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조국·안경환 끝내 고사... 진보 '흥행 고민되네'

[서울시교육감] 진보진영 '시민추대위' 후보 등록 마감... 총 5명 등록

등록 2010.03.23 14:08수정 2010.03.23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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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민이 처음으로 직접 투표를 통해 서울시교육감을 선출한 날인 2008년 7월 30일 오전 공덕동 만리현성결교회에 마련된 공덕동 제6투표소에서 시민이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자료 사진).
서울시민이 처음으로 직접 투표를 통해 서울시교육감을 선출한 날인 2008년 7월 30일 오전 공덕동 만리현성결교회에 마련된 공덕동 제6투표소에서 시민이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자료 사진).유성호
서울시민이 처음으로 직접 투표를 통해 서울시교육감을 선출한 날인 2008년 7월 30일 오전 공덕동 만리현성결교회에 마련된 공덕동 제6투표소에서 시민이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자료 사진). ⓒ 유성호

진보 꼬리표를 달고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나서고자 하는 '선수들'의 진용이 갖춰졌다. 박명기·이부영·최홍이 현 서울시교육위원, 곽노현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이삼열 전 숭실대 교수. 이렇게 5명이 '2010민주·진보 서울시교육감시민추대위원회(시민추대위)'에 20일 후보 등록을 마쳤다. 큰 이변이 없다면, 이들 중 한 명이 진보 진영을 대표해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나서게 된다.

 

시민추대위는 진보진영 단일 후보를 내세우기 위해 교육희망네트워크, 참교육학부모회, 참여연대 등 교육·시민·사회단체 수십 개가 모여 구성한 조직이다. 시민추대위는 더 이상 후보 등록을 받지 않는다. 앞으로 내부 경선을 통해 4월 7일께 단일 후보를 내세울 계획이다.

 

이제 후보와 정책을 알리는 등 흥행 몰이에 나서면 되는 상황. 하지만 시민추대위의 분위기는 아직 달아오르지 않았다. 그동안 공을 들였던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조국 서울대 교수,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등 명망가들이 모두 출마를 고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서울 진보교육감 후보 5명으로 압축... "확실한 '선수'가 없어 고민"

 

그동안 진보진영은 "김상곤 현 교육감이 버티고 있는 경기도와 함께 서울에서 꼭 승리한다"는 계획, 혹은 '부푼 꿈'을 갖고 있었다. 물론 지금도 이런 계획은 유효하다. 하지만 시민추대위의 일부 인사들은 "승리에 빨간 불이 켜졌다"며 한숨을 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민추대위에 후보 등록을 마친 박명기·이부영·최홍이 현 서울시 교육위원은 학교 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교육위원으로서 서울시 교육행정에 참여해봤다는 점이 강점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전교조 출신이다.

 

지난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승리한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은 '전교조 심판'을 전면에 내걸었다. 그의 전교조 심판론은 이른바 '강남벨트'라 불리는 강남-서초-송파에서 큰 힘을 발휘했다. 공 전 교육감은 이곳에서 얻은 몰표를 바탕으로 승리를 챙겼다.

 

게다가 정부·여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은 올 6.2 지방선거에서도 전교조 심판론을 크게 활용할 태세다. 이미 정두언 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은 "이번 선거는 전교조를 심판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곽노현 교수는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 교수단체의 추대를 받아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냈고, 최근에는 경기도학생인권조례제정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이끌었다.

 

또 곽 교수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은 반칙이라며, 2000년 6월 삼성에버랜드 대표이사·이사·감사 전원과 이건희 당시 삼성그룹 회장 등을 서울지검에 고발하는 등 10년 가까이 삼성과 싸웠다. 이런 사회활동으로 곽 교수는 진보진영 내에서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곽 교수는 풍부한 사회 활동에 비해 교육운동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또 일각에서는 지난 2007년 대선 정국에서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정치 경력을 거론하며 "교육감 후보로는 너무 정치색이 짙은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한다.

 

또 이삼열 전 숭실대 교수는 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을 역임했으며,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이미지개발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교육계를 비롯해 진보진영에서 많이 알려진 인물이 아니라는 게 약점으로 꼽히지만, 정치색이 옅어 신선함을 줄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진보진영 일각 "제3의 후보, 언제든지 가능"

 

시민추대위는 여론조사 및 추대위에 참여한 각 단체들이 추천한 시민들로 구성된 시민공천단 등의 투표를 통해 최종 단일 후보를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경선 규칙과 후보자 선정 과정을 둘러싸고 각 후보들 간에 이견이 존재해 아직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 시민추대위가 합의 추대를 통한 '명망가 영입'을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다. 시민추대위의 한 핵심 관계자는 "현재 후보 등록을 한 인사들이 외부 명망가를 영입해 추대하자는 데 합의를 한다면 '제3의 후보'는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제3의 후보'를 거론하는 쪽은 현재 추대위에 후보 등록을 한 5명으로는 서울에서 승리하기 어렵다고 보는 쪽이다. 하지만 5명이나 서울시교육감을 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다른 외부 인사를 합의 추대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시민추대위의 한 인사는 "대중성과 흥행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다른 외부 인사를 영입해 오는 건 우리 스스로 정한 규칙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도 주경복 후보가 유명한 인물이 아니었지만 구도를 잘 만들어 선전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수진영에서도 이원희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김경회 전 서울시 부교육감, 이경복 전 서울고 교장, 김영숙 덕성여중 교장 등이 자천타천으로 교육감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보수진영 일각에서도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위한 '바른교육국민연합'을 결성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보수와 진보 모두 교육감 선거에서 '단일 후보 대 단일 후보' 구도로 선거를 치르길 희망하고 있다.

2010.03.23 14:08ⓒ 2010 OhmyNews
#서울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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