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 속에 정감 있게 표현된 호랑이
- 우리 민화 속에 호랑이는 어떻게 나타나나요?"한국에서는 호랑이를 일본, 중국이나 서양에서처럼 사납고 무섭게 느끼는 동물이 아니라 아주 친근하게 느끼는 동물인 것 같아요. 그래서 한국에서 호랑이는 굉장히 해학적이고 좀 바보스럽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게 나타나죠. 발톱을 보면 알아요. 일본이나 중국, 서양화에서 나타나는 호랑이는 굉장히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 호랑이는 발톱이 솜방망이처럼 아주 부들부들한 (그림을 가리키며) 아주 뭐 부드럽죠? 저런 발톱을 가진 호랑이가 되는 거죠.
어떻게 보면 이런 게 바로 우리 민족성이 아닌가 해요. 굉장히 무서운 상대를 저렇게 재미있고 푸근하고 정감 있게 표현함으로 해서 무서움을 극복하려고 하는 그런 것도 있고. 죽 보시면 알겠지만 얼굴이 무섭고 사납고 그런 게 아니라 아주 재밌죠. 우리가 새해 아침 되면은 아침마다 호랑이를 벽이나 문 같은데다가 붙여놔요. 그렇게 해서 액을 막아준다고 해서 '호축삼재'라고 해서 삼재를 막아준다 이렇게 믿음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집집마다 벽에 호랑이를 붙여 놓자니 만약에 징그럽거나 무섭게 그려놓기 힘들죠. 귀신을 쫓으려 붙여 놓았는데 오히려 귀신보다 무서우면 되겠어요? 그래서 저렇게 재밌는 표정을 하고 있는 거예요."
- 까치를 같이 그리는 이유가 있나요""까치는 어떤거냐 하면은 까치는 민초의 대변인으로 등장하고 호랑이는 아주 권리를 남용하는 탐관오리나 부정부패 하는 관료로 대변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까치는 당당하게, 호랑이는 바보스럽고 우스꽝스럽게 오히려 까치가 호랑이를 비웃는 듯한 그런 표정이 돼요. 그러다 보니깐 호랑이의 표정이 그렇게 무섭기보다는 바보스럽게 비웃는 듯한 그런 그림이 나왔죠. 그리고 또 까치가 일반적으로 호랑이의 심부름꾼이다, 산신과 호랑이 사이를 날라 다니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는 사람도 있고요. 그냥 호랑이를 그리면 재미가 없으니깐 까치가 등장해서 재미를 더하는 거죠."
- 호축삼재라는 것은 뭐죠?"삼재는 바람과 불과 홍수 세 가지로 오는 어떤 천재지변을 막아준다고 호축삼재라고 옛날부터 써붙였어요. 기둥에다가. 호랑이는 삼재를 막아준다. 그렇게 붙여놓고 호랑이를 떡 그려놓으면 재앙이 들어오다가 도망가겠죠. 호랑이가 겁이 나서. (웃음)"
- 그러니깐 일종의 부적 같은 실용화로 볼 수도 있겠네요."아, 이 민화 자체가 실용화예요. 이거는 감상화가 아니에요. 서양화는 아름다우니 아니니 비평가들이 그렇게 말하는데 이거는 절대 그렇게 비평하면 안 되고 그렇게 봐서는 안 되는 게 민화는 자체가 상징이기도 하고 그 옛날에는 우리의 종교였어요.
아들이 없으면 '아들 낳게 해 주세요'라며 씨가 많은 모란도를 갖다놓고 빌었을 테고. 아들이 과거 시험을 보면서 잉어가 튀어 올라와서 출세하는 영리도 같은 그림을 환쟁이한테 부탁해서 벽에 걸어놓고 빌었을 테고. 십장생도 그려놓고 '우리 부모님 오래 살게 해 주세요'하면서 빌기도 하고. 모든 기념일이나 소원을 빌 때 우리가 바라는 모든 걸 그려서 집안에 쳐놓고 부적처럼 비는 거예요. 민화가 전부 이런 주술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실용화이면서 상징화이기도 하고 그래서 이게 (민화를) 그냥 그림으로 볼 수 없는 거죠. 어떻게 보면 부적 같은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