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교장' 만들고 뒤늦게 비리척결?

[집중기획-MB정부 2년④] '자율과 경쟁' 미명에 목 졸린 교육 민주주의

등록 2010.02.28 12:31수정 2010.02.28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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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탄압, 부자 중심의 세제 개혁, 4대강 죽이기, 미디어 악법, 시국선언 교사 징계 등 이명박 정부 2년의 모습은 몹시 일그러져 있습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학술단체협의회(학단협), 전국교수노동조합(교수노조) 등이 이명박 정부 출범 3년째를 맞아 기획 백서를 발간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 백서를 기반으로 해 노동, 시민권, 사회·복지, 환경과 건강, 언론, 교육·학문 등 각 주제별로 이명박 정부 행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이명박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교육문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청소년들의 알몸 졸업식 뒤풀이 모습, 해를 거듭하면서 늘어나고 있는 육체적인 폭력과 성적인 모욕, 만연한 교육비리 등을 지적하였다. 

사실 이명박 정부 2년을 돌아보면 이러한 교육문제와 더불어 교권과 학문의 위기가 심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 주요 원인을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자율과 경쟁이다. 이를 바탕으로 초·중등 교육에서는 '학교의 자율화와 학원화, 교육의 계층화, 국가 차원의 학력경쟁시스템 구축'이 추진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추진 결과 많은 문제점을 낳았고, 급기야 자율의 정신에 위배됨에도 정부가 직접 교육문제에 개입하겠다고 나섰다.

학교의 자율화는 학교 구성원의 민주적 참여가 배제된 학교장의 자율화로서 지난해 6월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자율화 조치에 따르면 학교장은 교육과정 편성·운영권, 교사 전임·전보 유예 요청권, 학교 재정 운영 자율성 등을 보장 받았다. 한마디로 견제 장치 없는 제왕적 교장을 탄생시켰다. 그 결과 교육현장에선 관료적·권위주의적 통제가 부활하고, 자율화 주체인 학교장에 의해 각종 교육 비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음이 보도되고 있다.

학교의 학원화와 학력경쟁시스템의 추진에 따라 이루어진 일제고사의 부활은 학교 현장을 입시기관화하고 학생들의 인성을 심각하게 파괴하기에 이르고 있다 할 것이다.

이러한 비민주적, 반인권적 사회와 교육정책이 갖는 문제점을 예견한 양심적 교사들이 이를 지적하고자 시국선언에 나서고 일제고사를 거부하였는데, 이들 교사들을 징계하여 26일 현재까지 25명이 해직됐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해직교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교권을 함부로 침해한 것이다.

비리사학 경영진은 특별사면, 문제 지적한 교사들은 징계


이명박 정부 대학 정책의 근간도 자율과 경쟁이다. 이를 바탕으로 대학 자율화 추진계획이 발표되었고, 사립학교법 개폐와 사학진흥법 제정 논의가 활발해지고, 대학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립대학 구조조정을 촉진한다는 미명 아래 사립대학 해산 시 학교법인의 잔여재산처분을 공익재단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입법 예고를 하였다.

이러한 자율과 경쟁은 대학 경영진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이를 견제하고 민주적 대학을 만들려고 하는 구성원들을 오히려 약화시키고 교권침해와 탄압을 강화시켰다.


a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008년 10월 실시된 초·중학교 '일제고사' 당시 학생들의 야외체험학습을 허락한 전교조 소속 공립교사 7명에 대해 중징계(3명 파면, 4명 해임)를 결정한 가운데, 11일 오후 서울 신문로2가 서울시교육청앞에서 열린 징계 철회 및 공정택 교육감 퇴진 촉구 기자회견에서 해임통보를 받은 최혜원 교사가 발언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008년 10월 실시된 초·중학교 '일제고사' 당시 학생들의 야외체험학습을 허락한 전교조 소속 공립교사 7명에 대해 중징계(3명 파면, 4명 해임)를 결정한 가운데, 11일 오후 서울 신문로2가 서울시교육청앞에서 열린 징계 철회 및 공정택 교육감 퇴진 촉구 기자회견에서 해임통보를 받은 최혜원 교사가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2008년 9월에 발표한 대학자율화 추진계획을 통해서는 교수들의 계약제를 전면화하면서 경쟁과 단기실적을 부추기고 신분 불안을 가중시켰다. 2008년 8월 15일에는 비리사학 경영진을 특별사면 하였다.

