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 저항시집 '어느 침묵하는 영혼의 책' 출판기념회 참석자들.
최방식
시집은 14명 시인의 작품 네다섯 개씩을 모은 것이다. 따킨 꼬더 마잉(Thakhin Kodaw Hmaing), 저지(Zowgyi), 민 뚜운(Min Thuwun), 다공 따야(Dagon Taya), 띤 모(Tin Moe), 마웅 스완 이(Maung Swan Yiy), 찌 아웅(Kyiy Aung), 꼬 레이(Ko Lay), 마웅 띤 카잉(Maung Thin Khaing), 조 삐인마나(Zaw Pyinmana), 마웅 처 네(Maung Chaw Nwe), 아웅 체임(Aung Cheimt), 뚜카메이 라힝(Thukhamein Hlaing), 킨 아웅 에이(Khin Aung Aye) 등이 그 주인공.
식민지 해방 공간에서 미얀마 민족문학을 이끌었던 시인들이며 몇 분은 이미 작고했다. 남은 대부분의 시인들도 고령이며 문단의 원로들이라고 한다. 킨 아웅 에이가 1956년생으로 가장 어린 정도. 이들은 식민지 압제, 그 뒤 이어진 군부독재에 신음하는 버마인들의 아픔을 작품에 표현했다.
먼저 식민지에서 해방, 그리고 근대화 과정에서 문명의 이기와 파괴를 묘사한 따킨 꼬더 마잉(1876~1964)의 '오지의 결혼식'은 깊고 깊은 정글 속까지 파고든 개발과 환경·문화유산 파괴, 그리고 이어지는 아픔과 상처를 이렇게 표현했다.
"내 나라 오지에 지금껏 남아 있는 결혼식은/ 좋은 전통의 하나로 결코 사라지지 않는데요/ 옛날에 그랬던 것처럼 할머니가 내게 외양간을 주었죠/... 아직 나의 오랜 거점이었던 거기 오지에 있었을 때/ 키 아저씨가 빚진 수백 짜트를 갚으란 요구에, 난 말했지/...잘생기고 포동포동하며 생기에 넘친 쌍둥이 수소들을/ 사원건설업자에게 넘겨버릴 테니/ ...그걸로 충분치 않거든.../ 마을 동쪽에 있는 농토를 팔아버리세요."이어 독재정권의 폭정에 신음하던 후배 시인들은 식민지에서 해방된 조국이 압제자 손에 넘어가 아픔을 몸소 겪어야 했는데, 다시 어둠 속에 갇힌 사랑하는 조국을 보며 온 몸으로 흐느껴 운다. 말 한마디 글자 한 줄 잘못 썼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세상에서도 그들은 펜을 놓지 않았던 것.
"어둠의 베일이 걷히고, 너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