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내코 탐방로에서 바라본 서귀포 시내.
전용호
한라산 남쪽 탐방로 돈내코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오전 6시. 한라산 돈내코 탐방로로 향한다. 서귀포 시내에서 가까운 줄 알았는데 차로 가는 길이 꽤 멀다. 한라산 오르는 길이 5곳이 있는데, 돈내코 탐방로는 지난해 말 15년 만에 개방되었다. 오늘 산행은 그 길을 따라 어리목 탐방로로 내려올 계획이다.
돈내코 탐방로 입구인 충혼묘지에 도착하니 6시 30분. 벌써 산행을 시작한 사람들이 있다. 사방은 아직 어둡다. 공원묘지를 반듯하게 가로지르는 길로 들어선다. 뒤로 보이는 서귀포 시내는 어둠에 휩싸여 있었고 간간이 노란 불빛들이 모여 있다. 바다 위로 여명이 붉게 물들어 간다.
관리초소를 지나 숲으로 들어선다. 숲은 이슬을 잔뜩 머금고 있다. 전날 비가 온 탓에 한여름 아침 같이 상쾌한 기분이다. 어둠이 조금씩 가시더니 나무사이로 해가 떠오른다. 시간이 넉넉했다면 일출을 기다리다 보고 갔을 텐데. 숲속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열대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밀림이 우리나라에도 있다밀림입구라는 표지석이 보인다. 열대우림지역에 있다는 밀림이 제주에도 있다. 아마존에서 보는 대규모 밀림은 아니지만 산길은 질퍽거리고 상록수들이 빽빽이 자라고 있다. 사시사철 푸른 숲이라서 밀림이라고 했나보다. 상록으로 잎이 큰 굴거리나무가 군락으로 자라고, 송악 덩굴이 나무를 감고 올라간다. 땅으로는 조릿대가 융단처럼 깔렸다. 크기가 작아서 그렇지 밀림 속으로 들어온 기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