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더보기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담배를 핀다. 지독한 골초 들이다. 그들은 가끔 내게 묻는다.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글 쓰면서 어떻게 담배를 안 피울 수 있느냐고. 그 때마다 난 살며시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한다. '담배 피울 때 보다 훨씬 더 재미있다고, 살 맛 난다고, 글 쓰는데 아무 지장 없다고' 나도 한 때 지독한 골초였다. 술 마시면서도 담배 안 피우는 인간들을 외계인 취급했다. 벽에 똥 칠 할 때까지 살라고 은근히 저주를 퍼붓기도 했다. 그러면서 가늘게 100년 사느니 굵고 짧게 살 만큼만 살고 가겠다고 거드름을 피우기도 했다. 마치 담배 피우는 것이 역사적 사명이라도 되는 양. 내 주변에 있는 지독한 골초들은 가끔 내게 왜 담배를 끊었느냐고 묻는다. 이럴 때 마다 난 '그냥 끊었다' 며 얼버무린다. 술자리 안주처럼 답변하기에는 좀 무거운 내용이기 때문이다. '금연' 내게는 너무나 절실했다.인생이 꼬였다, 어떻게 풀어야 하지! a ▲ 담배 ⓒ 이민선 10여 년 전, 난 험난한 IMF 를 넘으면서 몸과 마음이 지치다 못해 피폐해져 있었다. 사업은 망해가고 있었고 빚은 산더미처럼 쌓여갔다. 밑천이라고는 아직 젊은 몸뚱아리 하난데 그나마도 극심한 스트레스 탓인지 시도 때도 없이 아팠다. '인생이 꼬였다'는 비애감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줄담배를 피워댔다. 소주 한 잔만 마시면 속살까지 빨개지는 술 못하는 체질인데도 깡소주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럴수록 몸이 점점 더 아파왔다. 당연한 결과였다. 무엇인가 자극이 필요했다. 꼬일대로 꼬인 인생을 어떻게든 풀어야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점점 더 깊은 늪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고민 끝에 '내가 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생각해 보니 난 그동안 세상만 원망 하면서 살아왔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마다 세상을 원망했지 정작 내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단 한 번도 생각 해보지 않았다. 내 문제는 도대체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나약한 의지력 이었다. 조급한 성격, 어려운 일이 닥치면 피하려고 하는 마음 같은 게 따지고 보면 모두 나약한 의지력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내 의지력을 나름대로 시험해보고 평가하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금연'이다. 그 이전에도 '금연' 을 몇 번 시도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 했다. 왜 그렇게도 핑계가 많았는지! 딱 한 대만 더 피우고 끊어야 겠다고 하다가 실패, 스트레스 받는 것 보다는 담배 한 대 피우는 게 몸에 덜 해로울 듯해서 담배를 물었다가 실패했다.하지만 그 때는 절박한 심정으로 시도한 '금연' 이라 그런지 한동안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넘길 수 있었다. 금단현상도 없었고 갑자기 체중이 불어난다거나 하는 부작용도 없었다. 한 달 정도 지난 후부터 위기가 찾아왔다. 이유 없이 짜증이 나고 몸이 불기 시작했다. 주변사람들은 내 짜증을 받아 주기가 힘들었던지 "한 대씩 피우면서 천천히 하는 게 어떻겠느냐" 고 충고하기 시작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흔들렸다. '딱 한 대만 더' 라는 간사한 마음이 자꾸만 고개를 치켜들었다. 절박하지 않았다면 아마 그 유혹에 넘어갔을 것이다. 다른 사람과 약속한 일이었다면 십중팔구 그 약속을 깨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절박한 상황에서 나 자신과 한 약속이었다. 난 그 약속을 깨 버리고 난 이후에 찾아올 허무함과 자괴감을 도저히 감당 할 자신이 없었다. 아무래도 금연마저 실패한다면 내가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 할 것 같아서 두려웠다.<포레스트 검프> 주인공처럼 아무 생각 없이 뛰기로 a ▲ 담배 종류도 참 가지가지 ⓒ 이민선 뛰기로 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 주인공처럼 아무 생각 없이 뛰기로 했다. 괜스레 짜증이 날 때도 뛰었고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가 터질 듯 아플 때도 뛰었다. '한 대만 더' 라는 간사한 마음이 들 때는 심장이 아우성 칠 때까지 뛰었다. 