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노무현이 아닌 인간 노무현의 면면과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일어났던 뒷 얘기, 노무현과 정치역정을 함께한 사람들이 어떤 계기로 그와 인연을 맺게 됐는지를 묘사한 책이 나왔다.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수석, 보좌관, 비서관, 행정관 등 참모들 가운데 정치에 뜻을 둔 인사들의 모임인 청정회(회장 이용섭 의원) 회원 23명은 <님은 갔지만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 참여정부 청와대 참모들이 본 인간 노무현>를 공동 저술해 출간됐다. (지은이 윤승용 외 22인, 펴낸이 임경민, 펴낸곳 책공방 우공이산)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노무현 대통령이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은 역사적 사건은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유엔 사무총장에 반기문씨를 후보로 밀어붙일 생각을 최초로 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참여정부 시절의 국정비화들이 듬뿍 담긴 이 책은 이해찬, 한명숙 전 총리가 추천사를 썼고, 김우식 전 비서실장 등이 발문을 썼다.
윤승용 전 청와대 수석은 발문사를 통해 "참여정부 대통령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인사들 가운데 정치에 뜻을 둔 사람들이 모여 어줍잖은 책을 낸다"면서 "지방선거를 앞둔 이른바 정치의 계절이어서 이번 책 발간이 자칫 시중 정치인들의 출마용 책 내기 행보처럼 오해될 소지도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들은 책을 함께 펴내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윤 전수석은 발간 이유에 대해 "대통령 재임시절에 가장 곁에서 대통령을 지켜본 사람들인 참모들이 대통령님에 대한 기억이 퇴색하기 전에 기록에 남겨두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때문에 이 책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 기록일 수도 있고, 개인적인 일화일 수도 있으나 큰 틀에서 보면 대통령 기념사업의 일환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통령을 곁에서 지켜본 참모들의 시선을 통해 대통령의 참모습을 국민들에게 전해주는 게 도리라고 판단했다"며 "이 책에는 대통령의 참모습, 이를테면 민주주의와 진보, 지역구도 타파, 특권철폐, 지역균형발전 등에 대한 집념, 인간적 소탈함, 인간에 대한 따뜻함 등이 잘 나타나 있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이 추구했던 '사람사는 세상'이라는 높은 가치와 이상을 살아남은 저희들이 결코 흔들리지 않고 지켜나가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계기로 삼기 위함이다"며 "검찰 수사에 몰려 봉하마을의 부엉이바위로 올라가야만 했던 노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한 참모들의 참담한 반성문도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이 책에 담긴 참여정부 시절의 국정비화 가운데 ▲10.2 남북정상회담 때 육로방북이라는 획기적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오승록 의전비서관실 행정관(현 민주당 노원을 지역위원회 청년위원장)이었으며 ▲새로 선임될 유엔 사무총장에 한국인사가 도전해볼 만한 상황이라는 판단을 하고 이를 처음 추진키로 한 사람은 김우식 비서실장과 이광재 의원(당시 국정상황실장)이었다고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후보군 가운데 반기문 당시 외교부장관이 가장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왔고 노무현 대통령의 지원 아래 총력전을 전개됐지만, '김선일 사건'이 터져 야당이 반 장관 경질을 요구하고 나섰을 때 노 대통령은 "내가 욕을 먹지, 유엔사무총장 추진을 여기서 그칠 수는 없지 않은가"라며 반 장관을 옹호했던 일화도 소개됐다.
또 노무현 대통령은 새로운 정보를 익힐 때 통상 ① 책을 본다 ② 외운다 ③ 물건을 산다 ④ 분해한다 ⑤ 원리를 이해한다 라는 순서를 거쳤다고 노 대통령의 습관을 소개했다.
이와함께 참여정부의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지만 ▲'진보'를 매우 선호했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노력한 점 ▲궁리와 연구에 몰두한 대통령의 모습도 여러 곳에 묘사돼 있다.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현 노무현 재단 사무처장)은 노 대통령이 성하지 않은 허리를 부여안고 밤늦게까지 '진보주의 연구'에 매달리다 참모들과 공유하는 인터넷의 비공개카페에 '카페의 운영 시스템과 연구할 줄거리'를 올려 놓으면서 "헉! 나는 죽는 줄 알았다. 인자는 너거들이 죽을 차례다. 토론 좀 하고, 정리까지 한 번 해봐라, 나는 한참 좀 쉬어야겠다. zzz"는 발문도 소개해 웃음을 머금게 하면서도 "대통령님, 이제 '너거들 즉 우리가 죽을 차례'입니다. 필사즉생(必死則生)의 각오로 대통령님이 못 다한 뜻을 이루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젠 좀 편히 쉬십시오"라는 각오를 덧붙였다.
