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식애예촌망 해식애
김강임
예촌망 해식애 연인들의 아지트남원포구에서 13km 떨어져 있는 그곳이 바로 예촌망이다. 제주도에서 '망'이란 봉수대를 올린 오름인데 예촌망 어디에서도 오름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정의현의 구산봉수와 연락을 주고 받았다'는 예촌망 봉수터는 1960년대 이후 감귤원이 조성되면서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곳에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한 해식애(해식과 풍화 작용에 의하여 해안에 생긴 낭떠러지)가 일품이었다. 버들강아지와 가는 모래위에 자연발생적으로 솟은 기암괴석은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예술작품 같았다.
그 해식애 아래로 바다로 통하는 길이 나있었는데, 그곳은 연인들이 숨을 만한 아지트 같은 길이다. 은신처 같기도 하고 유배지처럼 오시록해서 감정이 솟아나는 길이었다.
빗속을 걸으며 먹는 비스킷과 빗물3시간 40분 정도를 걷다보니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이때 배낭에서 꺼낸 비스킷 맛은 일품이었다. 때마침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졌다. 아삭아삭 입안에서 버무려지는 고소한 비스킷과 입속에 스며드는 빗물을 함께 먹는 맛이란…. 아싸! 환상이다. 겨울 길을 걷는 재미가 이토록 흥겨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