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요~ 웃어봐요 좋은 게 좋은 거죠

사진 속에 비친 40대의 나

등록 2010.02.23 14:57수정 2010.02.2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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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찍어요. 하나, 두울, 셋 ! "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의 구령에 따라 우리는 저마다 표정을 짓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는 사진속의 자기 모습을 보며 웃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했다. 얼마 전 친구가 내 사진을 건네며 내게 말했다.  "너 사진 찍을 때, 살짝 웃어봐 ~ 네가 웃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데......"

 

사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얼굴이 굳어지는 내게 웃는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누구는 내가 사진발을 안 받아 그렇다는 둥 화장이 연해서 그렇다는 둥 여러 평가를 내리지만 내가봐도 나는 사진속의 내 모습이 너무 낯설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내 사진에서는 웃음이 사라졌다.

 

27세에 첫애를 낳고 좋아라~ 하며 웃던 때가 어제 같은데 아이 키우고 초등학교, 중학교 보내는 사이 내 모습이 많이 굳어진 것이다. 사람과 갈등. 아이 키우며 얻은 스트레스, 앞으로의 학업에 대한 근심 등등이 내 얼굴을 굳게 만든 것일까?

 

a 1993년 큰아이를 낳았을때 우리 가족 모습  첫 아들과 남편과 함께 활짝 웃고 있는 나의 모습

1993년 큰아이를 낳았을때 우리 가족 모습 첫 아들과 남편과 함께 활짝 웃고 있는 나의 모습 ⓒ 송춘희

▲ 1993년 큰아이를 낳았을때 우리 가족 모습 첫 아들과 남편과 함께 활짝 웃고 있는 나의 모습 ⓒ 송춘희

 

예로부터 '나이 40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지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실제로 마음이 온유하고 따뜻하게 살아오신 어른들은 인상이나 표정이 무척 푸근하고 편해 보이지만 늘 부정적인 생각과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이상하게 험한 얼굴 모습을 가지게 된다. 그날 저녁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웃을 때 주름이 생기긴 했지만 확실히 웃는 모습이 굳은 표정보다 훨씬 낫다.

a 중학생인 둘째 아이와 나  지난해 초가을에 찍은 사진

중학생인 둘째 아이와 나 지난해 초가을에 찍은 사진 ⓒ 송춘희

▲ 중학생인 둘째 아이와 나 지난해 초가을에 찍은 사진 ⓒ 송춘희

'그래 이제부터는 더 자주 웃어야지. 그리고 사진을 찍을 때에도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어야지.' 이렇게 마음을 먹자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내 나이 마흔네 살! 중년의 나이~. 이제 6년 뒤면 쉰, 십칠 년 뒷면 환갑이 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욱 웃는 모습이 아름다운 너무도 인자한 나의 표정을 이제부터라도 관리해 가야겠단 생각이 든다. 혹시 아는가. 누군가 "엄마 저 할머니는 웃는 모습이 참 예쁘셔"하는 사람이 있을지...

#웃는 모습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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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입니다.세상에는 가슴훈훈한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힘들고 고통스러울때 등불같은, 때로는 소금같은 기사를 많이 쓰는 것이 제 바람이랍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앵그르에서 칸딘스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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