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배우주현정
무비조이(MOVIEJOY.COM)
-제가 실제 알고 지내는 분들 중에서도 안타까운 분들이 있습니다. 예술이나 문화를 하시는 분들 중에서 돈을 잘 버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에 반해서 배고픈 분들 역시 많습니다. 감독이나 배우가 되는 것이 자기 꿈인데 현실적인 생활고와 문제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주현정씨가 이제 신입연극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분명 주현정씨는 아직 젊기 때문에 충분히 도전할 마음도 있고 열정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연극배우로서 생활한다는 것이 쉽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어려운 난관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쉽지 많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100명한테 물어보면 90명은 그런 대답을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졸업하는 동시에 그런 고민을 많이 했었거든요. 어머니가 지금도 저 때문에 일을 하고 계시지만, 개인적인 소망으로 '어머니를 좀 더 편안하게 해드리고 싶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제가 대학을 졸업했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깊게 생각을 해보니 왜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부에 들고, 대학은 연극영화과를 나왔는지 자신 스스로 물어보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원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생각하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하던 것을 계속 해야겠다 그런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학교에서 하는 인턴조교는 한 학기 정도 하면 끝이 납니다. 그 기간이 끝나고 나면 아마 2010년 끝날 때까지는 계속 공연하면서 생활을 해야 될 것 같고요. 그 이후가 되면 다시 다른 일을 병행하면서 연극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왜냐면 저도 연극을 생업으로 해야 하고 집에 부모님도 편안하게 해드리고 싶어요.
그런데 집에서는 정말 저를 많이 이해를 해주세요. 제가 선택한 일에 대해서도요. 어머니는 제가 선택한 일에 대해 정말 전적으로 믿고 계시고 많이 도와주십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저한테 지금 제일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엄청나게 어려움이 많겠지만 견뎌내고 싶습니다."
- 앞에 드린 질문들이 좀 무거웠는데요. 이제 분위기를 좀 바꾸어 보겠습니다. 연극 세편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학생으로 학교에서 실습으로 하던 연극과 극단에 들어가서 관객들 앞에서 하는 연극 사이에 느낌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학교에서 실습으로 연기할 때는 저밖에 몰랐던 것 같습니다. 관객들 앞에서더라도 오로지 나를 위해서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는)누군가를 위해서라고 생각을 안 했거든요. 그냥 오로지 나 개인의 연기발전을 위해서 한다고만 생각했어요. 지금 졸업을 하고나서 극단에서 활동을 하다 보니 이런 것이 교감이란 생각이 듭니다. 관객들과 주고받는 감정적 느낌뿐만 아니라 상대배우에게서 받는 감정적 느낌이 있습니다.
정말 내가 상대배우에게 연기를 통해 어떤 느낌을 주고 나 또한 상대배우에게서 그런 느낌을 받고, 지금은 생업으로 연극을 해야 되겠단 생각이 드니까 나름 더 치열해져야겠구나. 나한테 이 길밖에 없단 생각도 들어요. 학교에 있을 때 보다 극단에 있으면서 따뜻한 마음이 들어요. 서로에게 연기를 통해 피드백을 받으니까 더 그런 것 같아요.
