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기사가 신문 1면 톱? 장난하나
이곳 아니었다면, 소름 돋는 이 감동 어디서

[내가 쓰는 10주년 기념사①] 시민언론 <오마이뉴스>에 희망을 거는 이유

등록 2010.02.22 08:37수정 2010.02.2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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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신문'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2002년. 마흔 초반의 평범한 아줌마였던 내가 <오마이뉴스>를 만나게 된 건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것은 어쩌면 노무현 전 대통령과도 무관하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의 후보 시절, 내로라는 종이신문에서 그렇게 비판했던 노무현이라는 후보에 대해 다른 소리를 내는 유일한 매체가 <오마이뉴스>였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나는 인간 노무현을 만났고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그가 마침내 대통령이 되는 기적을 생생하게 지켜 볼 수 있었다.

부부싸움 기사가 신문 1면 톱? 장난하나

a 2006년 타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오마이뉴스 김혜원 시민기자.

2006년 타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오마이뉴스 김혜원 시민기자. ⓒ TIME


회원가입을 한 2002년 말부터 첫 기사를 썼던 2003년 4월까지 <오마이뉴스> 메인 면 톱을 장식하는 대부분의 기사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기사들이었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대부분의 종이 신문들이 그렇듯 그것은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한 배치였다.

하지만 가끔씩 대통령이 차지하던 메인톱 뉴스자리에 엉뚱(?)한 이야기들이 기사라는 이름으로 끼어들곤 하는 것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직접 쓴 홍어사랑 이야기가 그것이고, 부부싸움 이야기가 그것이며, 부모님에 대한 추억을 담은 이야기들이 그것이었다. 중요한 뉴스를 배치해야 할 자리에 시민기자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라니, 이 무슨 생뚱맞은 배치란 말인가?

참으로 이상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기사란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것처럼 보통사람들과는 거리가 먼 대단한 사람들의 특별한 일들을 담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또 그것이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 뉴스>의 정신이라는 것을.


2003년 4월 어느날. 마침내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아주 평범한 마흔 초반의 아줌마였던 나에게도 자판을 두드려 세상과 대화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다주었다. 선배 시민기자들의 활동을 흠모만 하던 내가 <오마이뉴스>라는 커다란 광장 속에 아주 조심스럽게, 아주 조금씩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누구의 딸,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 불리는 것이 너무나 익숙해 자신의 이름조차 잊고 살았던 마흔 초반. 그렇게 나는 <오마이뉴스>를 통해 잊고 있던 내 이름 석 자를 다시 찾기 시작했다.


아줌마였고, 딸이었고, 아내였고, 엄마였던 내가 김혜원이라는 자연인으로, 또한 시민으로, 기자로. 나조차 꿈꾸지 못했던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것이다. 꿈이나 꾸었겠는가? 나처럼 평범한 아줌마가 기자가 되는 세상을, 누구도 아닌 나와 내 이웃의 이야기가 기사가 되는 세상을.

하지만 기적은 있었다. 오르지 못할 나무라 쳐다 보지도 않았던 일들이, 평범한 아줌마의 힘으로는 불가능 했을 일들이 내 기사를 통해 현실로 일어났다. 

평범한 아줌마가 오마이뉴스 통해 세상을 바꾸다

a 22일 오마이뉴스 창간 5주년 기념식에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각계인사, 뉴스게릴라들이 축하떡을 절단하고 있다. 22일 오마이뉴스 창간 5주년 기념식에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각계인사, 뉴스게릴라들이 축하떡을 절단하고 있다.

22일 오마이뉴스 창간 5주년 기념식에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각계인사, 뉴스게릴라들이 축하떡을 절단하고 있다. 22일 오마이뉴스 창간 5주년 기념식에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각계인사, 뉴스게릴라들이 축하떡을 절단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처음에는 나와 내 아이들, 내 주변사람들이 겪었던 불편과 부당함에 대해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으로 만족했지만 기사로 인해 조금씩 변화되는 세상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서 바야흐로 시민'기자'의 사회적인 역할에 욕심을 내는 진정한 '시민'기자가 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쓴 기사 한 편으로 유모차 통행을 막았던 인도의 볼라드가 제거되고, 말 많던 학교 어머니회가 사라지고, 헌혈 관리 문제점이 보완되며, 난치병 환우와 독거노인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생겨났다. '시민기자'로서 이보다 보람 있고 짜릿한 경험이 또 있을까.

