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골라 먹는 아이스크림이야"

등록 2010.03.01 14:58수정 2010.03.0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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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독립기념관 3·1절 기념식 기념사에서 "91년 전 오늘, 우리 민족은 일제의 혹독한 강압에 굴하지 않고, 조선의 자주독립과 <동양의 영구한 평화> <세계평화 인류 행복>의 대의를 선포했다"며 "우리의 독립을 뛰어넘어 아시아와 세계를 아우르는 원대한 꿈을 세계만방에 선포했다"고 삼일절 의미를 되새겼다.

 

그는 이어 안중근 의사 이토 히로부미 처단과 경술국치, 광복군 창설을 언급한 후 "광복과 건국, 그리고 분단으로 이어지는 고난과 영광의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성공적으로 산업화와 민주화의 꿈을 이뤄냈다"고 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은 언급하지 않고 넘어간 것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19년에 있었다.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한 계기는 3·1독립선언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우리 헌법 전문에도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이라고 분명히 선언했다. 이 전문은 1948년 제정된 대한민국 헌법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삼일절 기념사에서 안중근 의사와 경술국치, 광복군 창설은 언급하면서 임시정부 수립은 빼버리고, 광복 이후를 '건국'으로 삼았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대한민국 건국을 1919년 임시정부가 아니라 1948년 정부수립을 대한민국 건국으로 삼았던 것이 이번 삼일절 기념사에서 다시 한 번 드러난 것이다.

 

삼일절을 맞아 온 나라에서는 기념행사를 연다. 하지만 3·1절은 이미 91년 전에 일어난 사건으로 점점 우리 의식 속에 사라져가고 있다. 그 작은 증거 하나가 발표되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중고생 40%가 3·1절 의미를 잘모른다고 한다. <연합뉴스>가 제91주년 3.1절을 맞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의뢰해 전국 초중고생 3919명을 상대로 28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3.1절이 무엇을 기념하기 위한 날인지 아는가'라는 질문에 '잘 알고 있다'(43.7%)와 '조금 알고 있다'(39.6%)는 응답률이 83.3%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3.1절을 어떤 날로 알고 있는가'라는 물음에는 '독립운동을 기념하기 위한 날'이라는 정확한 설명을 고른 학생은 59.1%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삼일절이 무엇을 기념하는지 날인지는 알고 있지만 그 의미를 모른다는 것이다.

 

<한겨레> 1일 중국과 일본은 발해가 중국 속국으로 역사교과서에서 가르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발해가 좋은 예다. 일본의 대표적인 역사 왜곡 교과서로 꼽히는 '후소사' 교과서는 책봉을 받았다는 이유로 조선을 중국의 속국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발해를 중국 속국으로 가르치는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지만 일본 역사교과서까지 발해를 중국 속국으로 가르치는 것은 굉장히 심각한 역사왜곡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2011년부터 고등학교에서 국사를 필수과목에서 선택과목으로 전환된다. 쉽게 말해 우리 역사를 배우지 않고도 대학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자기 나라 역사를 필수가 아니라 선택으로 바꾸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은 어쩌면 대한민국 건국을 1919년 임시정부가 아니라 1948년 정부수립이라고 말하는 이명박 정부의 역사 인식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다.

 

삼일절 의미도 잘 모르고, 중국과 일본이 발해를 중국 속국이라고 가르쳐도 별다른 위기의식도 없어 국사를 선택과목으로 만든 이명박 정부 역사교육 인식에 대해 KBS2 <개그콘서트>의 '봉숭아 학당' 동혁이 형이 강하게 비판했다.

 

a  28일 방송된 개그콘스트 장면

28일 방송된 개그콘스트 장면 ⓒ KBS2<개그콘스트>

28일 방송된 개그콘스트 장면 ⓒ KBS2<개그콘스트>

28일 방송된 '봉숭악 학당'에서 동혁 형으로 출연 중인 개그만 장동혁씨는 이날 굉장히 화가 난 표정으로 나와 "삼일절을 앞두고 형이 분통이 터져 못참겠어요" 신문기사에 교육개정안을 봤더니 2011년부터 국사가 고등학교에서 필수가 아니고 선택이래 참, 국사 뭐 골라 먹는 아이스크림야"라고 국사를 필수에서 선택과목으로 바꾼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틈만 나면 중국과 일본을 역사를 왜곡하면서 가르치고 있는데 우리가 우리 역사를 올바로 알아야 올바르게 대체할 거 아니야"며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것을 노래방에서만 배울 거야. 자꾸 외로운 섬 하나 외롭게 할 거냐"고 했다.

 

중국은 동북공정으로, 일본은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는데도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려는 교과부를 향햔 일갈이다. 역사를 알지 못하고 어떻게 우리 역사를 지킬 수 있느냐는 반문이다.

 

그는 특히 인기 역사 드라마를 예로 들면서 "역사를 드라마에서 배운 우리 아이들은 헷갈릴 수 있다면 삼국 통일을 엄정화 동생이 했어, 송일국이 고구려 세웠어"라는 촌철살인을 했다. 엄정화 동생은 2009년 MBC <선덕여왕>에서 김유신 역을 한 엄태웅씨이고, 송일국씨는 2006년 MBC <주몽>에서 주몽역을 맡은 고구려를 세운 동명성왕을 뜻한다.

 

동혁이형은 국사가 선택과목 된 것은 "이 모든 게 국영수 중심 입시교육만 생각하는 우리 어른들이 문제"라며 "설령 국사과목이 선택과목이 되더라도 우리부터 우리 역사를 올바로 선택하는 사람이 되자"고 했다.

 

삼일절 기념사에서 삼일절 의미를 되새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 건국부터 바로잡고, 국사를 선택과목을 바꾸는 황당한 일부터 바로잡는 것이 이명박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역사는 골라 먹는 아이스크림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0.03.01 14:58ⓒ 2010 OhmyNews
#삼일절 #역사교육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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