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일몰 직후에 들른 우포늪의 그 수변공간에서 정말 태고적 신비를 경험했습니다. 그 시간 우포늪은 정말 신비스러운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모습이었고, 그 순간은 마치 창세기의 그 시공간으로 우리 일행을 안내한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 태고적 아름다움을 간직한 순간을 지난 글("낙동강에 선 종교인들, "흐르지 않는 강물, 이게 다 낙동강 하구둑 탓"")에서 밝히 바와 같이 세 분의 종교인들과 함께 했었습니다. 그들은 4월 19일~22일에 있을 '성베네딕토수도원'의 수녀님과 수사님들의 '낙동강 순례'를 준비하기 위한 답사 길을 함께한 분들입니다. 그들은 바로 두 분의 수녀님과 지율 스님이었습니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저 같은 사람들에겐 '매직아워'라 불리는, 그 일몰 직후의 우포늪의 신비한 모습을 보면서 함께 동행한 수녀님들은 그 특유의 종교적 감성으로 그 시간 우포늪이 주는 신의 경의에 감탄하는 듯 연신 "아름답군요. 아름다워"를 나직이 읊조리고 있었습니다.
인적도 없는, 들리는 소리라곤 간간이 들려오는 철새들의 울음소리가 있을 뿐, 바람마저도 일지 않는 우포늪은 정말이지 우리를 창세기의 시공간으로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습니다. 멀리 강물에 비친 산 그림자와 강변에 선 나무가 만들어내는 그림자만 강물에 가만히 서서 우리를 반길 뿐 세상은 적막 그 자체였습니다.
저는 다행히 그 모습들을 조금이나마 담아올 수 있었는데요. 그 순간들을 함께 공유해보고 싶습니다.
특히 어제는 물의 날이었습니다. 물의 날을 맞아, 우포늪의 신비한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다시 보면서 우리에게 마실 물을 제공하고, 수많은 생명들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이런 늪과 강의 의미를 잠시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 생명의 늪과 강과는 지금 정반대로 진행되고 있는, 죽음의 4대강 사업은 우리 인간들의 어깨를 너무 무겁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수많은 생명들의 생존터전을 앗아가버리는 4대강 사업이 물의 날을 맞아 저를 너무 부끄럽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블로그 앞산꼭지'에도 함께 실립니다.
2010.03.23 16:42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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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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