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막에서 술을 마시는 다모 설란처녀가 외간남자와 주막에서 대작을 하는 모습. 21세기에 만든 드라마기에 들어간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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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 인물 정약용은 15세에 풍산 홍씨 가문의 여인과 혼인을 한다. 34세 때에는 1녀 3남(이 중 맏딸과 3남은 어려서 사망하고 당시 두 아들만 생존해 있음)의 자식을 두었다. 하지만, 드라마 속 정약용은 가상인물 설란과 연애 감정을 점점 발전시켜가는 걸 보면 총각으로 설정된 듯하다. 아무리 개방적인 현대사회지만 유부남과 처녀의 연애이야기를 드라마에 유쾌하게 집어넣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30대 처녀 총각이 흔하기 때문에 이렇게 설정했겠지만 조선시대라면 불가능한 이야기다.
조선시대 여인인 다모 설란이 업무 스트레스로 주막에서 술을 퍼마시고, 정약용이 그와 대작을 해주며 매력을 느끼고, 술을 마시다가 취해서 외간남자 앞에서 쓰러지는 장면도 조선시대라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설정이다. 이것은 모두 현대 수사극을 조선시대 풍경으로 리터치 했기 때문에 등장한 장면들인 것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조선시대와 다른 현대적인 법 감정으로 극을 이끌어간다는 점이다. 조선은 아무리 중한 죄를 지었어도 부모가 70세가 넘었고 봉양할 이가 없다면, 부모를 봉양하라고 죄인의 형 집행도 연기해줄 만큼 효(孝)를 중시한 나라였다. 더불어 성리학의 영향으로 의리도 중시했다. 2편에서 누이의 복수를 한 동생과 5편에서 부모의 원수를 갚고자한 딸의 이야기는 실제 조선시대였다면 오늘날과 다르게 보고 다른 판결을 내렸을 것 같다.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 드라마이므로 재미가 없다면 시청자들이 찾아서 챙겨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엄격한 역사적 고증 대신 조선의 옷만 입힌 채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는 현대적인 수사물로 방향을 잡았다. 그렇지만 케이블 드라마에서 가끔 문제가 되는 선정적인 소재나 장면은 쓰지 않았다. 아무리 엄격하게 보아도 15세 이상(사실 12세 이상이면 충분하다고 본다)이면 시청해도 될 만큼 이 드라마는 지상파 드라마만큼 건전하면서도 충분히 재미있다.
케이블 드라마의 가능성을 보다첫방에 실망했을 때도 내가 실망한 부분은 배우들의 연기가 부족하거나, 화면이 조잡해서가 아니었다. 스토리가 엉성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배우들의 열연이 아깝고, 이렇게 아름다운 화면을 찍어준 카메라가 아깝다고 생각했었다. 다행히 다음 편부터는 이야기 구조가 탄탄해져서 흡족하게 감상하고 있다.
예전에 여행가서 머문 숙소에서 케이블 TV를 보았는데, 그때 본 것이 <메디컬 기방 영화관>이었다. 치색(治色)이라는 어쩔 수 없이 선정적인 소재를 다루기는 했지만, 스토리도 탄탄하고 화면의 색감도 참 아름웠다. 한정된 수의 시청자만 보는 케이블 TV에서 이런 드라마를 제작하고 방영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조선추리활극 정약용>은 앞의 두 작품이 성공하였기에 만들 수 있었던 작품인 것 같다. 그리고 시청자의 눈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소재를 끌어들이지 않고 작품성이라는 정공법으로 승부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언젠가는 케이블 TV의 드라마도 시청률 2%, 4% 정도가 성공이 아니라 수십 % 정도는 나오는 시절이 오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도 케이블 TV 드라마가 다양한 실험과 소재로 새로운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원천으로서의 기능을 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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