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농업박물관에서 만난 옛 생활유물. 박물관에서 갖기 쉬운 아이들의 긴장감을 금세 풀어준다.
이돈삼
둘이서 사이좋게 타라는 의도였을까. 그네 두 개가 나란히 서 있다. 슬비와 예슬이가 그네를 굴려 앞뒤로 엇갈려 오간다. 한참 동안 그네를 타는가 싶더니 예슬이가 먼저 내려온다. 추워서 못 타겠다는 것이다. 손을 만져보니 차갑다. 얼음덩이 같다. 잠시 손을 녹이는가 싶던 예슬이가 또 어디론가 달려간다. 널뛰기가 있는 곳이다.
예슬이는 대뜸 널뛰기를 하자며 보챈다. 예슬이의 널뛰는 실력은 제법이다. 평소 겁이 많은 아이지만 널을 뛸 때만큼은 겁을 상실한다. 널판을 세게 굴려 높이 뛰어오른다. 예슬이의 뛰는 모습이 부러운지 슬비도 올라선다. 하지만 슬비의 뛰는 자세는 영 아니다. 놀이기구도 가리지 않고 타는 슬비지만 널뛰기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아이들이 즐겁게 뛰노는 걸 보고 있노라니 박물관에 들어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신통한 재주를 지니고 있다. 황량하던 박물관을 금세 재밌는 놀이터로 만들어 버린다. 전시관을 둘러보지 않았는데도 벌써 본전을 뽑은 것 같다. 그래도 오랜 만에 들어온 박물관인데 그냥 발걸음을 돌리기엔 왠지 서운하다.
전시관으로 향한다. 부담 없이 한 바퀴 돌아볼 요량이다. 전시관으로 가는 길에 초가집이 보인다. 지난해 가을걷이가 끝난 이후 새 이엉으로 엮었는지 지붕이 말끔하다. 초가 안에 디딜방아, 물레방아 같은 농사기구도 눈에 들어온다. 시간을 거슬러 옛날로 돌아간 것처럼 정겨운 풍경들이다. 돌장승과 솟대도 방문자를 반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