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초판세상에서 한권밖에 없는 『스물아홉 』 초판인쇄본입니다.
김작가
출판사 누리집을 검색하다보니, 소설집이나 시집을 낼 때에는 등단자여야 한다는 기준이 있었습니다. 다른 서적들은 온갖 잡다한 글이나 사진으로, 정말 돈내고 책 사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문턱이 낮은데(물론 저의 오만한 생각입니다만) 문학만은 그 선을 넘기가 너무 어렵다는 상실감에 빠졌습니다. 저는 소재라고 해봐야 특이할 것도 없고, 자극적이지도 않습니다.
제가 봐도 질 떨어지는 소설이라, 심사위원들 눈에 들지 않을게 뻔한데, 이 노릇을 어떡합니까. 돈만 있으면 출판해주지 않냐고요? 물론 그럴 겁니다. 그렇다고 이 졸작들을 돈들여 책으로 찍어낸다는 건,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놈의 알량한 자존심은, 정말 빵꾸똥꾸!!!
사실 지방에서 국문과 다녔는데, 소설창작수업 딱 한 강의밖에 없었습니다. 문예창작과가 보편화되기 이전이기도 했지만, 문제는 가르칠만한 교수가 마땅히 없었다는게 더 큰 문제였습니다. 평론을 하는 교수가 소설창작 수업을 맡다보니, 분명 창작 수업인데 매번 이상문학상 수상작만 분석했습니다. 기말고사대신 단편소설을 써서 내라고 했는데 저 빼고 아무도 써오지 않아, 기간이 더 연장될 정도로 학생들조차 소설쓰기에 무관심했습니다. 그게 현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해마다 신춘문예 응시자가 는다고 합니다. 저같은 루저들이 는다니... 요즘 여기저기 영화며 게임이며 인터넷이며 각종 콘텐츠에서 스토리텔링의 위상이 높아진 탓이기도 합니다. 여기저기 마구마구 이야기를 만들어내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습니다. 덩달아 신춘문예 경쟁률만 오르고 있습니다.
경쟁이 심하다보니 요즘 등단 작품들을 보면, 중견작가에 가까운 작품성과 독특한 문체, 기발한 소재까지 고루고루 갖춘, 아니 이 사람은 왜 이제야 등단한거야? 싶은 숨은 인재들이 많다는 걸 뼈져리게 느낍니다. 저처럼 순수한 기량의 작품들은 보기 드뭅니다. 이래서, 제가 미치는 겁니다. 도저히 서른되기 전에 등단하기 어려워질 것 같아서요!!
도대체, 이 놈의 등단제도는 없애면 안되나요? 소설의 질이 떨어질거라구요? 얼마 전 세계문학전집을 사서 작가 이력을 훑었는데, 우리나라 소설에만 언제 등단했는지 적혀있더군요. 저희의 기준으로 본다면, 노벨상을 받은 수많은 작가들은 등단하지 못한 작가인 건가요? 오히려 너무 엄격한 기준으로 소설을 자르는 건 아닐까요? 처음부터 새싹을 자르는 게, 발도 들여놓지 못하게 하는 게 좋은 걸까요? 심사위원들 눈에 맞는 작품 써내느라 고시를 치르듯 신문 성향분석하고 있는 꼴을 보고 있어야 하는건가요?
그리고! 왜 첫 장에 글쓴이의 프로필과 이력 따위를 적으라고 하는 겁니까? 누구누구 소설가 밑에서, 어디어디 대학원에서, 어느어느 유명한 대학에서... 그런 분들 합격된 거 보면, 정말 나 스스로 루저인가 싶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게다가! 왜 수상작 1편만 뽑습니까? 그것도 꼴랑 한 두명의 심사위원이!
제 소설집 제목을 『스물아홉』이라고 달았습니다. 지금의 저를 단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스물아홉은 서른되기에는 뭔가 하나 부족한 상태입니다. 숫자로도, 사회적으로도, 연애에 있어서도 불안정합니다. 경계에 있습니다. 저 스스로도 매달 월경하는 것 만큼이나 심경이 오락가락하는데, 여자나이 스물아홉되니 이것저것 정말 별 것아닌 것들이 저를 못살게 굴더군요(얼굴은 완소 동안인데 말이죠).
서른되기 전에 결혼하지 않으면 못한다(조건좋은 남자 만나야한다는 게 전제잖아!!), 서른살 여자 신입사원은 뽑지도 않는다(저, 경력 좀 되거든요!!), 서른 되기 전에 차는 있어야지(전 일부러 면허를 안따는거거거거거든요!!), 심지어 서른되기 전에 아이를 가져야 좋다(왜 저출산문제가 내 탓이냐고!!) 등등등등.
왜 이렇게 단서가 많이 붙는지, 자격증 시험이라도 봐야하는 건지 열불이 납니다. 제발, 제게 신경 꺼달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전 오히려 서른전에 등단하지 못해서 성장통을 겪고 있는데 말입니다. 차라리 자비출판을 했으니 어느정도 성공한 것 아니냐고 위로해주고, 서른전에 배낭여행은 갔다와야지라든가, 서른전에 연애는 많이 해봐야돼라는가 하는 건설적인(?) 덕담을 해주면 안될까요?? 잠깐 흥분해서 딴길로 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