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회가 부럽고 부끄러운 또 하나의 이유

일본의 도쿄지검 특수부와 한국의 대검 중수부

등록 2010.01.19 10:52수정 2010.01.19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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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정·관계는 '곶감' 소리에 벌벌 떠는 호랑이와도 같이, '도쿄지검 특수부'라는 단어만 들어도 오금 저려한다. 실제로 일본의 정·관가에는 "도쿄지검 특수부에 잡히면 핏줄까지 벗겨진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데 이는 일본 국민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를 받고 있는 도쿄지검 특수부의 존재를 상징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1948년의 쇼와전기사건과 1968년의 일본통운사건을 거쳐 1976년의 록히드사건 및 1988년의 리크루트사건 그리고 1993년의 제네콘(종합건설회사) 스캔들 등과 같은 권력형 비리에 대한 철저한 추적과 단죄를 통해 오늘날의 명성을 부여 받게 되었다.

 

록히드사건 당시, 도쿄지검 특수부장이 전직 총리이자 일본정계의 막후 실력자였던 다나카 가쿠에이를 기소하며 밝힌 "오직 증거를 따라 여기까지 왔을 뿐"이라는 한마디는 아직도 일본사회에서 널리 칭송되고 있다. 제네콘 스캔들을 파헤칠 때는 일본 정계와 건설업계로부터 '검찰파쇼론'이라는 반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국민들은 "정치인들에게는 파쇼일지 모르나 국민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영웅"이라며 전국민적 성원을 보냈으며 일본 언론 또한 "악취로 만연된 정계에 검찰이 강력한 폭탄을 던졌다"고 평가하였다.

 

그러한 도쿄지검 특수부가 또 다시 등장했다. 일본 정계의 최고 실세요 살아있는 권력이라 일컬어지는 오자와 민주당 간사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사에 나선 것이다. 오자와의 정치적 대부였던 다나카 전 총리나 자민당 시절 그의 최대 후원자였던 가네마루 신 전 자민당 부총재 또한 불법 정치자금 때문에 도쿄지검 특수부에 의해 체포된 바 있다. 한번 칼을 빼면 철저히 단죄하는 도쿄지검 특수부임을 고려할 때, 오자와씨 개인의 간사장직 사퇴 및 검찰 출두 압력뿐 아니라 하토야마 민주당 총리의 정권 운영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그런데 새해 벽두부터 일본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이와 같은 모습 속에서는, 한국에서라면 이미 불거져 나올 법한 정치적 음모 시비가 전혀 찾아지지 않는다. 보수 성향이건 진보 성향이건 관계 없이 일본 언론들 또한 오자와씨가 정치적 대부들의 전철을 피할 수 있을 지의 여부에 대해 연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이번 수사에 대한 '정치적 의도' 등과 같은 보도는 전혀 내보내지 않고 있다. 살아있는 권력이라도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그 서슬퍼런 칼날을 들이대 온 도쿄지검 특수부의 지나온 궤적과 이를 바라보는 일본 사회의 깊은 신뢰와 지지 등이 정치적 논란을 무의미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으로부터 이러한 소식을 접한 한 중국인이 한국에 대해 물어왔다. 동일한 자유민주주의체제 하의 우리 상황은 어떠냐는 것이다. 순간 부러움이 부끄러움으로 변하는 내 표정을 보고 당황해 하며 사과하는 그의 모습에 수치스러움마저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덧붙이는 글 | 중국 상하이 동화대학 우수근 교수/국제관계학

2010.01.19 10:52ⓒ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중국 상하이 동화대학 우수근 교수/국제관계학
#도쿄지검 특수부 #대검 중수부 #국민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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