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주민들이 쫓겨날 동네의 운명을 아는지 모르는지 장승들은 저같은 외지인에게도 환영의 큰웃음을 짓고 있네요.
김종성
간이역의 운명처럼 재개발로 사라지고 있는 동네 서울 은평구 은평 뉴타운이 가까운 일영역 부근의 마을에도 재개발이 진행 중인지 길가에 띄엄띄엄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토박이 주민들을 내쫗는 불행 도시 양주?' '우리는 고향에서 계속 살고 싶다' 등의 다양한 문구가 써진 현수막들이 도로변에 차례로 나타납니다. 재개발은 서울에서도 수많은 서민들을 그렇게 괴롭히고 쫓아내더니 그 못된 악습은 허술한 법의 호위를 받으며 이곳 경기도 양주시에도 그대도 재현되고 있습니다.
요즘 TV와 신문에서 서민들의 낮은 투표율의 원인을 분석하는 방송과 기사들을 보았는데, 저는 이 십수년이 넘게 반복되고 있는 재개발 와중의 악습도 아주 주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기억에 현재뿐만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정권 당시에도 경기부양이라는 미명하에 재개발 지역의 서민들을 대책없이 내쫗고 비싼 아파트만 짓는 사업은 방치되고 권장되었지요. 그런 일을 보거나 직접 겪은 다수의 세입자 서민들과 그 아이들은 당연히 자기편에 열심히 투표해 보았자 헛짓이라는 정치 혐오감만 삶속에서 경험적으로 뼛속깊이 체득하게 된 것입니다.
몇 년 전 지금의 은평 뉴타운이 된 서울 구파발 주변의 동네에 자전거 타고 찾아가기도 했었습니다. 세입자가 대부분인 동네 주민들이 살던 집이 철거되면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걱정하던 모습과 천진난만하게 골목에서 뛰놀던 어린 아이들을 보면서 마음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재개발 지역 주민들의 공통되는 요구였던 이주택지 좀 지어달라는 아우성을 모른척 하던 다수당이자 여당이었던 열린 우리당을 무척 원망하기도 했었지요(
[사진] 서울특별시 '올드 타운' 기행,
[사진] 뉴타운? 우린 '한양주택'이 좋소)
88올림픽 이래로 계속되는 재개발에서 벌어지는 이런 야만적인 악습을 그만 멈추고 재개발 지역의 세입자 서민들을 위한 저렴한 임대주택을 늘리는 등 주거안정을 법적으로 보장해 주지 않고 오로지 내쫗고 철거하고 비싼 아파트들만 짓게 놔둔다면, 선거때 투표해 봐야 '그놈이 그놈' 이라는 동네 할아버지의 경험어린 격언(?)은 서민들 사이에 계속 유효할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