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이 네 거실 한쪽 벽에 제보이 아버님 젊었을 때 사진 걸려있다.
변상화
집안을 둘러보는데 젊은 남자 사진이 액자에 걸려있다. 궁금해 물으니 제보이 아버님 젊었을 때 모습이라신다. "잘 생기셨는데요." 말 끝나기가 무섭게 어머니는 여러 장의 가족사진을 꺼내 보여 주셨다. 이건 누구고 지금 어디서 뭘 하고, 다 자란 자식들 이야기며 어머니 젊었을 때 이야기까지 한 번 시작한 이야기는 끝날 줄 모른다.
돌아갈 길이 한참이라 음료수 병을 비운 후 일어났다. 마당에 나와 사진 찍고 나서는데, 어머니는 언제 챙기셨는지 찢어지기 직전인 봉지 두 개를 들고 오신다. 봉지 안엔 아까 딴 아보카도와 감자가 한 가득이다. 별 생각 없이 빈손으로 간 게 부끄러워 "저흰 빈손으로 왔는데, 죄송해서 어째요" 했더니 우리가 온 게 어머님께 기쁨이라신다. 돌아오는 길 형편이 어려운 데이지 집에 아보카도와 감자를 떨어뜨려 놓고 왔다.
많이 가져야만 아니 적어도 내 것을 챙긴 후에만 베풀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이 먼 곳에 와서 배운다. 제자 만나러 갔다 스승 만나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