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관리공단, 북한산 케이블카 추진?

연구용역 발주해 타당성 검토... 환경단체 "국립공원 보전 임무 망각"

등록 2010.01.20 18:50수정 2010.01.2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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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9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케이블카 추진 환경부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환경단체들

19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케이블카 추진 환경부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환경단체들 ⓒ 성하훈


전국 국립공원의 관리 및 보전을 담당하고 있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최근 북한산에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환경부가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고 케이블카를 부추기더니 이제는 국립공원관리공단마저 나서 케이블카를 추진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지리산 설악산 등 케이블카 추진이 예상되는 주요 명산에서 펼치고 있는 1인 시위가 100일을 넘어선 시점에서, 국립공원을 지켜내야 할 관리공단까지 케이블카 추진에 나서는 모습에 관리공단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국립 도립 군립공원 안 케이블카 반대 전국대책위(이하 대책위)'는 19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환경부가 케이블카 건설을 위한 자연공원법 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과 이명박 정부의 개발정책 포기 및 북한산 케이블카 추진 연구 용역을 당장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환경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최근 '북한산국립공원 탐방문화 개선 대책 수립을 위한 조사 연구용역(이하 연구용역)'을 발주했는데, 핵심 내용은 로프웨이(케이블카) 설치다.

또한 이들은 겉으로는 탐방 문화 개선으로 포장했지만 실제로는 케이블카 추진 논리를 내세운 사전 조사이며, 환경부도 모자라 이제는 국립공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국립공원관리공단까지 나서는 모습이라면서 분개했다.

국립공원보전 책임 기관이 케이블카 추진하다니

a  로프웨이(케이블카) 검토에 대한 내용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북한산 탐방문화 용역 계획서 내용 중 케이블카 관련 부분

로프웨이(케이블카) 검토에 대한 내용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북한산 탐방문화 용역 계획서 내용 중 케이블카 관련 부분 ⓒ 성하훈


환경단체가 입수한 관리공단 조사 연구용역 계획서 내용을 살펴보면 이번 용역이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라는 것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탐방객 급증에 따라 발생하는 샛길 확산 및 훼손 최소화, 생태계 훼손 예방을 위한 편의시설 개선 계획이 목적인 연구용역에는 환경부가 2008년 12월에 마련한 '자연공원 로프웨이 설치 운영 가이드라인'의 합리적 적용 및 운영방안 마련도 포함돼 있다. 생태 환경 훼손 예방을 내세워 케이블카 활용 방안을 모색하려는 의도로 엿보인다.

또 연구용역 계획 중 절반이 케이블카와 관련된 내용으로 대상지 현황 조사 및 여건 분석이 들어가 있다. 더불어 대상지별 강점과 약점, 기회 요인, 위험 요소 등 도출, 강화전략, 다양화 전략, 보완전략, 회피 전략 등에 대한 분석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사실상 케이블카 추진을 위한 사전 작업임을 명시하고 있다.


연구용역은 또한 국내 및 선진 외국의 케이블카 설치 및 운영 특성 검토를 통해 3개 이상 노선을 선정해 장단점을 비교하고, 이용 수요 분석 및 '케이블카 구동 방식 및 수송 능력, 최대 속도, 탑승 인원 등의 특성도 분석토록 했다.

이어 연도별 투자비 및 비용·수익 추정 검토, 케이블카 사업 주체(지자체, 민간, 국가별)가 누가 되느냐에 따른 장단점 분석과 함께 설치에 따른 생산 유발 효과, 고용 유발 효과, 소득 증대 효과 등도 파악하도록 해 근본목적이 케이블카 추진에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환경단체 측은 정부가 '지리산 설악산 등 주요 명산에 대한 케이블카 설치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북한산으로 방향을 돌려 다른 산에 추진하기 위한 근거를 만들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케이블카라는 것이 한 곳이라도 허가가 나면 다른 지역도 연쇄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사안인지라 북한산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연의 임무 팽개친 국립공원관리공단

그런데 문제는 환경부도 모자라 이제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케이블카 추진에 직접 나섰다는 사실이다. 이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설치 규정에도 어긋나는 행동으로 '케이블카 설치에 대해 환경부의 전위대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은 본연의 업무를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 환경단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케이블카 연구 용역은 케이블카 설치를 원하는 지자체들이 가장 먼저 시작하는 준비 작업이다. 케이블카를 추진하는 지자체들은 경쟁적으로 연구 용역을 발주해 케이블카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듯 자치단체가 나서서 해야 할 작업에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직접 나섰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케이블카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야할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연구 용역까지 발주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환경단체의 한 관계자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환경부의 지휘 감독을 받고 있는지라 환경부 쪽의 지침을 받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환경부 장관이 나서서 케이블카를 장려하더니 이제는 관리공단까지 앞세워 케이블카를 밀어 붙이려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정부 기관들이 케이블카에 혈안이 돼 본연의 임무와는 전혀 다른 상반된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연구용역은 타당 여부만 알아보려는 것"

a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북한산국립공원 탐방문화 개선 대책 수립을 위한 조사 연구용역' 지시서. 로프웨이(케이블카) 검토가 핵심을 이루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북한산국립공원 탐방문화 개선 대책 수립을 위한 조사 연구용역' 지시서. 로프웨이(케이블카) 검토가 핵심을 이루고 있다. ⓒ 성하훈


