 하지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스산했던 거리에는 흥겨운 캐럴송이 울려 퍼지고, 아이들은 산타클로스를 기대하며 갑작스레 착한 일에 몰두하기도 한다.
모두가 흥겨운 그날, 유달리 썰렁하기만 할 것 같은 곳은 바로 절이다. 왜인지는 몰라도 다들 공감하리라. 사람들은 대게 절을 교회의 반대편으로 내세우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 크리스마스, 꼬마 산타클로스들이 어느 한곳의 절로 모인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곳은 바로 남해군 학림사.
마을과 가까이 있는 학림사는 오래전부터 아이들의 즐겨 찾는 '놀이터'였다. 그리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작은 마당이 있고, 시끄럽게 떠든다고 야단치는 사람도 없고, 함께 놀아주는 스님이 있기 때문이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예외는 없다. 성당으로 교회로 찾아가 '콩고물'을 노려봄직도 하지만 학림사를 찾는 어린이들은 크리스마스에도 절로 모여든다. 함께 모여 점심공양을 하고 너나 할 것 없이 마당으로 뛰어가 함께 어울려 논다.
아이들이 크리스마스에 학림사로 모인 것은 '어린이 법회' 때문이다. 법회라고는 하지만 딱딱하고 지루한 것은 아니다. 단지 심심한 일요일,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공간이랄까.
어울려 뛰어놀 공간이 없는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다. 한편에서는 여자애들이 고무줄뛰기에 빠져 있고, 다른 쪽에서는 공놀이가 한창이다. 물론 고무줄뛰기 근처에는 짓궂은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애들도 어슬렁거리지만, 쉽게 접근하지는 못한다.
한참을 그렇게 뛰어놀고 나니 스님이 예불을 볼 시간이라며 아이들을 불러 모은다. 그러자 한 아이가 "예불이 뭐에요?"라고 스님께 넌지시 물어본다. 입소문을 듣고 처음 찾아온 아이인 모양이다.
법당 안에 모였다고 금새 조용해지지 않는다. 시끌시끌 법당이 떠나가라 친구들과 떠드는 모습. 한편에서는 뭐가 좋은지 갑자기 꺄르르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그러던 중 경현 주지스님의 한마디 "학림사를 부르면", 아이들은 입을 모아 "예! 예! 예예예!"하고 외치곤 조용해진다.
예불을 시작하자 왁자지껄 떠들던 아이들이 금세 진지해진다. 법경을 외고, 참선을 하는 것이 여간 어른스럽지 않다. 몇몇의 아이들은 예불 중 갑자기 터진 웃음을 참느라 끅끅대기도.
예불이 끝난 뒤 한 손님이 아이들을 찾았다. 산타클로스가 한아름 선물을 들고 법당을 찾은 것이다. 산타는 산타모자와 선물에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간식도 한아름 가져왔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폈다.
간식을 먹고 선물을 받은 아이들은 또다시 신바람이 났다. 스님들이 오늘을 위해 준비했던 노래방기기 쟁탈전이 벌어지고 노래솜씨 뽐내기에 여념없다. 법당 위에 앉아있는 부처님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이웃의 형, 언니, 동생들과 스스럼없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자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학림사의 어린이 법회로 충분하다. 그 이상은 부처님도 바라지 않으실게다.
2009.12.30 11:29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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