지금은 혼자가 아니라 다 같이 하는 것이 연극이란 것을 느끼고 있어요. 극단 식구들과 관객들과 함께 말이에요. 물론 지금도 배울 것이 더 많지만요.(웃음)"
- 영화도 생각보다 NG가 많이 납니다. 연극 같은 경우에도 아무리 리허설을 철저히 해도 실수 하는 프로배우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주현정씨도 이제 초보연극배우로서 실수를 했을 것 같은데요.(웃음) 그런 실수 할 때 어떻게 넘기시나요? 그리고 실수하면 관객들이 눈치를 채는지도 궁금합니다."그게 상황에 따라 다른데요. 실수 할 때 혼자서 잘 넘기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배우가 도와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실수를 했는데 아닌 것처럼 넘기기 위해서는 일부러 무대 위에서 아닌 것처럼 큰 소리를 칩니다. 더 당당해지고 관객 분들에게 더 패기를 보여드리려고 하는 편이고요.(큰 웃음)
그래서 그 순간에는 관객들이 실수 했는지 아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대부분은 실수했다는 것을 모르고 넘어가주시는 것 같습니다. 물론 상대배우가 잘 마무리해서 이런 실수를 만회해주기도 합니다. 될 수 있는 한 관객 분들에게 제가 실수했다는 것을 모르게 하는 편입니다. 실수하더라도 연극의 일부로 생각하고 즐기려 노력하는 중입니다."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영화는 컷으로 이루어지는 예술이고요. 롱테이크도 최근에는 10분 이상 넘어가는 작품이 거의 드뭅니다. 반면에 연극은 호흡이 엄청 긴 편인데요. 그렇게 호흡이 긴 연극공연을 매일 같이 하다보면 체력적으로 지치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낮에는 학교에서 일도 해야 되고 저녁에는 공연도 해야 되는데요.(웃음)"체력적으로 힘들기는 한데요. 지난 주에는 공연이 끝나고도 계속해서 연습을 했거든요. 오늘도 공연을 쉬는 날이지만 마치고 연습을 하기로 되어 있어요.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나서도 배우들은 좀 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계속 연습을 합니다.
롱테이크이기 때문에 한 부분을 무한반복 연습을 하거든요. 상대배우가 안되면 될 때까지, 저도 마찬가지로 안 되면 될 때까지, 그러다보면 10시를 넘어서 1시 2시까지 가는데요. 안 되다가도 되는 순간이 딱 느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 드디어 내가 이것을 제대로 표현했다. 혹은 우리들끼리 이야기로 '드디어 터졌다. 드디어 뭔가 되는구나.' 이런 느낌이 드는 순간이 있어요. 그러면 정신이 번쩍 들고 힘이 솟아요.
- 연출가들은 정말 독하단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영화도 그렇지만 감독이 마음에 드는 장면을 얻기 위해서 같은 장면을 엄청 많이 찍는 경우도 있고, 배우들에게 계속해서 연기에 대해 주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나올 때 까지 계속해서 한 장면을 고집하는 감독도 있는데요. 어떻습니까? '드라마팩토리'에 계신 연출가분들도 완벽함을 추구하시는 분이신지 아니면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느긋이 기다려주시는 스타일인지 궁금합니다."지금 '드라마팩토리'에 계신 대표님 같은 경우에는 느긋하게 기다려주시는 스타일입니다. 배우들에게 어떤 것을 혹독하게 요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끌어 나오도록 해주시는 스타일 같아요. 평소 생활 스타일도 상당히 프리하십니다. 공연이 올라가고 나서도 기다려주시는 편이세요. 연기는 자기 스스로 마음가는대로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세요. 힘들 때는 쉬는 시간도 많이 주시는 편이세요. 더 이상 안 되겠다 생각하시면 휴식을 하고 다시 연습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 '광대' 연출가는 김준영씨인데 원래는 연극배우이십니다. 작년 밀양여름연극축제에서 남자연기상도 받으셨어요. 처음으로 이 작품을 통해 연출을 맡으셨어요. 그래서 김준형 연출가님이 상당히 힘들어 하셨어요. 김준영 연출가님은 배우 출신이시다보니 감정적인 부분을 더 끌어올리는 트레이닝을 많이 시켜주세요. 그게 굉장히 많이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 다른 질문은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합니다. 배우가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감독 연출력이 떨어지면 절대 좋은 작품이 되지 못한다고 합니다. 연극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연출가 역할이 큰지 아니면 배우의 역할이 큰지요?"연극은 영화와 달리 배우의 예술이라고 합니다. 영화는 컷과 컷으로 이루어져 있고 편집의 예술이라고도 하는데요. 그만큼 연출과 편집이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단 의미 같습니다.
이에 반해 연극은 우선 무대에 극이 올려 지면 배우들의 역할이 더 중요합니다. 오랜 시간 관객들과 마주보고 감정적 교류를 하는 것은 배우들이기 때문에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연출가는 연극에서 큰 밑그림을 그리고 극 뒤에서 배우들에게 조언을 해주면서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갈 수 있게 트레이닝을 해주는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힘들 땐 제 마음속 어머니의 모습을 꺼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