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확립? 폐쇄적 지배구조로 오히려 토요타와 같은 위험 초래할 수도
'08.4월의 경영쇄신안은 대국민 사기극임을 스스로 증명
'삼성공화국' 문제는 국민경제의 시스템 리스크, 우리 모두 나서야
언론보도에 따르면, 오늘(24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했다고 한다. 지난 2008년 4월 22일 그룹 회장직을 사임한 지 만 23개월, 대통령 특별 단독사면 이후 3개월 만의 일이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이건희 회장의 전격적인 복귀를 통해 전 국민을 우롱한 삼성그룹 지배구조상의 문제를 재확인하면서, '삼성공화국' 문제가 삼성그룹은 물론 국민경제에 초래할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 사회 전체가 비장한 각오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
삼성그룹은, 최근 토요타 사태가 보여주듯이 급변하는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그룹 전체의 위험을 관리하고 비전을 제시할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건희 회장은 복귀 논거로 제시하였다. 물론 리더십의 필요성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고, 이건희 회장의 복귀에 찬동하는 국민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개혁연대는 이건희 회장의 전격적 복귀를 이끌어낸 삼성그룹 지배구조상의 문제는, 토요타 사태와 같은 불행한 상황을 예방하기보다는, 오히려 반대로 그러한 가능성을 증폭시킬 수 있음을 경고한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는 다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외부와 소통 부재이다. 삼성은 언제나 외부 환경을 자기 의도대로 조정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오판한 나머지,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을 만나 대화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생략해 왔다. 한마디로, 최근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의료보험 개혁안 통과과정에서 보여주었던 설득의 리더십을 찾아볼 수 없다.
둘째, 내부의 폐쇄된 의사결정구조이다. 전략기획실 소속의 이른바 가신들에 둘러싸여서 왜곡된 정보 하에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이번의 이건희 회장 전격 복귀도 가신들의 과잉충성의 결과물이다.
이러한 지배구조상의 문제는 삼성의 의결결정이 잘못되었을 때, 그것을 조기에 포착하고 수정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삼성의 지배구조상의 문제는 삼성의 사업상의 위험을 제어하기보다는 오히려 증폭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한편, 이건희 회장의 복귀는 리더십의 확립이라는 측면에서만 평가할 수 없는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을 갖고 있다.
삼성은 특검이 수사결과를 발표한 직후인 2008년 4월 22일 10개 항목으로 이루어진 경영쇄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중 맨 앞의 세 개 항목은 총수일가의 퇴진이었고, 그 다음 두개 항목은 전략기획실의 해체 및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의 퇴진이었다. 오늘 발표된 이건희 회장의 복귀와 삼성전자 회장실 설치 등을 통해 삼성은 2년 전의 경영쇄신안이 완전히 없던 일로 된 것임을 공식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오늘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만을 말할 것이 아니라, 2년 전 자신들의 입으로 약속했던 경영쇄신안은 어떻게 된 것인지, 그 약속이 다 이루어진 것이지, 부족한 것이 있다면 앞으로 어떤 노력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분명히 밝혀야 했다. 그런데 2년 전의 경영쇄신안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었다는 것은, 그 경영쇄신안이 형사재판에서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대국민 사기극이었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결론적으로, 삼성은 우리 국민 모두를 우롱했고, 사법부와 정부를 농락했다. 이는 삼성이 단순히 훌륭한 성과를 기록하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차원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경제질서와 민주질서를 유린하는 최고의 권력자가 되었음을, 즉 '삼성공화국'의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늘 이건희 회장의 전격적인 복귀와 전략기획실 사실상 부활 결정은 삼성그룹이 자신의 지배구조상 문제를 스스로 치유할 능력과 의지가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삼성의 잘못된 지배구조에 따른 비용이 이건희 회장 일가에게만 귀속된다면, 다른 사람들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다. 이건희 회장일가와 그 가신들의 문제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에 연관된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에게, 그리고 우리 국민 모두에게 엄청난 비용을 강요하고 있다. 삼성의 지배구조 문제는 국민경제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한다. 이건희 회장을 칭송하는 것이 삼성을 위하는 길이 아니다. 한국경제와 한국사회를 위하는 길은 더더욱 아니다. 우리 모두가 삼성공화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 |