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야구를 소재로 한 것은 분명하지만 야구책이라기보다는 경제경영서에 가깝다. 대한민국 경제를 세우고 이끌어가느라 지친 수많은 경제인들에게 잠시나마 추억을 떠올리며 야구를 사랑하게 하고 나아가 기업 경영에 자그마한 영감의 실마리라도 제공하게 된다면 지은이들은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 '머리말' 몇 토막
PD 출신으로 방송을 주무르는 김용만과 시카고대학 등에서 경영을 배우고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신재훈이 서로 만나 야구 경영서<야구 보는 CEO>(바보새)를 펴냈다. 'WBC 경영학에 도전하다'란 덧글이 붙어 있는 이 책은 우리나라 야구 흐름과 지구촌 야구 흐름을 마치 CEO가 '경영'이라는 열쇠를 손에 쥐어주듯이 야구와 경영을 한눈에 꿰뚫고 있다.
제1부 '프리라운드', 제2부 '예선라운드', 제3부 '본선라운드', 제4부 '결선라운드'를 합쳐 모두 4부에 실려 있는 'STEP1 선수단 구성:인걸은 간데 없네 VS 뉴 비즈니스의 어려운 환경', 'STEP7 순위결정전 일본전 1-0 완봉승', 'STEP8 전지훈련과 연습게임:현지적응 VS 시장 환경 적응' 등이 그것.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각 스텝마다 '경영 키워드'가 '경영 만루홈런'을 치는 비법처럼 들어 있다는 점이다.
김용만과 신재훈은 "2009년 한국 대표팀의 성적에 고무된 우리는 야구를 소재로 글을 써보기로 했다"며 "20년 우정의 결실에 어울리게 조금 더 재미있는 글을 써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WBC의 앞 뒤 이야기들을 모았고, 그것을 중계방송식으로 구성하여 색다른 느낌을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야구는 감독이, 기업은 CEO가 꾸리는 예술
"김야구:지금까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해 보면 첫째, 가장 분화되고 전문적이고 조직적인 종목이기 때문에, 둘째, 경영자의 영향력처럼 감독의 리더십이 결정적인 종목이기 때문에, 셋째, 섬세하고 치밀한 전술이 필요하고 그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야구와 경영은 같다고 보는 거군요.
신경영: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네 번째로 통계와 숫자가 중요하다는 점이 야구와 경영이 같은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17쪽 '의외의 성공 VS 커리어의 부담' 몇 토막
1986년 서울대에 다니던 중 같은 동아리에서 처음 만난 신경영(신재훈), 김야구(김용만). 이들이 야구와 경영에 대해 마치 야구 중계를 하듯이 주고 받고 있는 이 책은 '야구의 해'라고 불리는 2009년 끝자락에 나왔다. 21세기 첫 10년이 야구와 경제를 배우고 익히는 시기였다면 다가온 새로운 10년에는 야구와 경제가 지구촌에 우뚝 설 것이라고 대못을 박듯이.
이 책은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날 느꼈던 감동과 함께 자연스럽게 경영에 따른 주요 개념들을 이해하게 하고, 경영자들에게는 야구가 지닌 재미와 더불어 상황에 착착 들어맞는 경영 아이디어까지 반짝이게 한다. 여기에서 김야구는 야구와 경제를 이어주는 중계캐스터이며, 신경영은 해설자이다.
이들은 "야구와 경영은 아주 분화되고 전문적인 조직으로 한다"고 말한다. 야구 경기에 나오는 감독과 코치, 투수, 포수, 타자, 유격수, 외야수 등은 경영에서 총무, 자금, 생산, 영업, 기획을 맡은 이들과 그 역할이 거의 같다는 것이다. 따라서 야구가 감독이 꾸리는 예술이라면 기업은 CEO가 꾸리는 예술이다.
서양인은 '우주 부속', 동양인은 '살아 있는 우주'
"김야구:야구란 원래 투수놀음이라고 말합니다. 아무리 약체라고 하더라도 투수가 한 명 미치면 그날 경기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거예요. 특히 국제무대에 낯선 투수는 제대로 분석이 이뤄지지 않으면 예상 외로 공략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이들이 1~2회씩 짧게 끊어 던질 경우, 타자들의 혼선은 더 심할 수밖에 없어요.
신경영:기업에서도 낯선 경쟁자를 주의해야 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처음 퍼스널 컴퓨터의 개념을 들고 나왔을 때, 당시 대형 컴퓨터 시장의 거인이던 IBM은 콧방귀만 뀌었죠. 하지만 지금 전 세계에서 팔리는 컴퓨터의 80% 이상이 퍼스널 컴퓨터입니다." - 211~212쪽, 'Step8 전지훈련과 연습게임' 몇 토막
신경영은 "미국의 초기 퍼스널 컴퓨터 시장은 스티브 잡스의 애플과 HP가 독과점에 가까운 주도기업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처음 마이클 델이 주문형 조립 PC를 들고 나왔을 때 완성품만을 팔던 컴퓨터 딜러와 대리점들은 공장도 창고도 제대로 없는 델을 비웃었지만 지금은 미국에서 팔리는 데스크탑 컴퓨터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수량을 델 컴퓨터가 팔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야구는 이를 야구에 견준다. 메이저리그를 주름 잡고 있는 선수들이 WBC 경기에서 형편없는 성적을 거둔 것은 이 대회를 중요하게 보지 않고, 이 대회에 맞춰 몸을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애플과 HP 제품만 믿고 있던 컴퓨터 딜러와 대리점들이 공장과 창고도 없는 델을 비웃다가 한순간에 주저앉고 만 것처럼 말이다.
