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안방' 경남 합천군은 초중고 100%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현하고 있다. 합천군 합천초교 점식식사 모습.
박상규
"무상급식은 무조건 배급하자는 북한식 사회주의 논리" - 김문수 경기도지사
"무상급식은 얼치기 좌파가 국민 현혹하기 위해 내세우는 정책." -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급식, 형편이 되는 사람은 자기 돈으로 사먹어야." - 이명박 대통령이들은 모두 한나라당 출신이다. 또 이들은 위의 발언이 증명하듯 '사회주의' '좌파' '포퓰리즘'이라는 단어를 동원해 무상급식을 반대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이 맞다면 경남 합천군은 대한민국에서 사회주의 깃발을 꽂은 '붉은 지방자치 단체'여야 하는데 과연 그럴까?
그러한 질문을 갖고 11일 경남 합천군으로 향했다. 합천군은 초중고 100%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현하고 있는 지자체다. 경남 창원시에서 출발한 버스는 황강을 건너 합천군에 이르렀다. 버스에서 보니 황강 둔치에 잘 조성된 공원이 보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일해공원'이다.
그렇다. 합천군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고향이다. 정치적으로 보수적이고, 정당으로 따지면 한나라당이 지지를 받는 곳이다. 결국, 규모는 작아도 경남, 특히 그중에서 합천군은 한나라당의 안방 중의 안방이다. 한나라당의 논리를 빌리면, 이런 곳에서 '사회주의의 꽃'인 무상급식이 활짝 피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안방 합천군, 초중고 100% 친환경 무상급식 합천군 시외버스터미널에 내리니, 택시를 주차해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기사들의 무리가 보였다. 슬쩍 다가가 대놓고 물었다.
"서울에서는 한나라당이 무상급식이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반대하고 있는데요?""뭐? 사회주의? 내 자식이 거지가? 합천군민이 전부 빨갱이가!"서울에서 내려온 내게 한 택시기사의 경남 사투리는 '버럭' 화를 내는 것처럼 들렸다. 그는 "내 아가 초등학교 3학년인데, 여그 학부모들이 무상급식 얼매나 좋아하는대예"라며 "내 아가 친환경 농산물 묵는데, 이 아빠보다 더 좋은 거 묵는다 아입니꺼, 내는 한우 비싸서 못 묵는데 갸는 학교에서 한우를 맘껏 묵으예"라며 웃었다.
그 기사에게 "아들이 다니는 합천초등학교에 가자"고 했다. 그랬더니 기사는 "바로 조깁니더"라며 턱으로 가리켰다. 걸어가라는 말이었고, 그만큼 가까웠다.
낮 12시께, 합천초등학교 급식실에 도착하니 1, 2학년들이 점심을 먹고 있다. 식판을 보니 푸른빛이 도는 클로렐라쌀밥, 새송이크림스프, 딸기, 봄동겉절이, 햄버거스테이크가 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