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좌귀부의 중간에 만들어 놓은 비좌. 귀부의 크기에 비해 작은 비좌가 어울리지가 않는다.
하주성
또 하나는 이 거북이 형태로 다듬어 놓은 귀부의 뒤편 우측 꼬리 부분이다. 꼬리 부분에는 돌을 쪼아 내려는 듯 여러 개 구멍이 나 있다. 이렇게 일렬로 나 있는 구멍으로 보아, 이 귀부는 미완성작일 것으로 추정된다. 미완성으로 남아 있는 귀부라면 이해가 간다. 귀부를 조성하기 위해서 조각을 하는 도중에, 중단이 되어 그대로 방치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다시 이해가 가질 않는다. 적어도 석굴식으로 만든 석불입상이나 오층석탑 등 모든 것이 다 완성이 된 절에서, 왜 유독 이 귀부만 완성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미륵리 귀부가 주는 의문점미륵리 사지에는 현재 5점의 문화재가 있다. 첫째는 하늘재 입구에 서 있는 삼층석탑이다. 이 석탑은 신라탑의 양식을 따른 고려 초기 탑이다. 그리고 본존불인 보물 제96호 석불입상이다. 이 석불입상은 고려 초기에 조성된 충청도 석불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불상은 북쪽을 바라보고 있는 석굴식 법당의 주존불이다. 석불입상과 오층석탑의 사이에는 석등이 서 있고, 그 앞으로 보물 제95호인 오층석탑이 서 있다. 이 석탑 역시 고려 초기 탑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경내에는 당간지주와 불좌대 등 많은 석조물들이 남아있다. 이를 토대로 본다면 이 미륵리 사지의 창건 당시의 사격이 어느 정도였는가 가늠이 간다.
이 몇 기의 문화재의 연대가 모두 고려 초기의 것으로 밝혀져, 미륵리 사지는 고려 초기에 있던 미륵대원이라는 절이었을 것으로 본다. 이 미륵대원은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가는 도중, 이곳에 석굴을 짓고 불상을 세웠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리고 석불이 북쪽을 향하고 있는 것은, 북녘을 호령하던 옛 고구려의 영토를 회복하겠다는 고려의 의지가 깃들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귀부는 언제 조성이 된 것이며, 무슨 연유로 이렇게 거대한 돌 거북을 조각한 것일까?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가는 점이 있다. 이 거북의 머리가 왜 북쪽을 향하고 있을까 하는 점이다. 본존불인 석불입상과 같이 북쪽을 향하고 있다는 것은, 고구려의 영토를 회복하기 위한 염원에서 조성이 되었다면, 이것을 귀부로 보아야 할까 하는 점이다. 고려 초기 인근의 사지인 원주 부론의 사적 제168호인 거돈사지와, 사적 제466호 법천사지도 같은 고려 초기에 세워진 절이다. 이곳에도 비가 서 있으며 이 비의 귀부는 동일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즉 용머리에 거북의 몸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