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신청 잘 봐줄테니 '친구'로 사귀자?

[해외리포트] 한인 여성에게 성상납 요구한 캐나다 심사관

등록 2010.03.03 14:14수정 2010.03.0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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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민 신청한 한인 여성에게 '선처'하겠다며 성상납을 요구한 캐나다 이민 심사관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이를 크게 보도한 캐나다 최대 일간지 <더스타> 인터넷판 기사.
난민 신청한 한인 여성에게 '선처'하겠다며 성상납을 요구한 캐나다 이민 심사관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이를 크게 보도한 캐나다 최대 일간지 <더스타> 인터넷판 기사.<더스타>

난민 신청한 한인 여성에게 '선처'를 미끼로 성상납을 요구한 캐나다 심사관에 대한 재판이 토론토에서 진행중이다.

이 여성은 기지를 발휘해 곤경에서 벗어났으나, 캐나다에서 난민신청 수용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비슷한 처지의 한인들에게 주의가 요구된다.

재판에서 방영된 동영상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2006년 김아무개(여, 당시 25세)씨는 폭력적으로 학대하는 아버지와 빚독촉하는 채권자들의 위협 때문에 한국에 살 수 없다며 난민신청 중이었다.

그해 7월 17일, 처음으로 자기 사례를 담당하는 심사관 스티브 엘리스를 만났다. 그는 그녀가 어디에서 일하는지, 결혼을 했는지 등을 물었고, 그녀는 한인통역을 통해 대답했다. 지금은 남편이 된 당시 남자친구 브래드 트립은 함께 갔지만 밖에 앉아 있었다. 그 날 심사관 엘리스는 30일내에 가부결정을 내릴 거라고 했다.

'우연히' 그녀앞에 나타난 이민 심사관

그로부터 두 달이 거의 다 지난 9월 13일, 김씨가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토론토 다운타운 레스토랑에 심사관 엘리스가 나타났다. 그녀는 우연이라고 생각하며, 자기 난민신청건이 어찌 진행되는지 묻자 심사관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열흘 가까이 지난 22일, 엘리스는 다시 그녀가 일하는 레스토랑에 식사하러 왔다. 그녀가 난민신청 건 진행상황을 묻자, 엘리스는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4일후에 커피숍에서 만나자, 난민신청 건에 대해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다"고 했다.


김씨로부터 이런 정황을 계속 전해들었던 남자친구는, 심사관 의도가 수상하고 난민신청건이 정당하게 처리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는 4일후의 만남을 몰래 동영상으로 촬영하기로 했다. 만남 장소를 스타벅스 야외 테이블로 정하고 김씨에게는 몰래 녹음하도록 했다. 그는 건너편 길에 주차하고 차안에서 비디오를 촬영했다(만남 당일 예정시간인 오후 7시보다 이른 5시경에 엘리스는 그녀에게 전화해 좀 더 일찍 만나 와인시음회에 가자고 했지만, 그녀는 거절했다).

"나의 미래가 그의 손에 달려있었다"


엘리스 심사관은 이 비디오에서 "예스(yes) 할 방법을 찾고 있다. 당신에게 노(No)라고 말하면 나도 잠을 못 이룰 것"이라며, 전에 한 번도 난민신청자를 사적으로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또한 "당신과 친구하고 싶고, 나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달라,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네 변호사에게 말하지 말라,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다.

엘리스 심사관은 이어 신청서에 첨부된 사진을 가리키며 "무척 예쁘다, 사진을 보고 모델인 줄 알았다"며 자기도 패션산업과 관련있는데 모델에 관심 있느냐고 물었고, 김씨는 관심없다고 대답했다. 그가 약속하기를 "그것(난민신청)을 승인할 것이며, 크게 축하할 날을 따로 잡자"고 했다.

그는 남자친구가 있느냐 묻고, 그녀가 "있다"고 대답하자, "문제 없다, 나도 부인이 있다, 불행한 결혼생활이고 아이들 때문에 그냥 사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필리핀인 여자친구가 있으나, 곧 헤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걱정하지 마라, 내 집에 들어와서 함께 살자고 하지 않을 것이고… 사랑에 빠지지도 않을 것이다"고 말했고, 김씨는 이 말을 듣고 "육체적인 관계만을 원한다고 이해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그는 이어 "남자친구에게 말하지 마라, 그러면 나도 곤란해지고 네 캐나다에서의 법적 신분도 물 건너가는 것이다, 네가 남자친구가 있는 것을 알지만 나는 단지 어쩌다 가끔씩 만나길 원한다"며 그녀의 뺨에 키스하고 헤어졌다.

