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대표 강쥐 뽀실이가 새끼를 낳았어요

한지붕 아래 황당한 삼각관계의 출산기

등록 2010.02.19 10:07수정 2010.02.1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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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새로운 생명 아직 눈도 뜨지 못한 새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새로운 생명 아직 눈도 뜨지 못한 새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 이종락


우리 집 대표(?) '강쥐(강아지)' 뽀실이가 또 다시 출산 기록을 세웠다. 귀농 선물로 받은 강쥐 뽀실이가 어느덧 4살의 나이가 되었으니 후에 들어 온 두 마리 강쥐보다 족보상으로 대표라 해도 무방할 것 같다.


a 네번째 출산  4년 연속 출산한 뽀실이가 새끼들에게 젖을 주고 있다

네번째 출산 4년 연속 출산한 뽀실이가 새끼들에게 젖을 주고 있다 ⓒ 이종락


조그만 발바리가 4년 동안 22마리를 낳다

뽀실이는 귀농 첫 해부터 시골 마을 수컷들과 사랑을 나누고 첫 출산을 시작했다. 그러더니 얼마 전 새까만 강쥐 6마리를 낳으며 네 번째 출산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것이다. 올해 나이 4살인데 지금까지 도합 22마리를 낳았다. 짧은 다리에 몸도 왜소한 발바리가 한 해도 쉬지 않고 그렇게 많은 새끼를 낳았으니 우선은 뽀실이의 건강이 걱정되었다.

또 다른 문제는 낳은 대로 우리 집에서 다 키울 수도 없는 일인데다, 시골에서는 발바리의 주가가 그야말로 똥값도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신용으로 쓰일 덩치 큰 개나 선호하는 시골에서 집이나 지키는 발바리는 분양조차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낳은 강쥐들도 키울 사람을 겨우 물색해서 거의 공짜로 안겨주곤 했었다.

두 달 동안 혹시라도 어찌 될까 이리저리 신경 쓰고 보살피다 남 좋은 일시키는 것 같아 정말이지 올해는 뽀실이의 임신을 결사저지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평소 풀어서 키우다 보니 강쥐들의 발정과 성교의 강력한 욕구를 통제하기도 쉽지는 않았다.

작년 11월경 또 다시 뽀실이에게 발정기가 왔음을 감지하고 주의 깊게 감시를 했다. 발정난 뽀실이는 걸핏하면 아랫마을 풍산개한테 가서 꼬리를 쳤고, 덕분에 뽀실이는 당분간 목줄에 매인 상태가 됐다.


우리집의 나머지 강아지인 푸들과 진돗개 두 마리는 모두 숫놈이었다. 2년 전 마을 체육대회 때 운동장에서 헤매던 유기견 푸들 '뽀글이'는 한쪽 뒷다리가 불구이고 성교가 불가능한 개로 알았다. 작년 7월 거금(?) 5만원을 주고 마을에서 산 진돗개 백두는 아직 사람 나이로 10살 정도라 두 놈 다 성교를 하기엔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뽀실이가 밖으로만 돌지 않으면 올해 임신은 막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판단 착오였다. 사고는 내부에서 터진다고 누가 말했던가?

장애견의 끈질긴 도전과 승리, 미성년견의 황당한 성체험


어느 날 아침, 밖에서 끙끙거리는 뽀실이의 소리가 들려왔다. 급히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아뿔싸, 목줄에 매인 뽀실이와 뽀글이가 열심히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작년에도 뽀글이는 그토록 뽀실이 뒤에서 낑낑거렸지만 한쪽 다리의 불균형으로 연일 헛수고만 했었다. 보기에도 딱했지만 어떻게 도와 줄 방법도 없었고 뽀실이도 뽀글이를 회피하곤 했다.

그토록 벼르고 별렀던 성관계에 성공한 뽀글이를 보면서 낭패라는 생각과 동시에 끈질긴 도전 정신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놈으로선 원풀이를 한 셈이었지만 또 다시 출산의 고통을 감당해야 할 뽀실이가 걱정스러웠다.

그러던 어느날, 다시 뽀실이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들려 나가 보니 덩치가 어지간히 자란 진돗개 백두까지 기어이 일을 저지르고 마는 것이 아닌가. 아내는 뽀실이 잡는다며 날 더러 백두의 행위를 제지시키라고 큰소리로 채근을 해댔다. 얼떨결에 몽둥이를 들고 나간 나는 백두의 행위를 강제로 중단 시켰고 아직 미성년견인 백두는 이 일로 인해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어쨌거나 한 집에서 한 마리의 암컷을 두고 두 마리의 숫컷이 동시에 사랑을 나누었으니 아무래도 주인의 관리가 영 잘못된 것 같아 찜찜하기 짝이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뽀실이의 배는 조금씩 불러 왔고 두 달여 만에 네 번째  출산을 하기에 이르렀다. 관계 횟수로 보나 나온 새끼들의 모습을 보니 밤색 푸들이 애비같았으나 조금 더 커봐야 확실히 알 것 같다.

문제는 요즘이 새끼 낳을 때가 아니란 점이다. 날씨도 춥고 지난 설 연휴 때는 산모 뽀실이 식사와 아직 핏덩이 새끼들 때문에 조급하게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새끼 중 한 마리는 밤새도록 간호한 4모녀의 정성에도 결국은 죽고 말았다.

요즘 뽀실이는 비닐하우스 안에 새끼들과 있고, 명색이 애비라고 뽀글이가 늘 옆을 지키고 있다. 문제는 어린 백두가 갈 곳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놈도 뽀실이와 새끼들이 궁금한 지 틈만 나면 비닐하우스로 바로 직행해 버린다.

평소에도 서로 으르렁 거리던 뽀글이는 백두가 뽀실이 곁에 얼씬도 못하게 한다. 비닐하우스 안은 두 놈이 싸우느라 한바탕 난장판이 되곤 했다. 덕분에 백두는 불쌍하게도 한동안 목줄에 매여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결국 다시 풀어 놓으니 비닐하우스 주변에서 뽀글이와 연일 으르렁거리며 개싸움 판을 벌이고 있다.  

소중한 생명앞에 아이들은 호기심과 사랑을 주고 받아

나로선 영 반갑지 않은 뽀실이의 출산이지만 그래도 네 모녀는 연일 비닐하우스를 들락
거리며 강쥐들을 돌보고 있다. 세 딸들은 갓 태어난 생명 앞에서 호기심과 사랑을 주고받고 있다. 나역시 새끼 때 데려온 강쥐가 어느덧 네 번이나 출산을 한 아줌마견이 되어 새끼들을 돌보는 모습을 보니 새삼 감회가 새롭다.

어떤 경우에도 생명은 귀한 것이니 앞으로 두 달간 잘 보살펴 좋은 주인에게 보낼 생각이지만 아이들은 벌써부터 그냥 집에서 기르자고 졸라 댄다. 아직 눈도 뜨지 못한 새끼 강쥐들을 보면서 다음부턴 어떤 일이 있어도 뽀실이의 임신은 기필코 막아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무엇보다 뽀실이의 건강을 위해서 말이다.  
#귀농 #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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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찬 유학자 남명 조식 선생을 존경하고 깨어있는 농부가 되려고 노력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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