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표3수도권 주요 아파트 단지 실거래가격 추이(국토해양부 자료를 이용해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작성)
김광수경제연구소
서울과 경기도 주요 도시들과는 달리 2007년 이후부터 오르기 시작한 인천시의 경우 2008년 상반기에 고점을 찍었으나 대체로 2009년에도 고점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여기에서 모두 소개할 수는 없으나 수도권 대부분 주요 도시의 아파트 가격은 대체로 이와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위에서 본 것처럼 '부동산 1번지'라는 서울 강남 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경기도의 주요 도시 대부분 지역에서는 실거래가 기준으로 2006년 말 고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걸어 가장 최근의 국토부 실거래가 지수가 발표된 2009년 9월 시점까지 평균적으로 고점대비 최소 15% 이상 떨어진 가격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국토부 실거래가 지수에서 수도권의 경우 2006년 12월의 지수가 127.5이므로 2009년 9월의 가격이 이보다 15% 가량 떨어진 지수가 나와야 정상이라고 할 수 있다. 설사 2006년 말 이후 '버블 세븐'을 비롯, 수도권 주요 도시의 실거래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남은 투기 수요가 경기 동북부와 이른바 '노도강' 등 서울 동북 3구 등으로 유입되면서 2008년 상반기까지 오른 것이 다른 수도권 주요 도시의 실거래가 하락을 상쇄했다고 치더라도 2009년 9월의 실거래가 지수가 2006년 고점 수준을 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데 2009년 9월의 수도권 실거래가 지수는 2006년 말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147.0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토부가 발표한 실거래가 지수가 한 마디로 현실과 동떨어진 또 하나의 엉터리 통계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국민은행 호가지수의 문제점을 개선·보완하기는커녕 오히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가격지수를 만들어낸 셈이다.
실거래가 지수, 조작 난무 부동산 시장에 혼란 가중그러면 이처럼 국토부 실거래가 지수가 엉터리 가격지수가 된 이유는 뭘까. 국토부가 구체적인 지수 작성 방법이나 이에 사용된 표본 등에 대해 공개하지 않고 있으므로 현재로선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한두 가지 이유를 추정해 볼 수는 있다. 국토부 설명에 따르면 실거래 가격지수는 미국의 대표적인 주택가격 지수인 케이스‐실러 지수의 기법을 본 따 2번 이상 반복 거래된 동일주택의 가격 변동률로 지수를 산정하는 '반복매매(repeat sales)' 모형을 사용해 작성됐다고 한다.
다만, 한국적 특성에 따라 아파트의 단지·면적·동·층그룹(저층·중간층·최상층 등)이 같은 아파트는 동일한 주택으로 간주했다고 한다. 이 같은 지수 작성 방법과 대상기간 아파트 거래의 특성 때문에 현실과 달리 특정 면적형이나 유형의 아파트 거래 비중이 과다 반영됐을 수 있다. 예를 들어, 2007년 주택시장 침체기간 동안에도 상대적으로 소형 아파트는 거래도 비교적 활발했고, 가격도 중대형과는 달리 강세를 나타내는 지역이 많았다. 또 2007년 이후로는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지역을 대상으로 한 투기적 거래가 전반적인 시장 침체 속에서도 비교적 활발했는데, 이 같은 투기적 거래가 과다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경우야 어찌됐든 이처럼 시장상황 때문에 나타난 일부의 양상이 과대 반영되는 경우라면 이를 보정하면서 전반적인 주택시장의 현실을 더 잘 반영하는 방식으로 지수를 작성했어야 옳다. 통계나 각종 지수는 개별적 사례들만으로 파악하기 힘든 사회, 경제적 현상 등을 수치화해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로서는 사회, 경제적 현실을 정확히 파악해야 올바른 정책적 처방을 내릴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실태를 정확히 파악한다는 명목으로 많은 인력과 예산을 쏟아 붓고도 그 결과는 오히려 현실을 왜곡하는 지수를 내놓고 말았다. 이러니 실거래가 지수가 발표되자마자 상당수 언론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만 것이다.
사실 각 정부 부처가 작성한 통계의 정합성이 떨어지거나 현실과 동떨어지는 경우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하는 부동산 관련 통계 또한 마찬가지다. 위에서 언급한 가격지수 외에 아파트 거래량의 경우에도 2009년 5월부터 그동안 거래량에서 제외해온 이른바 '부적정 하한가' 거래 사례 건수를 거래량에 포함시켜 갑자기 거래량을 늘리기도 했다. 또 미분양 물량 통계는 아예 사실상 건설업계가 마음대로 조작하는 통계에 가깝다. 건설업체가 신고하는 수치를 국토해양부가 단순 집계해서 발표하는 것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실거래가 지수 또한 정부의 고의 여부를 떠나 결과적으로 실거래가 기준으로 주택가격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현실을 호도하고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줘 가뜩이나 사기와 조작이 난무하는 부동산시장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바로가기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김광수경제연구소는 정직하고 도덕적인 지식의 생산기관을 자임하며 건강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