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마디 한자말 털기 (87) 식食

[우리 말에 마음쓰기 830] '현미식'과 '현미밥 먹기-누런쌀밥 먹기'

등록 2010.01.04 11:16수정 2010.01.0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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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食 : 현미식

.. 나 역시 봄에 큰병을 앓고 난 이래 현미식을 하고 있었읍니다만 철저히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추운 계절로 접어드는 10월경에 따뜻한 오오시마에서 철저히 식이요법을 해 보고자 마음먹었던 것입니다 .. <여인의 사연들>(미우라 아야코/박기동 옮김,부림출판사,1984) 86쪽


"나 역시(亦是)"는 "나 또한"으로 다듬고, "앓고 난 이래(以來)"는 "앓고 난 뒤로"나 "앓고 난 다음에"로 다듬으며, '철저(徹底)히'는 '빈틈없이'나 '제대로'로 다듬습니다. "추운 계절(季節)"은 "추운 철"이나 "추운 날씨"로 손질하고, "10월경(-頃)에"는 "10월 무렵에"나 "10월쯤에"나 "10월 즈음에"로 손질하며, "마음먹었던 것입니다"는 "마음먹었습니다"나 "마음먹고 있었습니다"로 손질해 줍니다. "식이요법(食餌療法)을 해 보고자"는 그대로 두어도 되고, "밥버릇을 고쳐 보고자"나 "밥버릇을 바꾸어 보고자"나 "밥차림을 바꾸어 보고자"로 손볼 수 있습니다.

 ┌ 현미식 : x
 ├ 생채식 : x
 ├ 자연식(自然食) : 방부제나 인공 색소 따위를 넣지 아니한 자연 그대로의 식품
 │   - 환자에게는 되도록 자연식을 주도록 하십시오
 ├ 생식(生食) : 익히지 아니하고 날로 먹음
 │   - 어패류의 생식으로 발병할 수 있다 / 불을 쓰지 않고 생식을 했다 한다
 ├ 화식(火食) : 불에 익힌 음식을 먹음
 │   - 그때부터 만적은 화식을 끊고 말을 잃었다
 ├ 채식(菜食) : 고기류를 피하고 주로 채소, 과일, 해초 따위의 식물성 음식만 먹음
 │   - 채식 습관 / 날씬해지고 싶다고 채식을 시작했다
 │
 ├ 현미식을 하고
 │→ 현미밥을 먹고
 │→ 누런쌀밥을 먹고
 │→ 누런쌀을 먹고
 │→ 누런쌀로 밥을 해먹고
 │→ 누런쌀로 밥을 하고
 └ …

밥먹기를 차근차근 헤아린 지는 얼마 안 되었습니다. 홀살림을 한 지는 제법 되기는 했지만, 밥하기와 빨래하기를 혼자 할 수 있으면 된다는 테두리를 넘어서면서 어떤 밥하기로 내 몸을 추슬러야 하는가를 돌아보지 못했다고 하겠습니다. 그래도 흰쌀이 아닌 누런쌀로 밥을 먹은 지는 다섯 해가 넘었습니다. 예전에는 그저 좀더 값싸게 밥차림을 마련하는 대목에만 눈을 두었습니다. 살림이 가난해서 그러하기도 했지만, 가난한 살림이라서 이렇게 살았다기보다는 밥차림을 옳고 바르게 가누는 길을 헤아리지 않았다고 해야 맞습니다.

흰쌀로 지은 밥이 아닌 누런쌀로 지은 밥을 먹으면, 밥그릇을 조금만 채워도 배가 부르고 오래도록 주전부리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흰쌀로 지은 밥을 먹으면 밥그릇을 많이 비워도 배가 잘 안 부르고 주전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곤 합니다. 누런쌀로 밥을 해 먹으면서 따로 찬거리를 마련하지 않고 날푸성귀를 먹어도 넉넉함을 느낍니다. 흔히 '잡곡'이라 일컫는 여러 곡식을 함께 넣어 누런쌀로 밥을 지으면, 이 밥만으로도 넉넉히 한 끼 밥차림이 되곤 합니다.

우리가 곰곰이 헤아리지 못해서 그렇지, 지난날 우리네 밥차림에 찬거리가 얼마나 올라 있었겠습니까. 우리가 텔레비전에서 으레 보느니 임금님 밥상이요 잘사는 양반님 밥상이라,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진 모습만 떠올립니다. 전통음식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전주비빔밥을 내걸며, 갖은 찬거리를 밥상에 올려야 하는 줄로만 알고 있습니다. 지난날 이 나라 90% 넘게 차지하고 있던 여느 농사꾼 밥상을 떠올리면서 수수한 밥차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분이 오늘날 얼마나 있을는지요.


우리는 지나치게 배부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배부르다 보니 밥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옵니다. 남녘나라 밥쓰레기 부피라면 북녘나라를 먹여살리고도 남는다고 할 만큼 생각을 잃거나 버린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생각을 잃거나 내팽개친 채 밥차림을 하노라니, 몸은 몸대로 뚱뚱해지고 마음은 마음대로 제 밥그릇에 매여 지냅니다. 삶을 곱고 맑게 가꾸지 못하고, 넋을 곱고 맑게 가다듬지 못합니다. 곱고 맑지 못한 삶이며 넋인 까닭에 곱고 맑은 길로 걸어가지 못하는 말이며 글이고 맙니다. 스스로 차리고 스스로 즐기며 스스로 치우는 밥상에서 멀어지는 우리들이 되고, 내 땀방울과 손품과 사랑을 밥 한 그릇이 살뜰히 담는 삶을 잊는 우리들이 됩니다.