이때 찍은 비디오는 법정에서 방영됐고, 2006년 당시 CTV에서도 방영되어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김씨 커플로부터 비디오를 받은 난민위원회 의장은 즉시 심판관의 직무를 정지시켰으며, 연방경찰에 제보했다.

김씨는 법정에서 "심사관이 친구가 되자고 했을 땐 불편했지만, 캐나다에서의 미래가 그 심사관 손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증언했다.

"참으로 부끄럽고 비열한 행위다"

최근 사건을 자세하게 보도한 캐나다 방송 CBC 웹사이트에는 독자들의 비난이 쇄도했다.

아이디 '실비오 포타인'은, "이 사건은 지위를 남용한 경우로 비디오 증거를 남겨 다행이다, 심사관 가족들에게는 불행한 일이지만 참으로 부끄럽고 비열한 행위다"라고 분노를 표현했으며, 대부분 다른 독자들도 이에 동의했다.

한편, '이노선트'라는 독자는 "그녀가 꾸민 것으로 생각한다, 그녀가 미리 준비한 계획에 심사관이 걸려든 것일 뿐이다, 엘리스는 곧 결백함이 밝혀질 것이다"라는 비슷한 내용을 여러번에 걸쳐 표현했지만 대부분 독자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검사는 엘리스 심사관을 배임과 이민난민보호법 위반(성상납 요구) 혐의로 기소했으며, 그는 법정에서 결백을 주장했다. 지난 2월 24일 법정에서 김씨의 추가증언이 이어질 예정이었으나, 한국어 법정 통역인이 출석하지 않아 진행되지 못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8일로 잡혔고 두 사람을 대질 심문할 예정이다. 스티브 엘리스는 91년부터 97년까지 토론토 시의원을 지냈으며, 2000년에 이민난민위원회 심사관으로 지명된 후 1279건을 결정했다.

난민인정 받기 상당히 어려운 한국인

캐나다에서 한국인으로는 아주 드물게 난민으로 인정된 경우가 있다. 2004년 '여호와의 증인' 신자가 한국에서 살기 어렵다는 이유로 종교난민이 된 경우와 2006년 남편의 폭력과 학대에 시달리던 부인과 딸이 난민 인정을 받은 경우 등이 있었다.

당시 부인이 호소한 점은, 한국으로 돌아가면 남편이 전국을 돌아서라도 부녀를 찾아내 폭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점, 당시 가정폭력을 사회문제가 아닌 가정내만의 문제로 인식하는 한국의 사회문화가 있다는 점 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남편의 폭력적인 구타내용이 보도된 신문 기사도 참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난민신청이 거부되어 추방되는 사례도 있다. 지난 2000년 한 여성이 방문비자로 와서 그냥 살다가 난민신청을 했지만, 최종 거부되어 추방됐다. 그녀의 딸은 이곳에서 출생해 캐나다 국적이었다. 친구와 이웃들이 정부에 호소문도 보내고, 구명운동을 했지만 돌이킬 수 없었다.

북한출신 난민 인정은 급증하는 추세

이에 비해 북한출신 난민 인정 사례는 캐나다에서 급증하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 의하면, 2008년에 7명이던 탈북자 난민인정 건수가 2009년에는 66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탈북자 지원단체 '한보이스' 및 캐나다 북한인권협의회 등이 캐나다 정치인들을 상대로 실시한 북한인권실태에 관한 로비활동에 힘입은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 2006년 말 약 130여 명의 탈북자들이 난민신청을 했고, 심사기간이 평균 2년 정도 소요되는 바, 2009년과 올해에 많은 인정사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이민난민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2008-9년 회계년도에 신규 난민신청 건수는 3만6000건인데, 해당 기간동안 결정된 건수는 2만여건이고 이중 난민으로 인정된 사례가 43%, 철회가 20%, 기각 또는 거부가 37%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 기간중 심사 적체중 사례는 4만2000건에서 5만8000건으로 증가했는데, 6개월 이하 적체가 36%, 7-12개월이 24%, 1년 혹은 그이상 대기가 40%로 나타났다.

캐나다에 난민신청한 사람수를 출신국가를 보면, 2005년 기준으로 1위 멕시코, 2위 중국, 3위 콜럼비아, 4위 스리랑카, 5위 인도이다.
#캐나다 난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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