신경영은 서양인과 동양인이 다른 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서양은 모든 사물이 우주라고 하는 거대한 기계의 부속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동양은 모든 사물이 전체를 이루는 살아 있는 생물"이라고 본다는 것. 사고가 이러하니 특히 WBC 경기처럼 국가를 상대로 하는 경기에서는 동양이 서양보다 앞설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샌드위치 맛은 꽉 찬 속이 결정한다
"김야구:그럼 시장의 차이 때문에 대한민국은 아무리 야구를 잘 해도 규범을 창조하는 선도자는 될 수 없다는 말씀인가요?
신경영:유병률이 지은 <딜리셔스 샌드위치>라는 책을 보면 재미있는 비유를 들고 있습니다. 원래 비즈니스의 문화적인 틈새를 다루는 책이지만, 다른 측면에서 중국과 일본이라는 거대시장에 꽉 끼여 있는 대한민국 경제의 신세를 비유하는데 쓰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약하고 양국이 강할 때는 양국의 등쌀에 힘든 처지를 당하게 되지만, 우리가 강할 때는 두 개의 큰 시장을 양손에 들고 큰 성공을 누릴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 382~383쪽, 'Step14 결승 일본전' 몇 토막
'딜리셔스 샌드위치'란 아주 맛있는 기분 좋은 샌드위치라는 뜻이다. 유병률은 이 책에서 "샌드위치는 양쪽에 받치고 있는 빵이 더 크고, 두 빵 사이의 속은 양으로 봐서는 더 작다. 하지만 샌드위치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그 속이다"라고 말한다. 이를 야구에 비춰보면 빵 두 개는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 샌드위치 속은 우리나라 야구를 뜻한다.
왜 그럴까. 미국이나 일본 프로야구는 덩치는 엄청 크지만 그 속에 든 선수들은 모두 따로 놀고 있기 때문에 두 빵 사이에 든 속은 더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야구는 투수와 타격, 주루, 수비가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두 빵 사이에 든 속이 꽉 차 있을 수밖에 없다. 샌드위치 맛을 내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속 아니겠는가.
김용만 신재훈이 지은 <야구 보는 CEO>는 감독과 선수단을 뽑는 순간부터 야구 경기 마지막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연장 명승부 결승전까지 한눈에 읽을 수 있는 '야구 사리' 같은 책이다. 특히 야구를 리더십, 인재경영, 외부환경 분석, 저원가 전략, 경쟁사 전술 역이용, 신성장 전략에 이르기까지 '경영'이란 거울로 비추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10년을 여는 새로운 '딜리셔스 샌드위치'라 할 수 있다.
야구는 경영이다
박남규(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내가 책을 읽는 것인지, 아니면 한 편의 멋진 드라마를 보는 것인지 쉽게 구분하기 힘이 든다"며 "한 게임 한 게임 흥미진진하게 벌어지는 WBC 장면들을 지켜보면서 독자들은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것처럼, 순간순간에 내재되어 있는 기업경영의 핵심 요소들을 체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신영철(SK와이번스) 대표이사는 "야구는 경영이다! 이 책은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경기에서 영광의 준우승을 거둔 한국 야구대표팀의 사례를 바탕으로 야구와 경영을 접목시키고 있다"며 "야구와 기업의 경영은 조직의 근간이 되는 사람을 중심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많은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용만은 광주에서 태어나 해태 타이거즈 첫 우승을 보며 야구에 빠지기 시작했다. 서울대합창단 단장과 전국대학합창협의회 초대 의장을 지냈고, '다이하드' 등 영화번역가와 클래식 음악분야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지금은 한국문화예술경영인협회 회원, 문화예술경영학회 회원, WECEO 문화경영 주임강사, PTPI 회원, 이원국발레단 기획위원을 맡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한여름 밤의 꿈> <좋으실 대로>가 있으며, TV프로그램 EBS '바흐에서 바르톨리까지' 등 300여 편, 영화 '다이 하드', '백야' 등 300여 편이 있다. 지은 책으로는 전막발레 <오즈>, 뮤지컬 <미러클메이커>, 학습서 <쇼킹한 논술> 등이 있다.
신재훈은 서울에서 태어나 신라문화장학재단이 연 대학생 논문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앤더슨컨설팅(현 Accenture)과 (주)선경(현 SK Networks)을 거쳐 삼성SDS 컨설팅 본부에서 일하며, 공공 ․ 제조 ․ 금융 부문 컨설팅을 맡았다. 그 뒤 삼성 전략인재로 뽑혀 미국 시카고 대학교(The University of Chicago)에서 MBA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서비스 사이언스>, <핵심정보기술총서> 등이 있다. 지금 삼성SDS기술사회 회장, 지식경제부 서비스 산업 선진화 자문위원, 지식경제 통합기술청사진 기획위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제품-서비스 융합포럼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0.01.15 19:02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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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보는 CEO - WBC 경영학에 도전하다
김용만, 신재훈 지음,
바보새,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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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보는 CEO가 경영에서도 '만루홈런'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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