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서울지부, 일제고사 반대 서울시민모임 등 교육시민단체들은 지난 3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3월 9일로 다가온 일제고사의 부당성을 알리고 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서울 교육 정상화를 촉구하는 이번 단식에는 교사, 학부모, 청소년, 일제고사 관련 해직교사 대표가 참여했다. 단식 3일째인 지난 5일 해직교사 대표 송용운 교사를 서울시교육청 앞 농성장에서 만났다.
해직교사를 대표해 단식에 참여한 그는 해임 무효 판결을 받고도 학교로 돌아갈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분노, 일제고사 투쟁의 필요성 등 '흥분'이 필요한 사안들에 대해 시종일관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 단식을 하게 된 이유는?
"지난해 10월 일제고사 폐지·해직교사 복직 대장정을 진행할 때부터 단식을 고민했다. 일제고사와 해직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생명을 건 호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교육 당국도 국민들도 목숨을 걸고 진정성을 알리려는 우리의 모습을 외면하지 못할 것이라고도 여겼다.
그런데 3월 일제고사를 앞두고 일제고사 반대 서울시민모임에서 해직교사들에게도 단식을 제안했다. 처음 고민했던 무기한 단식은 아니었지만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해 시작했다."
- 몇 번째 단식인가?
"처음이다. 1989년 전교조 결성 관련 명동성당에서 대규모 단식농성이 이루어졌지만 당시 단식 지원 업무를 맡은 터라 나는 굶을 수가 없었다. 체력 하나는 타고 났기에 별 무리 없이 잘 하고 있다."
- 해임 무표 판결을 받았지만 아직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다. 심경은?
"우리에 대한 해임 처분이 과한 것이었다는 당연한 사실을 1심 판결에서 확인 받았을 때 기뻤다. 당연히 학교로 돌아가리라 여겼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의 항소 소식을 들었고 운이 없으면 대법원 판결까지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말을 변호사들에게 들었다. 다시 2~3년의 긴 호흡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는데 충격을 받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전교조 서울지부로 출근하던 해직자 가운데 두 명은 지금 휴직을 신청한 상태다. 분노와 마음의 상처로 고통스러웠다. 시한부로 진행되긴 하지만 이번 단식은 우리의 절박함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 해직 당시 징계위원장이며 해직교사에 대한 항소를 지시한 김경회 권한대행이 사퇴했다. 기분이 어떤가?
"책임지고 물러나라고 했지 서울교육청 비리의 책임 회피 차원에서 사퇴하라고 한 적은 없다. 책임지는 사퇴는 자신이 벌여놓은 일을 수습하는 것 아닌가. 해직교사에 대한 항소를 취하하고 우리를 학교로 돌려보낸 뒤 사퇴하는 것이 최소한의 책임지는 모습이다."
- 일제고사 투쟁 규모가 점차 줄어드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올해 역시 투쟁을 결의하는 이유는?
"일제고사 투쟁은 소강상태에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의 협력적 문화를 송두리째 무너트릴 일제고사를 용납할 수 있는 교사는 많지 않다. MB 정권 역시 경쟁교육의 아이콘인 일제고사를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양쪽 모두 피할 수 없는 싸움이다. 우리의 해직은 일제고사가 갖는 문제점을 전 사회적으로 부각시켰고 행정소송에서도 이겼다. 일제고사 반대 명분은 충분해졌다. 하지만 파면과 해임의 충격은 교사들에게 엄청난 것이었다. 일제고사 투쟁이 소강상태가 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이런 상황이지만 누군가는 끊임없이 저항의 목소리를 내야한다. 그것이 투쟁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 9일에 진행되는 체험학습 준비를 해직교사들도 함께하는 것으로 안다.
"저들은 3월 일제고사를 1년 교육의 방향을 잡는 진단평가라고 우기지만 진단 결과가 한 학기가 지나야 나오는, 진단을 빙자한 일제고사일 뿐이다. 게다가 학기 초에 교사들이 하는 것은 저들이 주장하는 진단평가가 아닌 진단활동이다. 그래서 이번 체험학습은 진단활동의 의미를 살려 '한해살이 준비활동'을 주제로 잡았다. 해직교사들이 함께 준비회의 등을 하며 9일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송용운 교사는 3월 일제고사가 실시되는 9일까지 단식을 진행한다. 일제고사 반대 서울시민모임은 9일 '해직교사와 함께하는 한해살이 준비활동'을 주제로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체험학습을 진행하며 오후 5시 30분부터는 일제고사 폐지, 해직교사 복직, 부패비리 서울시교육청 규탄 교육주체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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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임 무효 판결 받고도 복직 안되는 현실, 저항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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