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도 방파제 길이는?
남도 봄소식을 전해주는 곳, 오동도를 찾았다. 바닷바람이 어느새 까칠함이 사라지고 봄바람 마냥 부드럽게 살랑거린다. 아직 찬 기운이 남았지만 상큼하게 느껴지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오동도로 들어선다. 오동도로 들어가는 방파제 입구는 모터보트, 유람선을 타고 가라는 호객행위가 열심이다. 오동도까지 편안하게 모셔준다는 동백열차도 타고 가란다. 타고 갈까? 아니야. 봄기운을 느끼려면 방파제를 걸어가야겠지.
오동도로 연결되는 길은 방파제다. 방파제는 파도를 막기 위해 쌓은 둑으로, 여수신항을 개발하면서 1933년에 만들어졌다. 오동도를 중심으로 육지쪽이 서방파제, 바다쪽이 동방파제다. 무척 길다. 거리가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오동도를 연륙하는 방파제 길이만 무려 768m다. 오동도에서 바다 쪽으로 뻗어나가는 방파제가 418m니 방파제 끝까지 걸어갔다 오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먼 거리다.
도란도란 걸어가는 방파제 길
방파제에 많은 사람들이 걸어간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길이다. 바다를 양쪽으로 보면서 걸어가는 기분이 좋다. 방파제를 걸어가는 사람들 표정도 밝다. 가족과 집에서 못했던 이야기를 하고, 아이들과 손잡고 걸으면서 이야기를 들어준다. 연인들은 걷기만 해도 마냥 좋은 길이다.
방파제 옆으로는 유람선이 지나간다. 반대편 방파제 아래에서는 아줌마들이 갯일을 하고 있다. 굴을 따는 건 알겠는데, 해초는 궁금하다. 톳일까? 미안하지만 물어볼 수밖에 없다. "따는 게 뭐예요?" "우뭇가사리." 물이 찰 텐데. 갯바위 위를 건너다니면서 열심이다.
방파제를 건너오면 등대로 이어지는 산책로로 올라간다. 나무사이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좋다. 산책로는 나무를 베어내지 않고 나무와 어우러진다. 산책로 가운데로 나무들이 막아서고 있어 피해가기도 하고 만지며 가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좋다.
나무에 새긴 사랑맹세는 이루어졌을까?
동백은 아직 이르다. 나무마다 한 두 송씩 피어 있다. 서둘러 피었다가 추위에 시달려 검붉게 변한 빨간 꽃잎 속에는 노란 수술들이 부둥켜안고 있다. 붉게 뚝뚝 떨어지는 동백을 보려면 더 기다려야겠다.
오동도 숲은 동백나무, 후박나무, 식나무, 모밀잣밤나무 등 상록수가 주종을 이뤄 하늘을 가렸다. 섬의 유래가 된 오동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오동도 전설에 의하면, 멀고 먼 옛날 금빛 봉황이 오동숲에 날아와 오동열매를 따먹으며 놀았는데…. 봉황이 깃든 곳에는 '새 임금 나신다' 소문이 나자 왕명으로 오동숲을 베었다는데….
숲에는 후박나무가 우람하게 자라고 있다. 후박나무 두꺼운 껍질에는 낙서가 있다. 누구와 누구, 그리고 사랑표시. 연인들이 사랑에 눈이 멀어 나무를 도려내며 새긴 맹세다. 세월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굳은 맹세는 이루어졌을까? 새긴 사람들이 지금 와서 다시 보면 어떤 마음이 들까? 영원할 것 같은 사랑 때문에 나무를 아프게 하지 말자.
오동도에는 동백나무 아래 노천카페가 있다
산책로에서 벗어나 갯바위도 보고 온다. 바위에 앉아서 먼 바다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여유롭게 보인다. 노부부의 다정한 모습도 함께 어울린다.
오동도 한 가운데에는 등대가 섰다. 등탑이 높다. 엘리베이터도 있지만 계단으로 올라간다. 빙글빙글 올라간다. 생각보다 높다. 숨이 찬다. 등탑에 올라서면 사방이 바다다. 바다에 떠있는 커다란 배들이 멈춰서 있다. 배들도 휴일에는 쉴까?
등대 앞에는 노천카페가 있다. '동박새꿈정원'이란 팻말을 달았다. 이름이 예쁘다. 동백나무 아래에 탁자와 의자를 놓았다. 탁자마다 동백꽃을 한가득 놓아 장식했다. 탁자에는 동백차를 소개하는 안내문이 있다. 동백차? 피를 맑게 하고, 타박상이나 멍든 곳을 풀어주며, 자양강장, 지혈, 양혈, 화상 등에 효과가 있다고 적어 놓았다.
"동백꽃으로 만들어요?"
"직접 엑기스를 만들어서 물에 끓인 거예요."
한잔시켰다. 주전자에서 따끈한 차를 한잔 따라 준다. 동백나무 아래서 동백차 한잔이라. 분위기 좋다. 달다. 마치 아지랑이 피는 봄처럼 달다. 오동도에는 수줍은 봄이 살그머니 다가서고 있다.
2010.02.04 10:47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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