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지방선거 주자들의 무상급식 공약을 '얼치기 좌파들의 공약'이라며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전교생 무상급식'은 어렵다는 입장을 정리해가는 모양새다.
홍 의원은 10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서민들, 어렵게 사는 사람들의 자제들에게 무상급식을 하는 것이 복지이고 쟁점이 되는 것이지, 부자들, 돈 있는 사람들의 자제들에게 무상급식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복지가 아니다"라며 "국민들의 세금을 걷어 쓰지 말아야 할 곳에도 쓰는 좌파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이어 "얼치기 좌파들이 내세우는 국민 현혹 공약에 대해 당 정책위원회에서 단호하게 대처해줬으면 한다"며 1980년대 말 아일랜드가 사회대타협을 통해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실시해 선진국에 진입하게 된 사례를 들었다. 빈곤층에게는 무상급식보다는 무상교육과 무상의료가 더욱 중요하고, 이것이 사회 전반적인 성장동력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홍 의원은 또 "돈 많은 사람들은 한 학기에 등록금 2000만원 정도도 큰 부담이 안될 것이고, 돈 없는 사람들은 등록금을 50~100만원 정도만 내도 되는 등록금 차등제도 검토할 만 하다"며 "이런 게 포퓰리즘도 아니고 좌파도 아니고, 가진 자들이 좀 더 베풀고 못 가진 자들이 좀 더 기회를 갖는 세상 아니냐"고 덧붙였다.
남경필-정두언 "한나라당 무상급식 반대 프레임에 갇히지 않아야"
사실상 '무상급식 공약을 거두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번 지방선거 전략을 지휘하고 있는 정두언 지방선거전략기획본부장과 남경필 인재영입위원장이 나서서 무상급식 공약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강조했다.
남 위원장은 "포퓰리즘에 휩싸여선 안되지만 '한나라당은 무상급식 반대, 민주당은 무상급식 찬성' 이런 프레임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도 나서서"우리가 '무상급식에 반대한다' '무상급식 어렵다'고 할 것이 아니라, 우리는 '서민 무상급식'을 하고 저쪽(민주당 등 야당)은 '부자 무상급식'이다. '뭐하려고 부자 무상급식을 하려고 하느냐' 이렇게 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최근의 당정협의 내용에 대해 "취약계층과 어려운 농·산촌 지역 중심으로 무상급식을 점차적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정부에서는 구체적으로 목표 %까지 정해놓은 상태"라면서 "부자들에게 무상급식하는 비용을 사용해서 취약계층 무상급식 뿐 아니라 다른 분야로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홍 의원이 '무상급식 공약은 얼치기 좌파 공약'이라고 문제제기 한 것을, 남·정 위원장이 '서민 무상급식 프레임'으로 전환을 시도했고, 김 정책위의장이 당정협의 내용을 밝히면서 '전교생 대상 무상급식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
논란이 된 초등학교 무상급식 문제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현행 제도로는 결식 아동 발생을 방지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문제에서 출발, 전교생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해야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이날 '서민 무상급식'이라는 용어로 정리하긴 했지만, 내용상 현행 제도에서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논란이 예상된다.
또 서울시장 경선 주자로 뛰고 있는 원희룡 의원이 그동안 주장해온 무상급식 공약에 대해 당 차원에서 불가원칙을 못박은 셈이어서 원 의원 공약에 대한 실현가능성 문제도 제기된 것으로 예상된다.
오세훈도 비판 "인공섬은 안전불감증, 재개발 제한 완화해야"
한편, 홍 의원은 이날 무상급식 반대론으로 원 의원의 공약을 비판하는 동시에 오세훈 서울시장의 '서울 디자인' 정책도 강력비판, 서울시장 주자 비판에 균형을 갖추는 모습을 보였다.
홍 의원은 "지난 4년간 수도권에서 서민 계층이 사는 곳의 용적률을 올리거나 고도제한을 완화하지 않고 디자인을 내세워 모양갖추기를 하는 바람에 강북 사람들의 불만이 매우 커져있다"고 "서민들에게 이익이 가는 재개발 절차를 만들면 되는 것"이라고 서울시의 도시 재개발 제한 정책을 비판했다.
'플로팅 아일랜드' 즉 서울시의 인공섬 사업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홍 의원은 "10년 전 마포대교에 바지선이 걸려 마포대교가 무너진다면서 실황중계도 한 바 있고 당시에 서울에 교통대란이 일어났다"며 "'플로팅 아일랜드'는 다리에 바지선 하나 걸리는 것보다도 50~100배 이상의 충격이 가는 것인데, 이런 것을 다 감안해서 당 후보들이 안전불감증 같은 전시행정은 좀 안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2010.03.10 12:31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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