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교사들의 정치 활동 혐의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02년 대선 직전, 교원단체인 부산유치원연합회가 한나라당 입당 원서를 첨부해 회원교사들에게 원서를 받아달라는 공문을 보낸 사실이 공개됐다.
민주노동당 부산시당(이하 민노당)이 17일 입수한 부산선거관리위원회의 자료에 의하면, 대통령 선거를 앞 둔 2002년 11월 "(한나라당 입당 원서를) 11월 4일 오전 12시까지 중심 유치원으로 보내 주십시오"라는 내용이 담긴 '업무연락(2002.11.1)'이 부산유치원연합회 명의 '부산유치원 연합회 소식[2002-10]' 공문과 함께 교사들에게 보내졌다.
한나라당 입당 원서 보낸 교사, 처벌결과는?
이 공문의 발송 명의는 부산유치원연합회와 이 단체 산하 서부분회로 되어 있었으며, 직접 이를 발송한 당사자는 이 단체 소속 현직 교사인 유치원 원감이었다. 민노당은 당시 이를 사전선거운동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고발하였는데, 이번에 알려진 그 처리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부산 선거관리위원회는 신고가 접수된 지 20일이 지난 2002년 12월 초 '선거법 위반 행위 신고·제보에 대한 처리 통보'라는 공문을 통해 "부산유치원연합회 서부분회 업무연락을 통한 한나라당 입당원서 배부 건에 대해 확인·조사 결과 2002년 11월 30자로 위반자에 대하여 경고 조치 하였음을 통보합니다"라고 밝혔다.
선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정당 가입과 선거 운동이 금지된 교원 단체와 교원이 공문으로 한나라당 입당 공문을 돌린 것은 정당법, 공직자선거법, 국가공무원법 등 법률 위반임이 명백하다. 그것도 조직과 직위를 이용한 것이라는 점에서 현재 논란이 되는 사건과는 격이 다르다.
당사자들은 "원감 교사가 컴퓨터 작업을 하던 중 실수로 '한나라당 입당 원서' 문구가 삽입 되었으며, 이후 공문 오류 발생 사실이 알려지자 곧바로 시정하였다"고 변명하였다. 상식적으로 교사가 실수로 한나라당 입당 권유문을 단체의 공문에 넣는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선관위는 이 사건에 대해서 "경고"만 하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사건을 마무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민노당은 선관위 고발뿐 아니라 교육부에 진상 조사 및 엄정 처리를 요구하였는데도 부산교육청에서는 징계 등 어떤 조치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전교조 교사들의 정치 활동 혐의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검찰과 경찰, 교과부와 한나라당을 생각하면 한나라당 입당 원서를 돌린 교원에게 아무 징계도, 아무 처벌도 안 하고 수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 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부산유치원연합회는 되고, 전교조는 안 되고
부산유치원연합회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의 직접적인 산하단체는 아니다. 그러나 부산유치원연합회는 2002년 10월 29일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부산광역시 교원단체 총연합회 가입 건'이라는 공지글을 통해 교총 회비와 위상에 대해서 소개하면서 회원들에게 '(교총) 절대 가입'과 교총 대표와의 연석회의 등을 안내했다.
2005년 교총 산하 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게 1억8천+α의 정치자금을 후원하자는 결의를 하여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그런데 교총에 절대 가입을 안내하는 또 다른 유치원 교원단체에서 한나라당에 입당 원서를 돌린 사건이 확인된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수사도 해보지 않았고, 교육청은 진상 조사도 안 하고 징계는 꿈도 꾸지 않았다. 공문으로 한나라당 입당 원서를 보내고 날짜까지 정하여 수합해 달라고 한 것을 실수로 그런 것이라고 변명하고, 그 변명을 받아들여 "경고"만 하고 넘어간 것이다.
한나라당 입당 원서를 공문으로 돌린 교원 단체와 교사는 '실수'였다고 하니까 봐주는 '친절한 나라'와, 전교조 교사들의 민주노동당 후원금이나 확정되지도 않은 가입 혐의에 대해서는 전원 기소와 전원 해임 방침을 밝히는 '불친절한 나라'가 똑같은 나라란다. 이율배반도 이런 이율배반이 없다. 우리 국민 중 과연 몇 명이나 이 불일치를 이해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런 사실이 공개된 마당에도 한나라당과 검찰은 전교조와 민주노동당이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2010.02.19 19:06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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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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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입당원서 돌린 교원단체... 실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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