정찬용 전 인사수석은 참여정부 첫 조각때 초대 고건 총리가 김두관, 강금실 장관 임용에 반대한 내용과 후보시절 받은 인사 청탁성 이력서를 불태운 사건 등도 상세히 기술했다.
정 수석은 "고 총리께 인사제청을 하는 과정에서 '법무장관에 강금실 변호사'했더니 '아, 이것은 경우가 아닌데요'라며 깜짝 놀랐다. 이어서 '행자부장관에 김두관씨'했더니 이번엔 '나는 제청 못하겠습니다. 나 총리 못하겠습니다. 군수출신이 어떻게 전국의 광역단체장을 포함한 단체장, 중앙부처 고위간부를 진두지휘할 수 있겠습니까? 영이 제대로 서겠습니까? 나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라며 반대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이와 함께 "권양숙 여사가 대통령 서재를 정리하다가 100여 통에 이르는 흰색 봉투에 든 이력서를 발견하고 최도술 총무비서관을 통해 대통령에게 전했는데 대통령은 "그걸 몽땅 다 불태워버리시오. 이것을 내가 다 주면 인사수석이 어떻게 일을 제대로 하겠소?"라고 해 최 비서관이 그걸 태웠다"고 소회했다.
또한 최광웅 인사제도비서관의 글에는 대사직에 외부인사를 수혈하려는 청와대와 이를 반대하는 외교부의 치열한 접전도 나온다.
김만수 전 대변인은 인간 노무현의 소탈한 모습을 그렸다.
▲대통령 후보 경선시절 기자와 함께 화장실에 나란히 서서 시원하게 소변을 보며 업무지시까지 하던 모습에서부터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끊었다가 권여사 몰래 조금씩 담배를 피우고, 둘이 있을 경우 책상에 걸터앉아 담배를 나누면서 의논하는 모습 ▲노 대통령에게 담배를 주고 라이터를 켜 줬을때 경호원이 질색하며 달려왔던 일화도 가감없이 전달됐다.
한편 청정회 회원인 공동저자 23인은 △권오중(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노무현재단 기획위원) △김만수 (대변인/민주당 부천소사지역위원장) △김성환(정책조정비서관/한국미래발전연구원 기획실장) △김영배(정책기획위 비서관/시민주권 사무처장) △김은경(행사기획비서관/신라대 광고홍보학과 겸임교수) △김정섭(부대변인/한국미래발전연구원 실장)△김현(춘추관장 겸 보도지원 비서관/민주당 부대변인) △백원우(민정수석실 행정관/민주당 국회의원) △서갑원(의전, 정무1비서관/민주당 국회의원) △서영교(춘추관장 겸 보도지원비서관/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성재도(시민사회비서관실 행정관/시민주권 소통통합위원) △오승록(의전비서관실 행정관/시민주권 운영위원) △윤승용(홍보수석 겸 대변인/시민주권 홍보기획위원장) △이광재(국정상황실장/민주당 국회의원) △이백만(홍보수석/국민참여당 최고위원) △이용섭(혁신관리수석/민주당 국회의원) △이은희(제2부속실장/마포교육문화센터 소장) △정찬용(인사수석/인재교육육성아카데미 이사장) △정현태(NSC 행정관/남해군수) △최광웅(인사제도비서관/극동대학교 겸임교수) △홍준일(정무수석실 행정관/민주당 강릉시 지역위원장) △황희(홍보수석실 행정관/민주당 부대변인) △안희정(참여정부평가포럼 집행위원장/민주당 최고위원)이다. =(참여정부시절 청와대 직책/현재 소속직책)
2010.03.01 10:27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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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지 경남매일 편집국에서 정치.사회.경제부 기자를 두루 거치고 부국장 시절 서울에서 국회를 출입했습니다. 이후 2013년부터 2017년 8월6일까지 창원일보 편집국장을 맡았습니다. 지방 일간지에 몸담고 있지만 항상 오마이뉴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공유하고 싶은 뉴스에 대해 계속 글을 올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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