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대체 : 17일 오후 3시 40분]
16일 닉네임 '스프레이'를 사용하는 한 누리꾼은 종로경찰서로부터 출석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았다. 이른바 '회피연아'로 알려진 동영상의 유포자로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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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누리꾼은 16일 오후 2시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나는 인터넷상에서 이 동영상을 접하고 다른 게시판에 다시 올렸을 뿐"이라며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을 게재한 것을 가지고 경찰에 출석을 요구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회피연아' 동영상은 KBS의 보도화면을 갈무리 한 영상으로 밴쿠버올림픽 선수단 입국 당시 김연아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격려를 피하는 듯한 장면을 담고 있다. 이 동영상은 지난 2일부터 트위터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종로경찰서는 "지난 8일 문광부에서 문제의 동영상 유포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해 왔다"며 "문광부는 악의적으로 동영상을 편집한 누리꾼에게 명예훼손의 혐의가 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문광부는 고소장에서 "유 장관이 꽃다발을 건네며 축하하려 했으나 마치 성추행을 하려는 듯한 모습으로 동영상을 편집해 올렸으므로 명예훼손 혐의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광부의 고소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누리꾼 사이에서 문광부의 고소 사실이 화제가 되면서 '회피연아'라는 키워드가 한 포털사이트의 검색순위 1위에 올랐고 트위터에는 "이번 정부는 정말 유머가 부족하다"(Michelle_wakeup), "점점 부끄러운 대한민국이 되어 가고 있다"(Koreagle),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문광부 장관"(ThengEE)이라는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문관부 홈페이지에도 항의의 글이 쇄도했다.
'나도 한마디' 게시판에는 17일 하루동안 300여 개의 글이 올라와 유 장관과 문광부의 처사가 지나치다고 입을 모았다. 한 누리꾼은 "차라리 김연아 선수를 고소하라"며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일을 문광부 스스로가 키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광부측은 이러한 누리꾼들의 반응이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문광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건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라는 판단 하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이라며 "누리꾼들이 왜곡에 의한 명예훼손이 잘못이라는 인식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민주주의 이해하지 못한 조치 "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한편의 '소극'(관객을 웃기기 위하여 만든 비속한 연극)을 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문광부의 이번 고소에 대해 "사회적인 위치를 볼 때 모범이 되어야 할 유 장관이 관용을 베풀지 못하고 고소를 결정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평했다.
김 교수는 "동영상을 보고 성추행 여부를 대한 판단하는 것은 해석의 문제에 불과한 것이고 그것을 용인하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적인 요건"이라며 "이번 일은 민주주의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동영상이 성추행의 오해를 일으킨다는 점을 들어 고소했지만 정작 동영상을 만든 사람이나 대다수의 누리꾼들은 '성추행'이라는 말을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라며 "문광부 측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였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고소에 '경고'의 성격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문광부가 무죄 판결이 예상되는 고소를 강행하는 것은 누리꾼들에 대한 경고"라며 "유 장관 개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 되는 것을 막겠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재판이 이루어지게 된다면 거기에 들어가는 문광부의 시간과 노력, 비용은 낭비가 될 것"이라며 "이번 사안은 국제적으로도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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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연아' 고소에 누리꾼들 "문화 이해 못하는 유인촌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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