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치사회지도> 저자 손낙구씨.
남소연
- '영남 출신이냐, 호남 출신이냐' 하는 지역 변수가 투표율이나 득표율에 끼치는 영향력은 거의 없는 것인가?
"지역 관련 통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원적지별로 몇 명인지 하는 통계 자체가 없다. 소득통계가 없다. 그런 것들까지 같이 봤더라면 좀 더 정교한 분석이 가능했을 것이다. 이는 앞으로 해야 할 연구과제이기도 하다. 주택을 중심으로 자산과 투표, 득표의 상관관계가 뚜렷한 것으로 확인된 이상 계층에 포함된 종속변수거나 계층과 지역이 혼합된 것으로서 지역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
- 기존의 지역주의 분석에서 벗어나야 하나?"원래 순수하게 지역으로만 바라보는 것도 맞지 않다. 계층문제를 중요하게 같이 봐야 한다. 왜 호남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투표율이 낮고, 민주당을 많이 지지하는가? 호남 사람의 유전자가 그런 것은 아니지 않나."
- 주택정책의 변화가 투표성향을 바꿀 수 있나? "지금까지의 주택정책은 집을 가진 자에게 이롭거나 혜택을 주는 정책이었다. 집이 없거나 전세금이 적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정책이었다. 언술로는 '서민주거정책'이라고 했지만 내용적으로 달랐다. '셋방 사는 사람들이 사는 게 나아졌다', '집 스트레스가 줄었다', '집을 굴려봐도 돈이 안 된다' 등의 변화가 일어나면 다른 기준으로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 결국 '사회적 양극화가 정치적 양극화를 낳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선후 관계를 따질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동네분석을 통해 그런 현상이 명확히 드러났다. 자산 양극화가 투표 양극화로, 정당지지의 차이로 나타났다."
- 이번 분석결과가 민주당이나 진보정당들에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이번 분석결과로 보면 한나라당은 잘하고 있다. 지지층에게 혜택을 주는 등 지지층을 잘 대변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지층과 소통을 제일 잘하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못사는 동네일수록 (투표율이 낮지만) 투표를 하게 되면 민주당을 찍는다. 눈물겹다. 그런데 기대가 실망으로 변해서 투표 자체를 안 한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투표율은 더 떨어질 것이다. 투표를 안 하는 쪽은 민주당 지지층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들이 투표해서 지지하도록 만들어내지 않으면 민주당의 앞날은 밝지 않다. 지지층이 납득할 수 있고, 투표할 마음이 생기도록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
진보정당은 성장기여서 결정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다. 민주노동당이든 진보신당이든 진보정당의 경우 자기 정체성에 맞는 지지층이 불명확하다. 평생을 같이할 임자를 못 만나고 있는 것이다. 임자를 제대로 만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민주당, 한나라당 뉴타운 정책에 편승해 실패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뉴타운 정책에 편승했다. "노회찬 대표의 노원구나 김근태 전 의장의 도봉구에서 왜 한나라당이 승리했느냐? 뉴타운정책만으로 다 설명할 수 없지만 아파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힘이 굉장히 섬뜩했다. 뉴타운 정책은 무서운 정책이다. 한마디로 서민대청소 정책이다. 한나라당의 지지기반을 다져주고 끌고 가는 아주 매력적인 정책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뉴타운 정책에 편승해 실패했다."
- 흥미로운 결과 중 하나가 가난한 사람들의 경우 종교신자가 적고, 한나라당 지지층이 거주하는 동네에서 천주교 신자의 비율이 높다는 것인데."해석은 조심스럽게 해야 하겠지만 이렇게 나타난 것은 무시할 수 없다. 천주교 신자의 비중은 좀 더 부유한 동네, 투표를 많이 하는 동네, 한나라당을 더 많이 찍는 동네에서 높은 게 분명하다. 가난한 사람일수록 종교의 위로조차 못 받고 있는 셈이다. 이런 현실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는 진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 이걸 두고 천주교가 보수화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나? "종교의 경우 학력보다 더 상관관계가 뚜렷하게 나온다. 이 사실만은 존중받아야 한다. 여기에서 출발해서 한국 사회에서 종교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각 종교의 계층적 차이가 존재하는지를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 진보정당의 경우 동네별 특성과 지지율의 상관관계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는 신생정당의 한계 때문인가? "진보정당은 노동운동의 성장과 민주노총의 성과를 발판으로 다양한 사회운동 영역의 도움을 받아서 출발했다. 이후 탄핵정국이라는 정치적 조건의 혜택을 입으면서 원내에 진출했다. 여러 가지 조건이 맞물려 싹을 틔운 셈이다. 이걸 길게 보고 키우려면 계층정치 활동을 강화했어야 했다. 자신의 지지층인 밑바닥 사람들을 대변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성찰이 필요하다. 앞으로 외연을 확대하기 이전에 자신의 임자를 제대로 만나는 일을 해야 한다."
- 진보정당의 당원들이 주로 고학력자, 중산층, 대학생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당원 구성은 이해할 만하다. 문제는 정말 대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느냐다. 각종 활동이나 당의 주된 관심사, 활동영역 등을 되돌아봐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 집값 폭등으로 서민들의 가슴이 찢어질 때 눈물짓고 한숨 쉬는 집 없는 사람들과 함께했나? 반성할 게 많다. 서민은 우는데 자신은 왜 눈물이 안 나는지 뒤돌아봐야 한다. 그런 것이 달라지지 않으면 임자 만나기 힘들다."
- 앞으로 상당 기간 진보정당이 수도권에서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는 셈인가?"부동산 광품이 이런 식으로 부는 한 쉽지 않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부동산 문제가 한국 사회의 큰 변수라는 걸 다시 느꼈다. 부동산 먹이사슬이 이렇게 굴러가는 한 야당이나 진보정당이 자기의 토양을 제대로 갖기 힘들다. 셋방 떠도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지방선거를 보면 진보정당의 지지율이 5~10% 정도 나온다. 낮지 않은 지지율이다. 뭘 해볼 수 있는 충분한 종잣돈이다. 계층투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진보정당이 계층정치를 강화하면 민주당의 한계를 뛰어넘어 (민주당 지지층을) 흡수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