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도시보다는 유쾌한 시골이 좋다"

귀농한 이한규·양희숙 부부 "정보 수집이 귀농의 성공 열쇠"

등록 2010.03.04 18:15수정 2010.03.0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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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귀농, 귀촌 인구, 제대로 준비해야

 

a 성공한 귀농인 충남 소원면으로 귀농한 이한규(58), 양희숙(57) 부부는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성공하는 귀농의 조건이라고 말한다.

성공한 귀농인 충남 소원면으로 귀농한 이한규(58), 양희숙(57) 부부는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성공하는 귀농의 조건이라고 말한다. ⓒ 정대희

▲ 성공한 귀농인 충남 소원면으로 귀농한 이한규(58), 양희숙(57) 부부는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성공하는 귀농의 조건이라고 말한다. ⓒ 정대희

대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흔히들 나이가 들면 시골에서의 전원생활을 꿈꾼다. 조용하고 아담한 시골집에서 따뜻한 아침햇살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 녹색빛 자연에 저절로 미소 짓게 되는 그런 꿈을...

 

그러나 현실에서 귀농, 귀촌 생활은 생각만큼 녹록치 않다. 물론 귀농, 귀촌을 결정하기까지도 어려움은 많다. 아직 시골은 모든 면에서 '낙후된 곳'이란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엔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귀농, 귀촌을 결심하는 계층이 기존 50~60대에서 30~40대로 확대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귀농, 귀촌을 결심하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성공적인 귀농, 귀촌생활을 위해 필요한 조건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다. 이는 아무런 준비 없이 무턱대고 '농사나 짓고 살겠다.'는 생각으로 귀농, 귀촌해 실패할 경우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귀농에 성공한 이한규, 양희숙 부부

 

지난 2003년 4월. 태안군 소원면으로 귀농한 이한규(58), 양희숙(57) 부부는 농촌체험학습장인 '뜨락愛'를 운영하며 시골에 터를 잡은 성공적인 귀농을 일군 대표적인 케이스다.

 

물론 현재 이씨 부부가 주로 농촌체험학습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농사를 짓기 위해 농촌으로 돌아가는 현상을 뜻하는 '귀농인'으로 분류해 표현하기보다는 보다 포괄적인 개념의 농촌생활을 뜻하는 '귀촌인'이란 표현이 더욱 잘 어울리듯 하다.

 

그러나 이씨 부부도 처음 소원면에 삶의 터를 닦기 시작할 즈음에는 농사를 짓는 것이 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첫눈에 반한 시골마을에 터를 잡다

 

귀촌하기 전 이씨 부부는 인천시 부평에서 헬스클럽을 운영했다. 그러나 동사무소 등에서 헬스장을 무료로 운영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경영에 차질이 빚기 시작했다.

 

이 무렵 남편 이한규씨는 오랜 동안 꿈꿔왔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시골로 내려가자는 의사를 부인 양희숙씨에게 전했다. 슬하에 자식들도 모두 장성했기에 굳이 더 이상 도시생활을 고집할 이유도 없었다. 부인 양씨도 결혼 초기부터 남편이 '언젠가 아이들이 크면 시골에 내려가서 노년을 보내자'라는 말을 꾸준히 해 왔기에 고민 끝에 귀촌을 결심하게 됐다.

 

소원면에 터를 잡기 전 약 2년여 동안은 강원도와 충남 내룍 지역 등으로 땅을 보러 다니는데 시간을 소비했다. 그러나 마땅히 눈에 들어오는 곳이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시골의 한적한 마을이 첫눈에 마음에 쏙 들었다. 그게 지금 살고 있는 집터다.

 

이씨는 "사실 처음에는 바닷가 근처에 살고 싶은 마음보다는 내륙지역에 살고 싶었다. 그런데 별다른 기대 없이 지인과 함께 지금의 집 터에 막상 와보니 너무 맘에 들어 그 자리에서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시골생활이 답답해 우울증 걸린다고? 그건 모르는 소리고...

