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동네 한켠 개나리에 노란 꽃망울이 터질랑 말랑입니다. 다음주쯤 되면 온 동네에 개나리며 진달래며 이팝나무며 수수꽃다리며 가득가득 피어나겠습니다.
최종규
봄골목을 걷습니다. 봄볕이 내리쬐는 골목을 걷습니다. 천천히 걷습니다. 천천히 다가온 봄과 같이, 빠르지 않은 걸음으로 골목을 걷습니다.
천천히 거니는 골목에서는 봄기운이 가득 서리는 골목을 듬뿍 느낄 수 있습니다. 저한테 자가용이 있어 봄볕 느낄 내장산이든 가야산이든 한라산이든 찾아갈 수 있다면, 드넓은 자연에서 봄을 받아들였겠지요. 그러나 저한테는 자가용이 없습니다. 더구나 하루 내내 돌보고 건사해야 할 아이가 있고 식구가 있습니다. 고작 동네 골목을 한 바퀴 돌면서 봄볕을 쬘 뿐입니다.
그러나 고작 동네 한 바퀴 돈다고 하는 골목마실인 까닭에, 골목골목 구석구석 골골샅샅 스며드는 햇볕을 두루 느낍니다. 자연은 누구한테나 똑같은 자연이라더니, 봄볕은 높은 집에든 낮은 집에든 부잣집에든 가난한 집에든 골고루 내리쬐고 있습니다.
몇 억짜리 아파트 드럼세탁기에서도 빨래는 보송보송 마를 터이나, 몇 평짜리 조그마한 골목집마다 동네 담벼락과 전봇대 사이에 줄을 이은 빨래줄에서도 해바라기하는 빨래는 보송보송 마릅니다.
얼마나 잘 마른 빨래인가 하고 살짝 건드려 봅니다. 제가 바라보고 사진으로 담는 골목빨래는, 제가 집에서 해서 널어 놓는 빨래하고 매한가지입니다. 우리 집 빨래도 해바라기 빨래요 이웃집 빨래도 해바라기 빨래입니다. 전기를 먹는 기계가 손품을 덜어 주는 빨래가 나쁘지 않습니다만, 전기를 안 쓰고 제 두 손으로 북북 비비고 짜고 털어 너는 빨래가 저한테는 한결 반갑고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