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국장 비빔밥청국장은 추운 날 묵은지에 대파 송송 썰어 넣고 끓여 먹으면 추위도 쫓을 수 있고, 겨울철 건강도 지킬 수 있어 참 좋다
이종찬
60년 만에 한 번씩 돌아온다는 흰호랑이 띠인 경인년 새해 들어 날씨가 정말 징그러울 정도로 매섭게 춥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눈이 펑펑 쏟아져 새해 첫 시작인 4일 하루에만 서울에 25cm가 넘는 눈이 내렸다 한다. TV에서는 기상관측 이래 최고 많은 적설량이라며, 마치 신이라도 난 듯 마구 떠든다.
서글프다. 식의주 때문에 가족들과 떨어져 서울에서 혼자 살고 있는 기러기 아빠에게 강추위와 펑펑펑 쏟아지는 눈은 얇은 지갑을 더욱 얼어붙게 만든다. 가스 보일러가 계속 돌아가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고, 7~8묶음에 천 원하던 깻잎이 2묶음에 천 원이라는 소리에 또 한번 화들짝 놀란다. 강추위와 눈은 이처럼 가난한 서민을 더욱 아프게 한다.
그렇다고 보일러를 끌 수도 없고, 먹을거리를 거를 수도 없다. 지갑이 얇아질수록 날씨가 추워질수록 배는 더욱 고프고, 먹고 싶은 것도 많다. 이럴 때 문득 떠오르는 음식이 구수한 맛을 풍기며 보글보글 끓고 있는 청국장이다. 청국장은 추운 날 묵은지에 대파 송송 썰어 넣고 끓여 먹으면 추위도 쫓을 수 있고, 겨울철 건강도 지킬 수 있어 참 좋다.
충청도에서는 '퉁퉁장', 경상도에서는 '담북장', 평안도에서는 '떼장', 함경도에서는 '썩장'이라고도 불리는 청국장. 청국장은 성인병 예방은 물론 항암 항균작용까지 매우 뛰어나다. 그래서일까. 요즘 마트나 백화점에 가면 청국장을 미숫가루나 과립, 알약 형태에서부터 물이나 요구르트에 타 먹는 분말까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