이러한 정책에 편승하여 비리사학 경영진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경영 복귀를 노리고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의 심의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기도 하였다. 2008년 12월 10일 국회에서 열렸던 '임시이사파견제도의 문제점과 대책'이라는 토론회에서는 사립대학을 사유재산으로 보고 비리와 상관없이 구 재단을 복귀시켜야 한다는 말까지 등장하였다.

대학 역시 정권의 영향을 받아 모 대학에서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하여 양심에 따라 시국선언한 교수들을 징계하겠다며 교육과학기술부에 보고하였다. 전 정부에서는 허락한 외부기관의 이사를 못하게 하고 심지어 징계 해임하는 대학도 있었다.

대학 교원의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청구건수가 늘어나고,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인용율은 2006년 45%에서 2007년 64%로 높아졌다가 2008년 59%로 낮아졌다. 반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 이후 1~2년 늦게 나타나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행정소송 승소율은 2007년 73.7%에서 2008년 84.2%로 높아졌다가 2009년 70.6%로 낮아졌다. 그만큼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이 교원의 신분을 보장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2년간 학문의 자유 역시 위기를 맞이하였다. 이는 정권이 출범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지난 2008년 3월 25일 결성된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전국교수모임'에 대해 경찰 정보과와 국가정보원이 '성향조사'를 실시하면서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2009년 6월 3일 서울대학교와 중앙대학교 교수들의 시국선언으로 도덕성과 정당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이명박 정부는 비판적 지식인에 대해 더욱 조직적으로 보복 조치를 취했다.

2009년 9월 민주사회정책연구원은 '2009년 대학중점연구소 사회과학분야지원사업'에서 '사회·사회복지·정치 부문'의 2단계 전문가 심사 결과 8개 연구소 가운데 1위를 차지했지만 재단 임원과 교육과학기술부 담당 과장이 참여한 3차 종합심사에서 탈락하였다. 민주사회정책연구원은 상지대, 성공회대, 한신대 등 3개 대학이 2000년에 공동 설립하였는데, 연구책임자인 홍성태 교수와 프로젝트 참여교수들이 교수시국선언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이 탈락의 이유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바이다.

중앙대학교 시국선언을 주도한 김누리 교수가 연구책임자로 있는 중앙대 독일연구소의 경우도 또 하나의 대표적 사례이다. 독일연구소는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인문사회과학 분야 최대 프로젝트인 인문한국지원사업에 지원하여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평가한 1, 2차 심사에서 월등한 점수로 1등을 차지했지만, 재단 임원과 교육과학기술담당 과장이 참여한 종합심사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탈락하였다.

헌법 제31조 4항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교육기본법 제9조 3항에는 '학교 교육은 학생의 창의력 계발 및 인성 함양을 포함한 전인적 교육을 중시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적혀 있다. 교육기본법 제14조(교원) 1항에는 '학교 교육에서 교원의 전문성은 존중되며, 교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는 우대되고 그 신분은 보장된다'라고 되어 있다.

이러한 헌법과 교육기본법 정신에 따라 관치와 특정 계층의 자율화로부터 벗어나 진정 학교 구성원이 참여하는 자치와 자율을 확보하는 것은 학내 민주화와 학교의 공익적 책임성 강화를 이루어내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학문의 자유화를 실현하고 교권을 수호하고 신장하는 것이며 교육과 교권, 학문이 그 위기에서 벗어나 바로 서게 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홍성학 기자는 전국교수노조 교권실장입니다.


덧붙이는 글 홍성학 기자는 전국교수노조 교권실장입니다.
#이명박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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