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환과 추억의 소래철교에 비는 내리고

10일부터 통행금지, '생태문화벨트'로 탈바꿈시켜 상생해야

등록 2010.02.10 16:43수정 2010.02.1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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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시설공단(철도공단)이 2월 10일부터 시흥시 월곳과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를 연결하는 소래철교를 잠정 폐쇄키로 했다. 교량 하부에 부식이 발견된 데다 손상된 철교의 교대 및 교각하부가 해빙기에 더욱 위험해질 수 있어 안전상 철교를 폐쇄하기로 한 것. 

 

수인선의 한 구간인 소래철교는 시흥시 월곶동과 인천 논현동을 잇는 다리로 1935년 9월23일 민간철도회사인 조선경동철도주식회사가 인천-수원 간에 협궤철도 선로를 놓은 지 2년 뒤인 1937년에 개통돼 1995년까지 운행되어 오다 그 뒤로는 월곶에서 인천 소래포구로 건너가는 인도로만 사용되고 있다.

 

현재 소래철교는 건설교통부의 소유로 철도공단이 위임관리하고 있으며, 양 지자체에서 무상으로 사용 중에 있다. 철교의 전체 길이는 126.5m이고 이중 64.5m(51%)가 시흥시 구간이고 나머지 49%가 남동구청 구간이다.

 

통행금지, 시흥시는 찬성-남동구는 반대

 

 2월10일부터 통행을 금지한다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안내문이 나붙은 소래철교. 70년대 박정희 정권시절도 아닌데 때 아니게 통행금지에 걸려서 일까, 소래포구엔 하염없이 비가 내리고 있다.
2월10일부터 통행을 금지한다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안내문이 나붙은 소래철교. 70년대 박정희 정권시절도 아닌데 때 아니게 통행금지에 걸려서 일까, 소래포구엔 하염없이 비가 내리고 있다. 최영숙
2월10일부터 통행을 금지한다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안내문이 나붙은 소래철교. 70년대 박정희 정권시절도 아닌데 때 아니게 통행금지에 걸려서 일까, 소래포구엔 하염없이 비가 내리고 있다. ⓒ 최영숙

그러나 시흥시와 인천시 남동구청 간에 소래철교를 철거할 것인지 아니면 보존할 것인지를 두고 지난해부터 협의를 진행해 왔으나 입장 차이가 너무 커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래철교의 남동구 관할 쪽은 안전 위험성이 낮으나 시흥시 쪽은 위험성이 커지고 그에 따른 책임론이 대두되자 철도공단이 시흥시 측에 철거지시를 요청해 왔다. 그 뒤 남동구청이 소래철교 존속을 요구하며 협상을 벌여 왔으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월곶동 주민들은 환영하는 반면 소래포구 상인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휴일이면 3~4만 명이 찾는 소래포구로 인해 월곶 주변이 교통난과 주차난으로 몸살을 앓는 데다 쓰레기 몰래버리기 등으로 생활 환경이 악화되는 등 주민 불편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남동구는 소래철교가 역사적 문화적 가치만이 아니라 경제적 가치 또한 적지 않아 시흥시 측 구간의 보수비용을 부담해서라도 존치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안이 나오지 않아 이번에 장점 폐쇄키로 한 것이다. 

 

삶의 애환과 추억이 서린 '소래'를 생태문화벨트로 디자인하라

 

수인선 협궤열차 운행 중단에 이어 소래철교 마저 역사의 뒤안길로 묻힐지 그 운명은 두 지자체의 합의 여부에 달려 있다. 철도공단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소래철교를 철거할 방침이라고 통고해서다. 한국 사회의 근현대사를 묵묵하게 증언해 온 소래철교는 비단 역사적 가치만이 아니라 서민들의 애환과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곳이다.

 

이런 소래철교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연간 1천만 명이 찾아드는 소래포구를 지역문화상품으로 탈바꿈시켜 내는 것이다. 역사적, 문화적 보존 가치가 높은 소래포구를 중심으로 소래철교 인근의 시흥갯골생태공원과 갯골길 올레 그리고 소래 폐 염전부지를 하나로 묶는 '생태문화벨트'로 디자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참에 수인선 협궤열차 박물관도 건립한다면 시흥과 남동구가 상생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못해, 경우에 따라서는 대박을 터트릴 수도 있지 않을까? 

 

이렇게 대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래철교가 지자체간의 이해다툼과 님비 현상으로 사라진다면 소래포구에 내리는 비만큼이나 '소래'를 사랑하는 이들의 가슴 한켠은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소래'는 시흥시와 남동구청만의 '소래'가 아니라 삶의 애환과 추억을 간직한 모든 사람들의 '소래'이기 때문이다.   

 

실없이 놀러 오거나 관광하러 온 이들에게는 돈 계산하며 냉정하지만, 치열한 삶의 터전에서 땀 흘리는 이들과 한 움큼 추억을 간직하러온 이들에게는 한없이 다정다감하다는 소래포구. 그 소래포구를 걸죽하게 읊은 신경림 시인의 시 <간이역>을 떠 올리며, 70년대도 아닌 것이 때 아니게 통행금지에 걸린 소래철교의 시름을 달래본다.

 

<간이역>

 

배낭 하나 메고 협궤 철도 간이역에 내린다.

물이 썰어 바다는 먼데도

몸에 엉키는 갯비린내

비늘이며 내장으로 질척이는 수산시장

손님 뜸한 목로 찾아 앉으니

처녀적 점령군 따라 집 떠났다는 황해도 아줌마는

갈수록 한만 늘어 대낮부터 사연이 길다

 

갈매기가 울고 뱃고동이 울고

긴 장화로 다리를 감은 뱃사람들은

때도 시도 없이 술이 취해 유행가 가락으로 울고

배낭 다시 들쳐메고 차에 오르면

폭 좁은 기차는 마차처럼 기우뚱대고

차창으로 개펄이 긴

서해바다 가을이 내다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그래스루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소래포구 #소래철교 통행금지 #시흥갯골생태공원 #소래 폐 염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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