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여섯, 아침부터 공부에 빠지다

등록 2010.01.13 12:24수정 2010.01.13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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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부터 할머니댁에 가고 싶다는 아이들 성화에 못 이겨 제수씨 차에 태워보냈습니다. 할머니는 손자와 손녀들이 집에 오는 것은 대환영이지만 종일 일하느라 피곤한 제수씨를 생각하면 만날 미안합니다. 하지만 할머니가 좋아하고, 나이가 더 들면 공부 때문에 가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방학 때만 되면 일주일에 며칠은 할머니댁에 보냅니다. 하룻밤을 할머니 집에서 지낸 아이들은 새벽부터 숙모를 따라 집에 왔습니다.


제수씨는 아침에 아이들을 데리고 오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났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집에 오자마자 공부를 하겠다고 난리입니다. 아침에 공부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처음이라 의아한 눈으로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자리를 잡자마자 모두 '열공'에 빠졌습니다.

 아침부터 방학숙제에 열공하는 아이들
아침부터 방학숙제에 열공하는 아이들김동수

엄마가 만날 공부하라는 말을 해도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아이들이 공부한다는 말에 아내는 싱글벙글입니다. 공부는 역시 하고 싶을 때 하는 것입니다. 둘째 조카 아이가 받아쓰기 공부를 하고 있는데 글씨가 깔끔하고 반듯합니다. 이 녀석을 볼 때마다 기대가 큽니다. 공부도 잘하고, 마음도 착합니다. 옆에 있던 같은 나이 막둥이도 열심히 글을 쓰면서 자기도 잘 썼다고 자랑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조카가 글씨를 잘 썼지, 막둥이가 잘 썼다고 할 수 없습니다.

 둘째 조카. 글씨가 깨끗하고 반듯합니다
둘째 조카. 글씨가 깨끗하고 반듯합니다김동수

 막둥이 글씨, 조카와 비교하면 많은 차이가납니다.
막둥이 글씨, 조카와 비교하면 많은 차이가납니다.김동수

학교 다닐 때 가장 하기 싫었던 공부가 받아쓰기였는데 요즘 아이들도 받아쓰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막둥이의 가장 큰 약점이 받아쓰기입니다. 아빠가 받아쓰기 100점은 받아 본 적이 없는데 막둥이는 그래도 100점을 받은 적이 있어 아빠보다는 낫습니다.

나와 막내 동생은 8살 터울인데 우리 집 아이들과 동생 아이들은 3학년, 5학년입니다. 형은 결혼을 늦게 했고, 동생을 결혼을 빨리 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5학년에 올라가는 딸 아이와 첫째 조카는 함께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수학문제를 같이 풀면서 자기가 잘 모르는 것은 묻고,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올해 5학년이 되는 딸과 첫째 조카. 서로 물어보고, 도와주면수 방학숙제를 하고 있다.
올해 5학년이 되는 딸과 첫째 조카. 서로 물어보고, 도와주면수 방학숙제를 하고 있다.김동수

서로 묻고 가르쳐면서 사촌들끼리 정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요즘은 사촌 보기가 하늘에 별따기 만큼 어렵기도 하지만 한 달에 아무리 보지 못해도 네다섯 번은 보기 때문에 참 좋습니다. 가족과 친척들이 사이좋게 지내는 것만큼 좋은 교육도 없습니다. 우리 집과 동생 집이 각각 셋이니 모이면 여섯으로 작은 공부방도 만들 수 있습니다.


받아쓰기 공부를 다 한 막둥이는 이제 우리 집안 막둥이인 예설이와 함께 공부를 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아내에게 막둥이 마음은 아직까지 6~7살 먹은 아이라고 말하고 합니다. 정말 생각이 어립니다. 어린 생각을 볼 때마다 마음 한쪽이 아프지만 아직은 때묻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위로합니다.

 막둥이와 예설이 함께 공부에 열중
막둥이와 예설이 함께 공부에 열중김동수

예설이는 막둥이가 학교에 다녀오면 '오빠'하면서 달려가 안깁니다. 막둥이는 그런 예설이를 좋다고 안아주고, 볼에 뽀뽀해줍니다. 2년을 우리 집에 있었으니 정이 얼마나 들어겠습니까. 이런 동생 하나 더 낳으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아내가 동의하지 않겠지만. 아침부터 열심히 공부한 우리 아이들. 내일도 아침부터 공부하겠다고 나설지 기대가 됩니다. 그런데 아침에 공부했다고 종일 놀면 어떻게 하지요?
#방학숙제 #아이들 #받아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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