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마술사' 종이를 덧댄 나무판에 유채 88×72cm 1939-1949. '그리스도의 수난(이 사람을 보라)' 캔버스에 유채 84×56cm 1947-1949
김형순
루오는 '소녀마술사'와 '그리스도의 수난'에서 보듯 예수를 변방의 광대처럼 그린다. 그에게 광대는 세속적 성자이고 예수는 성자적 세속자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의 주제가 '성속(聖俗)전'이 된 건 바로 이런 연유일 것이다. 그는 서커스단원, 곡예사, 곡마사, 무용수, 마술사, 피에로 등 다양한 광대를 선보인다.
예수도 "창녀나 세리가 너희 종교지도자보다 먼저 하늘나라에 들어간다.(마태오 21장 31-32절)"고 했지만 이런 '세속적 영성'은 성서적 메시지와 딱 맞아떨어진다. 루오의 천재성은 바로 이렇게 세속화와 종교화를 하나로 일치시키는 데 있다.
미술사가 여문주씨는 '루오에 대한 경외'라는 글에서 "슬픈 표정의 광대, 살인자의 괴상한 얼굴, 비장한 알코올중독자, 지친 창녀 이렇게 관심도 끌지 못하는 소외되고 상처 입은 이들의 영혼에서 루오는 예수의 얼굴을 본다"라고 적고 있다.
루오가 경멸한 사람, 옹호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