 ┌ 자연식을 주도록 하십시오
 │→ 자연 그대로 밥을 차리도록 하십시오
 │→ 있는 그대로 밥차림을 하십시오
 ├ 어패류의 생식으로 발병할 수 있다
 │→ 물고기와 조개를 날로 먹어 병이 날 수 있다
 │→ 물고기와 조개를 날로 먹은 탓에 생길 수 있다
 └ …


숨을 쉬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사람입니다. 물을 마시지 않으면 살 길이 없는 사람입니다. 밥을 먹지 않으면 목숨을 이을 수 없는 사람입니다. 목숨이 있는 한 사람으로 살자면, 바람과 물과 밥을 옳고 바르게 챙기고 살피고 보듬어야 합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바람과 물과 밥입니다. 이름값이 있거나 주먹힘이 세다고 바람과 물과 밥을 어찌저찌 할 수 있을까요. 사람은 한 번 태어나고 한 번 죽기 때문에 아름다운 목숨이 된다고 하는데, 삶이란 다른 목숨을 받아들임이고 죽음이란 내 목숨을 다른 목숨한테 내어주는 노릇입니다. 우뚝 선 자리에서 뒷사람을 헤아리며 물러나고, 내 몸뚱이가 흙으로 돌아가며 이 땅에 새 기운을 불어넣어 줍니다. 큰 어른들은 당신 온삶을 바친 책 하나를 베풀며 뒷사람한테 고마운 앎을 이으면서 또다른 온삶 바친 책이 나올 수 있는 거름이 됩니다. 아이는 어버이가 되고, 어버이가 되어 아이를 낳으며, 아이를 기르고 나서는 눈을 감고 이승을 떠납니다. 돌고 도는 삶이요, 돌고 도는 목숨이며, 돌고 도는 넋입니다.

돌고 돌기에 내 자리에서 다른 자리로 갈 때에 흐트러져 있거나 망가져 있지 않도록 간수합니다. 내가 흐트러 놓은 채 건네면 나한테 똑같이 흐트러진 채 돌아올 테니까요. 내가 흐려 놓은 물은 다시금 나한테 흐린 채 돌아옵니다. 내가 더럽힌 하늘이요 땅이라면 내가 살아가는 바로 이때에 더럽혀진 하늘과 땅을 안고 살아야 합니다.

예부터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한 까닭이 있습니다. 말이란 돌고 돌아 다시 나한테 오기 마련인데, 말만 돌고 돌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랑도 돌고 돕니다. 삶도 돌고 돕니다. 밥과 물과 바람 또한 돌고 돕니다. 내가 알뜰살뜰 살림을 꾸리면서 옳게 밥을 먹으면, 이 흐름이 꾸준하게 이어지며 내 삶은 옳은 길을 걷습니다. 그러나 나부터 엉망진창 살림을 팽개치면서 그릇되이 밥을 먹으면, 이 흐름이 고이 잇닿으며 내 삶은 그릇된 길을 걷고 맙니다.

 ┌ 불을 쓰지 않고 생식을 했다 한다
 │→ 불을 쓰지 않고 날것을 먹었다 한다
 │→ 불을 쓰지 않고 그대로 먹었다 한다
 ├ 만적은 화식을 끊고 말을 잃었다
 │→ 만적은 익힌 밥을 끊고 말을 잃었다
 ├ 채식 습관 → 풀 먹는 버릇 / 풀 먹는 삶
 ├ 날씬해지고 싶다고 채식을 시작했다
 │→ 날씬해지고 싶다고 채소를 즐겨 먹었다
 │→ 날씬해지고 싶다고 푸성귀를 즐겨 먹었다
 └ …

밥차림 그대로 삶차림입니다. 삶차림 그대로 넋차림입니다. 넋차림이 그대로 말차림입니다.

물차림 또한 고스란히 삶차림입니다. 이 삶차림은 넋차림을 거쳐 고스란히 말차림과 글치람입니다.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이 터전에서 몸차림을 어떻게 하면서 마음차림을 가누느냐에 따라서 내 말차림은 달라집니다.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고 언제라도 나빠질 수 있습니다. 언제라도 아름다울 수 있고 언제라도 미울 수 있습니다. 누구라도 거룩할 수 있고 누구라도 보잘것없을 수 있습니다.

말만 이쁘장하게 할 수 없고, 글만 멋스럽게 꾸밀 수 없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이요 글입니다. 삶에서 배어나오는 마음입니다. 마음을 이쁘장하거나 멋스럽게 가꿀 줄 알아야 말과 글이 이쁘장하거나 멋스럽습니다. 삶을 이쁘장하거나 멋스럽게 돌볼 줄 알아야 내 마음이 이쁘장하거나 멋스럽습니다.

돌고 도는 삶이며 넋이고 말임을 알아야 합니다. 돌고 도는 삶이요 넋이면서 말임을 어릴 때부터 제대로 가르치고 알차게 배우며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내가 밥을 먹는 매무새대로 내 말마디가 마련되며, 내가 밥을 차리는 모양새대로 내 글줄이 다져짐을 헤아려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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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마디 한자말 #한자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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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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