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질 말고 잘 꼬셔봐, '오마이'답게

[내가 쓰는 창간기념사⑤] 수습기자가 꿈꾸는 <오마이뉴스>

등록 2010.02.22 14:19수정 2010.02.2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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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요리는 '꼬시는' 기술이 부족해."

 

드라마 <파스타>의 한 장면. 요리시합에서 2등을 한 서유경(공효진분)에게 최현욱(이선균분) 쉐프가 '패인'을 말해줍니다. 그러자 서유경이 묻습니다.

 

"꼬시는 게 뭔데요? 어떻게 해야 꼬실 수 있는 건데요?"

 

최현욱 쉐프가 답합니다.

 

"네 요리는 짝사랑이다. 네 요리를 사람들이 좋아하고 인정해줄 것이라는 확신과 자신감이 부족하다. 요리사 스스로 확신이 없는 요리는 살아있는 매력으로 포크와 나이프를 꼬시지 못한다. 짝사랑만 하지 말고 꼬셔봐, 제대로."

 

지난 10년, 혹시 짝사랑은 아니었나요?

 

a  오마이뉴스 방송팀이 28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21차 촛불문화제를 생중계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방송팀이 28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21차 촛불문화제를 생중계하고 있다. ⓒ 권우성

오마이뉴스 방송팀이 28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21차 촛불문화제를 생중계하고 있다. ⓒ 권우성

혹시, '짝사랑'은 아니었나요? '꼬시는 기술'이 부족한 건 아니었을까요? 지난 10년 말이에요.

 

'모든 시민기자다'라는 모토를 내걸고 국내 최초로 '시민기자' 제도를 도입했던 <오마이뉴스>.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관심도 많이 받았어요. '이런 건 일기장에나' 쓸 것 같은 진솔한 이야기들이 '기사'가 되어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었고, '기사는 이래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했죠.

 

'촛불' 때는 어떻고요. <오마이뉴스>의 발 빠른 현장기사를 기다리면서, <오마이 TV> 생중계를 보면서 밤을 지새우던 시민들 기억나세요?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로 붐볐잖아요. 2002년 민주당 릴레이 경선과 2002·2007 대선도 떠오르네요. 지난해 노무현·김대중 두 전 대통령 서거 때도 <오마이뉴스>는 뜨거웠어요.

 

'시민저널리즘'으로 주목받았던 창간 초기 그리고 굵직굵직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오마이뉴스>는 '잘 나갔'어요. 문제는 그때를 제외하고는 주로 '짝사랑'을 해왔다는 거예요. 독자들을, 시민들을 제대로 '꼬시지' 못했어요.

 

지금 <오마이뉴스>는 어떤가요. 메인면을 봐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오마이다운' 기사로 가득한가요. 독자들이 굳이 <오마이뉴스>를 찾아야 할 '매력'들로 넘치나요?

 

<오마이뉴스>가 더욱더 재미있어졌으면

 

수습기자 환영회 때 한 선배가 물으셨어요. '어떤 기사'를 쓰고 싶냐고. 그 때 제가 이렇게 대답했어요.

 

"저희 엄마나 친구들도 공감하면서 볼 수 있는 재미있는 기사요."

 

아직은 어리바리 수습기자인 저는 <오마이뉴스>가 더욱더 재미있어졌으면 좋겠어요. '재미'라는 게 꼭 개그프로그램의 재미는 아니에요. 보면서 고개를 끄덕 끄덕 할 수 있는 기사, 만면에 미소를 띨 수 있는 기사, 때로는 눈물도 흘릴 수 있는 기사. 한 마디로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기사가 바로 재미있는 기사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서 '의미'를 포기하자는 건 아니에요. '국민예능' <무한도전>을 봐요. 재미와 의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잖아요.

 

얼마 전에 방송된 '<무한도전> 복싱특집' 기억나세요? 최현미, 쓰바사 두 소녀가 서로에게 주먹을 겨눌 때마다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리고 국적을 떠나 두 선수 모두를 응원하는 시청자들을 보면서,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못지않게 '어떻게' 이야기하느냐도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어요.

 

사실 '스포츠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잖아요. 어쩌면 너무도 '뻔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면서 시청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무한도전>. 그 날 방송을 보면서 저도 <무한도전>같은 기사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마이뉴스>가 가진 '꼬시는 기술'은 무엇일까요

 

a  <오마이뉴스>가 창간10주년을 맞은 22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오연호 대표와 김병기 본부장 등 전체직원들이 자축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창간10주년을 맞은 22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오연호 대표와 김병기 본부장 등 전체직원들이 자축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남소연

<오마이뉴스>가 창간10주년을 맞은 22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오연호 대표와 김병기 본부장 등 전체직원들이 자축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남소연

그렇다면 <오마이뉴스>가 가진 '꼬시는 기술'은 무엇일까요. 진솔한 기사, 생생한 기사 그리고 '뽕을 빼는' 기사. 그게 바로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오마이다움'이 아닐까요. 여기에 더해졌으면 하는 게 바로 '재미'에요.

 

어깨에 힘을 빼고 보다 쉽고 보다 재미있게 대중들과 호흡할 수 있는 기사, 엄마도 친구들도 공감할 수 있는 기사를 쓴다면 독자들이 <오마이뉴스>를 친숙하게, '만만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모든 시민은 기자'인 <오마이뉴스>가 가장 필요로 하는 건 결국 '시민의 공감'이잖아요.

 

'낚시'로 독자들을 '꼬시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진보매체, 시민기자라는 정체성이 <오마이뉴스>를 봐야만 하는 필수조건이 되지 않아요. 우리 기사를 '사람들이 좋아하고 인정해줄 것이라는 확신과 자신감'을 갖고, 대신 어깨에는 힘을 빼고 다시 한 번 제대로 꼬셔봅시다. '오마이'답게.

2010.02.22 14:19ⓒ 2010 OhmyNews
#오마이뉴스 #창간기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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