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들이 '베플 공약'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과 떡국을 나누는 모습
변준섭
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과연 신선하고 즐거운 일이 생길까? 새해를 맞는 설렘으로 명동거리로 나선 시민들은 1월 1일 '밀리오레' 앞에서 예상치 못한 볼거리를 발견했다. 알 수 없는 세 남자가 볼거리뿐만 아니라 먹을거리를 짊어지고 와서 명동 한복판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한 사람은 끓인 떡국을 시민들에게 나누어주었고, 다른 사람은 윷판을 벌였다. 또 다른 이는 뜬금없이 지나가는 행인들을 향해 세배를 올렸다.
이상한 세 남자... 당신들, 대체 누구냐
이들이 새해 첫날 떡국을 짊어지고 명동에 나온 이유는 "네티즌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했다. 바로 '베플 공약' 때문이다.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선 '제 댓글이 베플(베스트 리플의 줄임말)이 된다면 어디에서 무엇을 하겠다'라는 댓글 달기가 하나의 유행처럼 번졌다. 공약을 통해 누리꾼들의 공감을 얻은 댓글은 추천 수를 통해서 '베플'이 되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베플 선거'에는 누리꾼들의 온갖 공약들이 난무한다. "제가 만약 베플이 된다면 신도림역에서 스트립쇼를 하겠습니다", "제가 만약 베플이 된다면 군대를 두 번 가겠습니다" 등 상상만 해도 부끄러워지거나 꺼림칙한 일을 하겠노라며, 너도 나도 자신의 댓글을 '베플'로 추천해 줄 것을 호소한다.
물론 누리꾼들이 이런 '댓글 놀이'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재미' 때문이다. 상상해봤을 때 '사람이 어떻게 저런 일을!'하며 감탄 섞인 웃음이 나오는, 보다 재미있을만한 선언들을 늘어놓고 직접 작성하면서 웃고, 남의 댓글을 읽으면서 또 한 번 웃는다.
그런데 지난 크리스마스이브에 이러한 베플 공약이 재미에만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 있었다. 자신의 리플이 베플이 된다면 "크리스마스이브에 명동 한복판에서 삼겹살을 굽고, 노래를 부르고, 탬버린을 치겠다"는 댓글로 베플에 선정됐던 세 사람이 정말 '그렇게' 한 것이다.
이들과 관련해서 여러 언론들의 보도가 잇따랐다. 관련 기사가 떴고, 그 기사 밑으로는 누리꾼들의 '댓글 놀이'가 또한 어김없이 진행됐다.
인천에 사는 변준섭(24)씨는 "제가 베플이 되면 1월 1일 친구와 함께 명동에서 떡국을 만들겠습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의 댓글 위로 의정부에 사는 김반석(24)씨와 안산에 살고 있는 홍승현(21)씨가 자신들의 댓글을 연이어 달았다. "제가 베플이 되면 떡국 만드시는 분들 옆에서 여자친구와 윷놀이를 하겠습니다"와 "저는 저분이 떡국 만들고 윗분이 윷놀이를 하면 옆에서 세배를 하겠습니다"로. 세 사람은 염원대로 당당하게 베스트 리플에 선정되었다. 그래서 이들은 명동에서 만났다.
'베플러'들의 공약 지키기 위한 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