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31일 일제고사로 해직된 교사들이 해임 취소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뒤 일제고사의 부당성을 알리고 서울시 교육청에 복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입니다.
유영민
혹자는 이번에 새로 등장한 이 시험을 2008년까지 보던 '3학년 기초학력진단평가'와 혼동하기도 한다. 이 평가는 2002년 10월부터 보던 것으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7차교육과정을 시행하면서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진단해 미달하는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 표집평가 방식을 이용해 진행한 것이다. 하지만 2008년부터 평가방식이 전집평가로 변하면서 학생들이 거부하는 사례가 생기고, 4학년에도 진단평가가 있기 때문에 지난해부터는 통합해서 시행하고 있다.
시험 내용 또한 문제였다. 나도 2002년도에 3학년 담임을 하면서 첫시험을 보았는데, 담임이 파악할 수 있는 것보다 나을 것이 없었다. 최근까지도 마찬가지였다(관련기사:
초등학교 3학년 일제고사 평가지를 진단한다). 2009년 2월이 돼서야 "읽기, 쓰기, 셈하기의 기초학력의 개념부터 모호하다", "2007개정교육과정 때문에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등 문제를 제대로 분석한 기초학력 평가공청회가 마련됐었는데, 어느새 시험 자체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기본 연구도 충분히 하지 않고 몇 년씩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또 더 어린 학생들을 누가, 무슨 권리로 실험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일까? 흔한 보도자료와 홍보 한 번 없이 3학년 시험을 보겠다고 나선 것은 대체 누구인가. 일제고사를 총괄하는 교과부가 당당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교과부의 뒷걸음질? 시도교육감의 횡포? 이번 일제고사 언론보도를 보면 전과 달라진 것이 많다. 전국 일제고사가 시작된 건 2008년도부터다. 교과부는 2008년 학교교육과정계획이 다 마련되고 봄방학이 시작됐을 때 갑자기 전국 단위 진단평가와 10월 일제고사 전수평가계획을 발표했다.
2009년에는 전국 점수 발표 뒤에 임실의 조작사건으로 망신을 당한 뒤 10월 평가만 교과부 주관이고, 3월 진단평가는 시도교육감 협의회 주관으로 한다고 책임을 미뤘다. 그래도 홍보는 교과부 몫이었다.
2010년에는? 교과부는 학업성취도 평가 보도자료만 냈다. 3월과 12월의 시도교육감 협의회 주관 평가는 보도자료에 안내조차 하지 않았다. 왜 그럴까?
2008년-2010년 교과부의 진단평가 보도경향 변화 |
■ 2008년 교과학습 진단평가 시행 계획 1. 목적 초4~초6, 중2·3학년용 교과학습 진단평가 도구를 개발·보급함으로써 교과학습 성취수준 파악, 부진학생 선별 및 기초학력책임지도 추진 지원 학생들의 성취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표준화된 평가도구를 개발·보급하여 학교 현장의 평가 방법 개선 선도
3. 기본방침 초4~초6, 중2·3학년용 교과학습 진단도구 개발·보급 및 결과 분석은 교육인적자원부에서, 평가 시행·인쇄·채점 등은 시·도교육청에서 시행
■ 2009년 교과학습 진단평가 시행 계획(3·1 교과부 보도자료) 붙임 1. 교과학습 진단평가 개요 □ 평가 목적 ○ 학년초에 학생들의 학력수준(출발점 행동)을 정확히 진단하고, 이에 맞는 학습지도를 위한 평가 □ '09년 세부시행 내용 ○ 대상 및 과목 : 초4~중3학년, 국·수·영·사·과학 ○ 시행방법 : 시·도교육청별 자체계획에 따라 자율 시행 ○ 평가문항 개발 : 부산시교육청 (부산교대 출제)
■ 2010년 교과부가 전혀 언급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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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는 시작부터 논란의 대상이었고, 지금은 법정에서도 법적 근거와 주체에 대해 다투고 있다. 특히 강원도에선 시·도교육감의 교과학습 진단평가 실시근거에 대한 법적 다툼을 하고 있고, 경기도에서는 학교 자율로 평가 할지 말지를 결정하여 교과부가 강행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2009년 12월 31일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체험학습을 안내했다는 이유로 6명의 해직교사들을 해임한 것은 징계권남용"이라고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해임 공포로 밀어붙인 일제고사가 법조계에서도 발붙일 곳이 없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교과부가 겉으로는 발을 빼는 것처럼 보이는데, 시도교육감 협의회는 오히려 시험을 늘리는 횡포를 부리는 것일까?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교과부는 연초에 창의·인성교육을 전면 확대하겠다며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이 발표를 보며 전국의 많은 교사들은 속으로 코웃음을 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교과부와 시도교육감 협의회는 논란의 핵심인 일제고사를 당장 폐지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 기사부터는 작년도 시험문제 분석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나온 일제고사 관련 보고서 내용를 토대로 일제고사의 문제점을 분석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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