때로는 직업기자도 하지 못한 일들을 '시민기자'라는 이름으로 이루어내기도 했다. 지난 2005년 쓴 기사 "나무꾼과 선녀처럼 살고 싶었어요"가 바로 그것이다. 기사에 쏟아진 1700여 만 원의 좋은기사 원고료는 유방암에 걸려 죽을 날만을 기다리던 한 필리핀 여인을 죽음에서 구해냈다.

수술비를 구하지 못해 한국인 남편과 아이들을 한국에 남겨두고 자신의 나라 필리핀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아멜리아를 죽음으로부터 건져낸 누리꾼들의 온정은 지금 생각해도 소름 끼치는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시민기자 활동을 한 지난 8년. 학창시절에도 받아보지 못했던 수많은 상들이 나에게 주어졌다. 늘 바라보기만 했던 TV프로그램에 고정패널로 출연하는 색다른 경험도 했고, 시민기자를 꿈꾸는 후배들 앞에 강사로 서기도 했다. 모두가 '시민'이 주인이며 주체인 <오마이뉴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시민기자' 활동에 해외 언론 역시 주목했다. 일본은 물론 미주와 유럽 언론들의 수많은 취재 요청이 있은 후 2006년 12월에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뽑은 '올해의 인물', 'You'의 모델로 선정되는 평생 잊지 못할 감격을 맛보게 된다.

지금도 여전하지만 당시에도 한국의 보수언론은 '시민기자'를 언론인으로, 기자로 인정하는 데 인색하다. 하지만 <타임>은 "디지털 민주주의를 위해 아무런 대가 없이 일한 당신('You')이야말로 올해의 인물"이라며 대한민국 '시민기자'를 당당히 세계인 앞에 소개했다.

당시 <타임>이 평한대로 '시민기자'와 같은 디지털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평범한 시민의 활동들이 세상을 바꾸는 것뿐만이 아니라 세상이 변화하는 방식마저 바꾸어 놓는 기적을 일구어 내고 있었던  것이다.

'시민'이 '기자'인 시대, 오마이뉴스도 영원하길
<오마이뉴스> 10년. 세상이 변화하듯 뉴스도 변화했다. 홈페이지, 미니홈피, 블로그, 페이스북을 거쳐 트위터에 이르기까지 UCC가 대세가 된 세상에서 시민들이 뉴스를 생산하며 뉴스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는 것은 더 이상 신기한 일도 놀랄 일도 아니다. 이미 우리는 '시민'이 '기자'인 시대 속에 살고 있다.

이 같은 눈부신 발전과 변화의 시작점에 <오마이뉴스>가 있다. 변화와 발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것 역시 <오마이뉴스>라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그래서 다가올 10년 그에 못지 않은 변화와 발전을 이루어 낼 <오마이뉴스>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지난 세월 동안 늘 아무도 걷지 않는 눈길에 첫 발자국을 내며 걸어 왔던 것처럼 <오마이뉴스>가 밟은 길을 따라 걷는 수많은 시민기자들과 독자들이 그 뒤에 있기 때문이다.    

10주년이 되든 20주년이 되든 혹은 그 이상이 되든 대통령 뉴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웃집 할머니기사. 국회 동정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탑을 다투는 우리 동네 명물 아저씨 이야기, 연예인의 성형 사진보다 훨씬 예쁜 우리 아기의 재롱잔치 사진들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언제나 <오마이뉴스>였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또 그런 <오마이뉴스>가 시민들의 소통공간으로, 놀이마당으로 우리나라 시민언론 역사와 함께 영원히 남아주길 바라는 것이 역시 '시민'으로 '기자'로 '시민'기자로 내가 바라는 작은 소망이다.
#오마이뉴스10주년 #시민기자 #창간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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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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