그러기를 1년, 2년, 3년...3년이 지난 후에 자신 있게 '나 이제 담배 끊었노라'고 선포했다. 말로만 한 게 아니라 글로도 썼다. 그 글은 모 인터넷 신문에 소개 됐고 방송국 작가 눈에도 띄었다. 그 덕에 텔레비전에 출연해서 '금연비법'을 소개하기도 했다.담배를 끊어가면서, 내 의지력을 시험해 가면서 어려운 시기를 넘길 수 있었다. 마음을 바꿔 먹으니 신기하게도 일이 술술 풀렸다. 무엇보다도 내게 자신이 생겼다. 내 의지력으로 내 몸과 마음을 다스렸다고 생각하니 모든 일에 자신이 생겼다.툭 하면 여기저기 아프던 몸이 강철 체력으로 변했다. 니코틴이 주는 해독에서 벗어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담배를 잊기 위해 시작한 '달리기' 덕분이었다. 늘 천근만근 무거웠던 몸이 가벼워지고 나니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다.금연은 의지력이 이루어낸 쾌거였다. 하지만 딱 하나 의지력으로 극복하지 못한 게 있다. 바로 '금연몽' 이다. '금연몽' 은 '군대몽' 보다 더 지독하다. 난 제대한 후 약 2년 동안 '군대몽'을 꾸었다. 하지만 금연몽은 담배를 끊고 난후 거의 5년 간이나 꾸었다.'군대몽'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다시 군대에 끌려가는 꿈이다. 분명히 군대를 제대했는데 꿈속에서는 다시 영장이 나온다. 군대 마쳤는데 왜 또 군대 가라고 하느냐며 아무리 항의해도 씨알이 먹히지 않는다. 그러다가 깨어나서는 아! 꿈이었구나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 쉬게 된다. 이게 '군대몽' 이다.'금연몽' 도 마찬가지. 꿈속에서 신나게 담배를 피워댄다. 꿈속에서도 담배를 끊었다는 자각을 하지만 이상하게도 끊임없이 담배를 피워댄다. 결국 금연에 실패했다고 땅을 치면서 자책하다가 꿈에서 깨어나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아! 꿈이었구나 하고.'금연몽' 은 지금 생각해 봐도 참 지독했다. 하지만 그래봤자 꿈일 뿐이었다. 금연몽이 날 어쩌지는 못했다. 금연을 시작하고 난 이후 10여 년 동안 난 담배를 단 한가치도 피우지 않았다. 이젠 자신 있게 밝힐 수 있다. '나 담배 진짜 끊었다고'.어떤 이는 담배를 벗삼아 힘든 시간을 견뎌냈다고 한다. 난 그 반대로 담배를 끊으며 힘든 고비를 넘겼다. 만약 그때 내가 '금연'에 실패 했다면 10년이 지난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상상이 되지 않는다.지금은 내가 예전에 하루 한 갑 이상 씩 피우던 골초였다는 사실조차도 아득하다. '금연' 에 성공해서 난 스스로 한 약속을 지켰고 자존감을 회복했다. 그리고 건강을 보너스로 받았다. '금연'은 지금 생각해도 참 잘한 일이다. 박수를 쳐주고 싶을 만큼.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에도 실려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안양뉴스에도 실려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담배 추천176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10만인클럽 10만인클럽 회원 이민선 (doule10) 내방 구독하기 궁금한 게 많아 '기자' 합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1기 신도시 선도지구 공모 15만3천 가구 몰려...5.9배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가을비가 내린 후... 내성천 회룡포 모습이 장관입니다 서로를 사랑한 두 남자, 마지막 장면이 압권 AD AD AD 인기기사 1 겁나면 "까짓것" 외치라는 80대 외할머니 2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3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4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5 영부인의 심기 거스를 수 있다? 정체 모를 사람들 등장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담배 끊고 5년이나 '금연몽'에 시달렸지만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겁나면 "까짓것" 외치라는 80대 외할머니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영부인의 심기 거스를 수 있다? 정체 모를 사람들 등장 트럼프는 비판하면서 윤석열은 감싸 온 보수 언론 [단독] 2023년 7월 12일 이화영 녹취록 "대질 명분, 검찰 막 훈련시켜 진술 맞춰" "폭염·가뭄으로 배추 말라죽어, 세 번 심어도 소용없어" 영화 감독들이 자주 찾는 대전의 이곳 개혁신당 허은아 "인내 한계... 더이상 선처 없다"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