이에 대해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실무관계자는 "연구 용역은 케이블카 설치가 타당한지 아닌지에 대한 여부를 알아보려는 작업일 뿐 환경단체의 주장처럼 케이블카를 추진하는 작업은 아니라"고 말했다. "공원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기관으로서 지자체의 케이블카 설치 요구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연구용역 내용의 목적에 나와 있는 내용대로 북한산 탐방문화 개선과 관련해 다양한 대안을 마련해 보려는 것"이며 "케이블카는 그 개선 방법 중 하나로,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여러 방안을 분석해 보고 타당성이 있는 부분인지를 정확히 알아보기 위한 기본 작업"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쪽으로부터 지침을 받아 시행하는 것 아니냐는 환경단체들의 의문에 대해서는 "환경부와는 관계없으며 관리공단이 자체적으로 결정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 관계자는 "북한산은 성북구와 은평구 쪽에서 케이블카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무 기관이 아무 대책도 없이 손 놓고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하고 "지자체들이 케이블카를 설치해 운영하게 될 경우 탐방객들의 통제가 어려울 수 있지만, 관리공단이 운영 담당을 맡을 경우 통제에 유리한 부분이 있어서 여러 가지 안을 생각해 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억대 비용 들여 타당성 여부만 알아보는 곳 없다"

그러나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이 같은 입장에도 불구하고 연구 용역 예산으로 1억 원이나 투입되는 실정에서 관리공단 측의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 케이블카 용역을 발주한 지리산 지역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연구 용역이라는 것이 겉으로는 타당성을 말하지만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용이 1억 넘게 들어가는 작업인데, 단순하게 불가능하다는 것 확인하려고 돈 들이는 곳이 있겠습니까? 그런 곳은 전혀 없습니다. 타당성 조사 연구 용역이란 기본적으로 위치와 시설 규모, 수익성 등 경제성이 높은 가장 최적의 케이블카 노선을 찾기 위한 작업이지 타당성만 검토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이번 연구용역에서도 드러난다. 대상지의 접근성을 알아보려는 교통 인프라 현황과 이용 수요 예측, 수익 추정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일반 지자체들의 케이블카 연구용역과 차이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케이블카 검토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말한 강북구(관계자는 성북구라 말했음)과 은평구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으며 현재로선 실행 의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 관련법 위반 전력 낙하산 이사장 내려오더니

a  케이블카 반대 구호를 들고 있는 환경단체 회원들

케이블카 반대 구호를 들고 있는 환경단체 회원들 ⓒ 성하훈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행동에 어이없어 하면서 근본적으로 이사장 자질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환경부 산하 기관으로서 케이블카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은 이해하려고 했는데, 도리어 앞장서는 모습은 청와대와 가까운 이사장 때문으로 보는 분위기였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윤주옥 사무처장은 "케이블카 반대 시위를 펼칠 때도 공단 측이 '이명박 정권 규탄' 구호가 들어간 플래카드만 골라서 훼손했고, 대통령 이름을 넣지 말라는 요구를 한 적이 있다"며 "낙하산으로 내려온 공단 이사장이 청와대와 긴밀한 관계이다 보니 위쪽의 의중에 따라 알아서 움직이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더라도 국립공원 보전책임을 갖고 있는 관리공단이 케이블카 설치에 나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맡겨진 본연의 역할과 전혀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케이블카 반대 대책위는 19일 성명에서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자들이 케이블카 타당성 조사를 위한 용역을 발주하는 것은 화약고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며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진정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조직인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하고 '북한산 탐방문화개선 관련 연구 용역조사 반대 및 중단을 촉구했다.

녹색연합 고이지선 국장은 "국립공원관리공단 실무자들은 단순 타당성 조사라고 변명하고 있지만, 케이블카 추진이 명백한 것이기에 이사장을 면담해 항의할 생각이라며 정치권을 통해서도 문제제기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기관이 설립 목적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엄홍우 이사장은 임명 당시부터 부적절한 인사라며 환경단체들의 반대가 심했던 인물이다. 특히 환경 관련법('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 받은 사실과 18대 총선 한나라당 공천 탈락 등으로 낙하산 논란이 무척 거셌다. 업무와 연관성 없는 환경 관련법 위반자가 대통령 선거에 따른 논공행상 차원으로 국립공원의 수장이 된 것에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컸는데, 이런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다.
#케이블카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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