 

2003년 4월 소원면으로 이사 한 부부는 집을 수리하고 황토방을 만드는 등 참으로 바쁜 일과를 보냈다. 더욱이 남편 이씨는 집 앞 뜰에 계절마다 수확이 가능한 과일나무를 식재하고 온갖 종류의 채소도 심었다. 그 결과 과일과 채소 등을 모두 자급자족하는 이씨 부부는 최근 불거진 먹거리 안전에 대한 걱정은 없다. 그러나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반대로 노동시간은 배로 늘었다.

 

이씨 부부는 지금도 대도시에 살고 있는 주변 지인들을 만날때마다 '시골에서 살면 답답하지 않냐'는 질문을 듣지만 농촌생활이라는 것이 할 일이 하나 끝나면 또 다른 할 일이 생기는 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재생되기 때문에 오히려 도시에서보다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다고 답한다.

 

양씨는 "도시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시골에서 살면 답답해서 우울증 걸리지 않는냐?'고 질문하지만 그럴 겨를이 없다. 오히려 지금은 간혹 도시에 가면 공기도 탁하고 답답함을 느낀다. 시골에서는 계절마다 변하는 자연을 몸으로 느끼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씨 부부가 시골생활을 하다 보니 주변 지인들도 휴일이나 주말을 이용해 이들을 방문하는 횟수도 늘어갔다. 그 무렵 농업대학 출신인 이씨 주변 지인들이 농사정보와 귀농 지원 사업 등의 정보 수집을 위해 주변 농업기술센터를 이용해 볼 것을 권유했다.

 

성공적인 귀촌, "정보를 수집하라"

 

이렇게 군 농업기술센터와 인연을 맺은 이씨 부부는 최근 농사정보와 관련된 농업교육을 받게 됐고 친분을 쌓아 오던 해당 직원으로부터 농촌체험학습장을 운영해 볼 것 제안 받는다.

 

당시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은 농촌체험학습장을 운영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고민 끝에 이씨 부부는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결심을 하게 된다. 청국장 만들기와 천연염색 체험, 그리고 갯벌체험 등 농촌생활 체험이 두루 가능한 이씨 부부의 체험학습장에는 요즘 도시 아이들과 주부 등이 일 년 내내 찾아온다. 또, 이씨 부부가 손수 만든 청국장을 구입하려는 주문이 이어져 매일 청국장 만들기에 눈 코 뜰 새가 없다.

 

농촌진흥청의 지원으로 홈페이지를 만들면서부터는 그동안 텔레비전과 인터넷 없이 살았던 생활도 변했다. 체험학습장 운영을 위해 컴퓨터를 구입하고 인터넷을 설치했고 황토방에서 숙박을 희망하는 손님들이 많아져 앞으로 숙박시설을 확대할 계획도 세웠다. 앞서 부인 양씨는 최근 충남도농업기술원 농촌여성리더반 과정을 마치고 독일 민박농가, 프랑스 가공식품 농가 등에서 농촌관광의 노하우를 배워보는 유럽 선진농가 견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씨는 "최근에 귀농을 결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무턱대고 쉽게 생각하고 귀촌할 경우 실패할 확률이 높다"며 "요즘은 귀촌과 관련된 정책과 지원 사업이 다양해 이러한 정보를 최대한 수집한 후 귀촌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태안군은 귀농, 귀촌 정착 지원사업으로 ▲ 농업창업 지원사업 ▲ 주택구입 지원사업 ▲ 농가주택수리비 지원사업 ▲ 귀농인의 집 조성사업 ▲ 귀농 농업인턴사업 ▲ 귀농 컨설팅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군 농업기술센터는 귀농인의 영농정착을 위해 지난해 8월부터 교육을 실시했다. 또한, 귀농인의 영농기술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등 정보 공유를 위한 네트워크로 태안귀농애(태안을 사랑하는 귀농인모임)가 구성되어 있다. 

2010.03.04 18:15ⓒ 2010 OhmyNews
#태안군 #태안 #귀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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