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악몽' 벗어나려는 보수의 몸부림

[교육감 선거전망①- 보수] "단일화 실패하면 100% 진다"...관련법 개정 변수

등록 2010.01.07 14:03수정 2010.01.07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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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6월 2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는 전국 16개시도 교육감선거도 함께 진행된다. 이미 진보와 보수는 구체적인 후보군을 거론하며 교육감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각시도 '교육수장'을 둘러싼 양보없는 싸움은 벌써 시작됐다. <오마이뉴스>는 교육감선거를 앞둔 보수와 진보의 고민을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말>
a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지난 12월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MB정부 2년, 한국교육의 길을 찾다' 주제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지난 12월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MB정부 2년, 한국교육의 길을 찾다' 주제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지난 12월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MB정부 2년, 한국교육의 길을 찾다' 주제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서울에서도 김상곤 같은 사람이 교육감으로 당선? 그걸 어떻게 그냥 눈 뜨고 봅니까. 일치단결해서 막아야죠! 결국 단일화가 답이에요."

 

'전교조 적출'이 최우선 과제인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이상진 상임대표의 목소리에 바짝 긴장감이 실렸다. 목소리 톤도 한층 올라갔다. 연초부터 전화 걸어 속을 '긁은' 게 미안할 정도였다.

 

서울의 보수우익 진영에게 경기도 김상곤 교육감은 '괴물'이다. 어떻게든 출현을 막아야하고, 나타나면 무찔러야 한다. 그대로 두면 국가적 재난이 일어난다. 보수우익은 지금 그렇게 생각한다. 보수우익의 걱정과 우려는 5일 열린 신년하례회에서도 여과 없이 나타났다.

 

선진화시민행동을 이끌고 있는 서경석 목사는 5일 행사에서 "현재 (보수우익의) 교육감 후보 단일화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우리는 과거 한나라당의 이명박·박근혜가 어떻게 단일화 했는지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 목사는 "100만 회원이 가입한 NGO를 만들고 그곳에서 '프라이머리'를 해서라도 강제로 후보단일화를 이뤄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제로라도 후보단일화 해야 승리한다"

 

a  서경석 목사가 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민행동본부와 자유주의진보연합 등 보수단체가 주최한 '2010 시민사회단체 신년하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경석 목사가 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민행동본부와 자유주의진보연합 등 보수단체가 주최한 '2010 시민사회단체 신년하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서경석 목사가 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국민행동본부와 자유주의진보연합 등 보수단체가 주최한 '2010 시민사회단체 신년하례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유성호

보수우익의 이런 반응은 '오버'가 아니다. 교육감 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 선거는 6월 2일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다. 만약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작년 경기도처럼 보수우익이 진다면? 서울에서 김상곤 교육감 처럼 '반MB 교육'을 전면에 내건 인사가 덜컥 당선이 된다면?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수월성과 경쟁을 강조하는 'MB 교육'은 기회 균등과 다양성을 강조하는 '진보의 벽'을 번번이 막힐 가능성이 크다. 이건 정부와 여당은 물론이고 보수우익에게 '악몽 중의 악몽'이다.

 

보수우익은 지금 패배를 걱정하고 있다. 일견 엄살로 보이지만, 사정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우선 살아있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그들의 우려를 고스란히 증명한다.

 

'반 MB교육'을 내세운 김 교육감은 무상급식 추진으로 전국적인 '뉴스 메이커' 지위에 올랐다. 김 교육감은 시국선언 참여 교사 징계 유보를 결정하면서 현 정부의 밀어붙이기에도 제동을 걸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김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초안을 발표하며 다시 이슈의 중심에 섰다.

 

한 뉴라이트 인사는 "한 명의 진보 교육감이 어떤 파워와 상징을 보여줄 수 있는지 똑똑히 각인하는 효과를 불러왔다"고 김 교육감을 평가했다. 보수우익은 김 교육감의 정책만을 평가하는 게 아니다.

 

살아있는 김상곤은 보수우익의 반면교사다. 작년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보수우익은 단일화에 실패했다. 그리고 패배했다. 하지만 진보진영은 단일화에 성공했고, 당선됐다.

 

'경기도발' 김상곤 효과, 서울로 북진하나?

 

구체적인 수치를 보자. 작년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김상곤 후보는 40.81% 지지를 받았다. 반면 보수우익을 대표했던 김진춘 후보는 33.63%의 지지를 얻었다. 만약 김 후보가 강원춘 후보(12.88%)와 단일화에 성공했다면 지금의 김상곤은 존재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그래서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은 야당만의 구호가 아니다. 교육감 선거만을 두고 본다면 저 구호는 보수우익이 목 놓아 외쳐야 한다.

 

물론 서울의 경우 단일화에 실패해도 '리틀 MB' 공정택 교육감이 당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보수우익은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당시 공정택 후보(40.09%)는 서울 25개 구 중에서 7개 구(종로·중구·용산·서초·강남·송파·강동)에서만 승리했다. 나머지는 진보진영 주경복 후보(38.31%)가 승리했다.

 

특히 공정택 후보는 강남·서초·송파로 이어지는 '강남 벨트'의 압승으로 승리를 챙겼다. 당시 서울 투표율은 15%였다. 투표율이 높아질 게 분명한 지방선거에서 '강남 벨트'의 효과는 상대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리틀 MB' 공정택은 선거법 위반으로 중도에 물러나 'MB 교육'에 안 좋은 이미지를 더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상진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대표는 "후보단일화에 실패하면 100% 선거에서 진다"고 단언했다. 뉴라이트 인사들은 물론이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역시 이런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시교육감 선거, 거물 정치인이 나설수도

 

a  지난 2008년 7월26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친소 미친교육 반대! 이명박 심판! 제80차 집중촛불문화제' 모습.

지난 2008년 7월26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친소 미친교육 반대! 이명박 심판! 제80차 집중촛불문화제' 모습. ⓒ 권우성

지난 2008년 7월26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친소 미친교육 반대! 이명박 심판! 제80차 집중촛불문화제' 모습. ⓒ 권우성

익명을 요구한 교총의 한 관계자는 "진보진영에서는 김상곤 효과를 봤기 때문에 분명히 후보단일화를 이룰 것"이라며 "문제는 '우리쪽'인데 08년 서울시와 09년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모두 단일화에 실패한 경험이 있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만약 보수우익의 후보단일화 과정이 지지부진하면 정부와 여당이 '교통정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도 정부와 여당은 후보단일화를 시도했지만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보수우익 진영의 후보로는 이원희 교총회장, 이상진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대표, 이경복 서울고 교장,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국장을 지낸 이규석 교육과학기술부 학교교육지원본부 본부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한 거물급 인사가 나선다는 이야기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교육감 후보 출마 자격 요건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행 교육감 후보 자격은 5년 이상 교육경력이 있어야 하고, 최근 2년 동안 정당원으로 활동한 기록이 없어야 한다. 만약 이 기준이 크게 완화되면 정치권 인사들이 직접 교육감 선거에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진보진영에서는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서울경기를 포함해 5개만 승리해도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식물'로 만들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그 핵심 전장은 바로 서울과 경기다.

 

아이러니 하게도 현재 방어하는 쪽은 보수우익이다. 이들은 '김상곤 효과'를 차단하고 단일화를 성공시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2010.01.07 14:03ⓒ 2010 OhmyNews
#서울시교육감 #김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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